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퇴근길
졸업한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는 매주 일요일마다 Gray 교수님과 제자들이 함께 화상 통화를 이어왔다.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지난해 말, 대학원 은사님께서는 갑작스러운 암 발병 소식을 전하셨다. 더 힘들었던 건 치료제의 부작용으로 인해 3개월의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는 말씀이었다.
어머니의 암 투병이 떠올랐다. 어린 나이였던 나는 그 시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곁에 있으면서도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다는 뒤늦은 후회가 겹치며 슬픔은 더 깊어졌다. 다행히 어머니는 지금 회복하셨고, 나는 그 이후로 늘 감사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려 한다. 웃음이 많아질 일들을 스스로 만들어보려 애쓰면서.
교수님께는 크리스마스와 새해 인사를 드렸지만, 연초에는 선뜻 안부를 묻기가 어려웠다. 단체 채팅방에 표시되는 접속 기록을 보며 그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어느덧 2월 말. 오늘은 함께 화상 통화를 하던 친구가 샌프란시스코를 잠시 방문했다. 기념사진을 교수님이 계신 채팅방에 올리겠다고 했다.
미팅이 끝난 뒤, 채팅창에 여러 메시지가 올라와 있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 하나. 수술이 잘 끝났고, 부작용도 성공적으로 해결되어 현재 회복 중이시라는 이야기였다.
감사합니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흘러도, 변해도, 결국 우리를 안도하게 하는 것은 감사할 수 있는 순간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임을 다시 느낀다.
세상이 조금 더 많은 감사로 채워지기를 바라며, 오늘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퇴근길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