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상] 선생님을 회상하며
나의 선생님은 돌아가셨다.
내가 선생님께 배우려 갔을 때 이미 연세가 많으셨다.
건강이 더욱 안 좋아지셨을 무렵부터는 선생님께 레슨 받는 것이 죄스러웠다.
왜냐하면 힘없는 선생님을 억지로 악기 앞에 앉히곤
마치 이미 반쯤 마른 물수건의 물을 짜내는 듯 레슨을 받았다.
그리고 19살. 한순간 전 선생님을 떠났다.
계속 음악을 하면 안 되겠냐는 선생님을 뒤로하고 매정하게 떠났다.
다시는 노래를 부르지 않을 거라며, 가시 돋친 말을 내뱉으며.
고작 19살, 어렸다. 한없이 어렸다.
그럼에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끝까지 버텨주신 선생님을 그렇게 떠나는 게 아니었는데...
시간이 흘러 선생님의 소식은 뉴스를 통해서였다.
별세하셨다고.
뉴스에선 자막으로 장례식장을 알려주었고,
선배가 연락이 와줬지만, 나는 선생님의 마지막까지 외면했다.
아니, 선생님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다시 몇 년이 흘러 일 때문에 남원에 출장을 갔다.
그리고 선생님 묘소를 마주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악기와 의상부터 생전에 사용하셨던 휴대전화, 수첩, 가방 등 작은 소품까지도 전시를 해두었다.
유리관 속 익숙한 선생님의 소지품을 마주한 순간
문득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절 기다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럴 일은 만무하지만...
나의 마지막 인사를 기다리시느라 이렇게 남겨두신 것 같았다.
그때서야 나는 너무나도 늦은 인사를 드렸고, 참 많이도 울었다.
어쩌면 나는 노래가 부르고 싶단 생각을 하면 안 된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피해왔을지도.
이제는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되지 않을까?
나, 노래가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