PORTUGAL. PORTO. 2015.11-
PORTO.
포르투갈에 있는 작다고 하기엔 너무 큰 도시.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이 좋아하던 렐루 서점이 있고, 강을 건너면 최대의 포트와인 생산지가 있으며, 긴 포르투 강변에는 알록달록 집들이 모여있는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맥도날드가 있고, 자기로 만든 타일에 파란색으로 그림이 그려진 아줄레주가 가득한 상 벤투 역이 있는 곳.
모든 길이 구불구불 돌길로 연결되어 골목을 지나가다 마주하는 골목에선 익숙한 가게들이 보이는 도시.
짧다면 짧은 5박 6일 동안 포르투를 하염없이 걸었다.
매일 아침, 숙소를 떠나 볼량 시장 앞에 있는 빵집에서 빵 하나를 입에 물고 하루를 걸었다.
어설픈 포르투갈어를 하는 내가 웃기면서도 기특했는지 차근차근 내 말에 귀 기울여 대답해주곤 했던 빵집 아저씨는 포르투에 머물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는 내 얼굴을 보며 자연스레 빵을 건네주었다.
작은 포르투갈의 도시 포르투는 부지런하게 걸으면 하루 만에 모든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다. 명소지만 놀랄 것 없는 백 년 이상의 가게들이나 성당이 곳곳에 있고, 세상에서 아름다운 서점으로 꼽히는 렐루 서점과 포르투 대학 그리고 그 뒤편으로 이어진 낯선 거리.
첫날, 포르투를 아주 빠르고 급하게 돌아다녔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다음날. 천천히 다시 그 길을 걸었다.
대학을 지나면 오래된 병원이 나타나고 병원을 지나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주택가가 나왔다. 조금 더 걸어가면 아주 사적인 가게들이 나오거나 정말 구멍가게라고 부를 수 있는 가게들이 나오기도 했다.
또, 반대편의 골목으로 가면 밤이 더 화려한 골목이 나오기도 한다. 여러 가게들로 가득한 골목엔 다음날 알았지만 위험할 수 있는 술집들도 줄지어 있다. 밤이 되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소란스러운 음악과 이야기에 시계를 보지 않으면 시간을 가늠할 수 없는 공간이 펼쳐진다.
우중충한 날씨에 비가 내리다가 또 맑게 개인 포르투의 날씨는 매번 걷는 똑같은 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었다. 관광객과 포르투 사람이 한데 엉켜 음식을 먹거나 사진을 찍고, 거리를 걷는 그 공간은 비가 와도 날이 개도 작은 도시가 갖는 어떤 무언가가 있었던 듯하다.
나는 포르투에서
긴 줄을 서서 아름다운 맥도날드로 꼽힌 포르투 맥도날드의 사과파이를 먹었다.
어두운 밤에는 위험한 술집을 지나치며 우연히 만난 포르투 친구와 술을 마셨다.
비가 오면 골목을 돌다가 가게 테라스에 앉아 비를 피하며 술을 마셨다.
날이 개면 도우로 강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강의 끝을 향해 무작정 걸었다.
도우로 강의 끝을 결국엔 도착하지 못했지만, 아마 평온하게 하루를 지내는 누군가 살아가고 있었을 듯하다.
큰 맘먹고 찾아간 가게에서는 유명하다는 포트와인과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새로 만난 친구들도 생겼고, 오래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거리공연을 들었다.
익숙한 가게를 수십 갈래의 골목으로 도착해보려 도전해봤다.
가끔씩은 비를 피하다가 비를 맞다가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생판 모르는 포르투 친구를 사귀면서 같이 에끌레어를 먹기도 했다.
관광객들에게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 주말에 열리는 작은 벼룩시장도 구경했다.
작은 도시 포르투에는 이렇게 상상을 초월하게 해볼 일들이 가득했다.
책상 앞에서 그때의 일을 아주 먼 추억처럼 되새기는 지금도 못해본 일들이 많아 아쉬움이 몰려온다.
언젠가는 다시 찾아가야지 싶으면서도, 그게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다.
여기서는
맥도날드를 잘 가지도 않고, 밤에는 잘 돌아다니 않고, 비가 오면 우산을 쓰거나 집에 일찍 들어와 버린다.
무작정 강을 걸어가기에 내 주변에 강변은 없는 듯싶고, 새로 누굴 만나기엔 어색함과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너무 크다. 오래된 카페는 찾기 힘들고, 거리공연도 흔치 않다. 여러 갈래로 걸어가고 싶은 가게도 그만큼의 갈래길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 내가 할 수 있는 건
테라스에서 술을 마시거나, 관광객의 친절한 사진사가 되어주는 일.
낯선 공간이 주는 마법 같은 용기는 잠시 주머니에 넣어두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