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의 자리
대화의 자리에 없으면
결정의 자리에도 없다.
If you’re not in the conversation,
you’re not in the decision.
미국에서 일하며 점점 더 분명해지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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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2. episode 1
올해는 아주 다양한 경험을 하는 해다.
여전히 건축회사를 다니고 있고,
여전히 같은 사람들과 같은 업무를 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조금씩 다른 일들도 생긴다.
스스로의 기록을 쌓아가고
외부 콘퍼런스를 기획할 기회가 오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가만히 있어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헤엄치듯 계속 발을 놀려야 겨우 앞으로 나아간다.
회사에서는 가능한 조용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은 만들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도시부동산 학회에서 하는 컨퍼런스에
AI를 주제로 한 세션에 회사 리더십을 패널로 초대하기.
하지만 일부러
내가 일하는 오피스에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이 이야기를 듣고 기뻐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미국의 대형 설계회사는 꽤 각박한 곳이다.
아래에서는 경쟁하고,
위로 올라가서도 또 경쟁한다.
그래서 점점 더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결국 내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리더십에 대한 영상을 보며
무엇이 옳은지 생각하다가
이 글을 쓰고 있다.
이상하게도 아주 잘 써진다.
생각해 보면
내가 써온 글들은 결국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록이었다.
어쩌면
억압에 대한 저항 같은 것.
최근에는 학회의 패널 세션을 기획하며
또 다른 것을 배우고 있다.
결과보다
그 뒤편의 과정이다.
처음 들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Yours didn’t make the cut.”
내가 제안한 주제는
간신히 문턱을 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바뀐다.
몇몇 위원장이라는 사람들을 초청하고
이렇게 말한다.
좌장은 당신이.
추천할 사람은 네가 두 명, 내가 두 명.
멍하게 있으면 곤란해진다.
이런 자리에서는 결정이 아주 빠르게 흘러간다.
턱걸이 치고는 한자리를 가져가려는
열망이 불꽃처럼 일렁인다
그리고 한 가지를 배운다.
대화의 자리에 없으면
결정의 자리에도 없다.
회의에서 말하는 것과
영향력을 가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연습은 많이 해왔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판매하는 연습은
거의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능력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생기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몸을 들이밀지 않으면
배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