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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사

문혜연 작가

by 노을

우리가 처음 연락을 주고받았던 날을 또렷이 기억합니다. ‘브런치’에서 저의 글을 본 원형이 먼저 말을 걸어왔습니다. 서로에게 작가와 독자가 되어주다 얼마 후 통화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히 차분했고 말투는 매우 느릿느릿했습니다. 제 흥분이 너무 도드라져 보일까 민망할 정도로 말이죠. 첫 만남 이후 서로의 아픔을 바라봐주며 지금 우리는 언니, 동생으로 많이 가까워졌습니다. 혹자는 다른 사람의 아픔으로 내 아픔을 위로받는다고 얘기하기도 하지만, 원형의 것은 감히 그럴 수 없는 아픔입니다. 놀라지 않으려 애썼던 제 어린 모습을 원형이 보지 않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2주에 한 번씩 둘이서 함께 울고 웃으며 조촐히 글쓰기 모임을 합니다. 그때마다 원형의 버릴 수 없는 배려 기질을 마주하게 됩니다. 저의 글쓰기가 늘어질 때마다 은근슬쩍 강력한 채찍질을 하다가도 저를 살핍니다. 원형은 그런 사람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빨리 가까워질 수 있었던 건 비슷한 부분의 존재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나는 혹여 부정적인 에너지가 남에게 전달될까 내 아픔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다가 더 아파졌다는 것, 둘째는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입니다.


“아마 내 감정의 스위치가 켜진 이후, 얼어붙은 감정의 상태에 벗어나니까 간절히 공감받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이러한 감정을 가진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가장 필요한 치료 요소는 무엇일까요? 中」, 92~93쪽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감정의 스위치를 차단하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감정의 스위치가 켜지자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외로움에 몸부림치게 되었습니다. 원형의 이번 글을 읽으면서 몇 번 공감의 눈물이 나올 뻔도 하였습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이 뭉개지기도 했습니다. 원형의 이 작품은 나를 울리는 책이 되었습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였지만 글로 전해 보는 그녀의 이야기는 더욱 절절했습니다. 이 담담하고 강인한 문체에도 흘러나와 묻어 버릴 수밖에 없는 그녀의 아픔은 도대체 얼마나 크게 출렁거리는 것일까요. 감히, 감히 말로 다 표현할 수도 없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정신의학적으로 정보성 있는 글을 쓰게 된 것에 대해 그다지 놀랍지도 않습니다. 얼마나 긴 시간 혼자 사투를 벌이고 있을까요. 시도해보지 않은 것은 도대체 무엇이기나 할까요.



“훗날에 이 글들이 모여 나를 치료했듯이, 남도 치료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나를 울리는 책을 찾아보자 中」, 149쪽


“삶에 어떤 고통이 와도 견딜 수 있게. 나는 여전히 당신은 나와 같은 삶을. 아픈 삶을 살지 않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나로서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자 中」, 173쪽


전 이 세상에서 나 혼자라 생각되어 외롭고 아팠던 긴 시간을 보내며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소수라 할지라도 혹시 나와 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또 있다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같은 목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원형입니다. 너무 아프지만, 여러분의 아픔을 돌보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원형은 그런 작가입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로 마음에 큰 구멍이 패였지만 여전히 사람을 찾는 사람입니다. 그녀가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녀를 외롭게 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의 바람대로 저도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아프지 않길 소망하겠습니다. 작은 매체에 연재하던 글을 책으로 만들어내기까지 조용히 앓았을 그녀에게 찐한 축하와 큰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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