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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나오는 장애인

더 깊은 이해와 경험이 있기를.

by 노을

나는 영화를 좋아해야만 했다. 할 수 있는 것들 중 유일하게 무리가 없는 취미였다. 그렇게 시작된 내 취미생활 중에서 어쩌다 보니 공감하고, 영화관에서 눈물을 흘린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번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는 <Me Before You>이다. 세상과 이별을 준비하는 마지막에 나타난 짜증 나는 여자와 평생 최고의 6개월을 지내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전신마비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하여 지내는 6개월간의 변화는 놀라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 싶다는 의지를 얻게 하지는 못했다. 사실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주인공의 심경변화가 일어나 죽지 않는 뻔한 미래를 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해피엔딩이 주를 이루니까. 그리고 한편으로는 그러길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많았었다.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되어도, 누군가로 인하여 내 인생의 행복을 찾게 되면 나도 좀 살고 싶어 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그러나 내 예상과 다른 결말에, 주인공이 결국 죽음을 선택할 때, 나는 울고 말았다.


타인으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과 나 스스로로 인해 행복해지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그렇게 영화를 보며 나를 알

아갔다. 그래서 영화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마음을 나도 저렇게 알아주고 싶었다. 아마 이때부터 나는 조금씩 시나리오에 대한, 영상에 대한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또 다른 꿈, 시나리오 작가를 꿈꿀 만큼.



최근 장애를 소재로 삼는 영상매체가 늘어가고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조금 복잡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대중이 ‘당신들은 장애를 가지지 않았으니, 저들보다 나으니, 행복하게 지내세요.’라는 메시지로 느끼지 않을까? 혹은 장애라는 것은 항상 극복해야 한다는 관점을 증폭시키는 것은 아닐까? 그러다 보니 감독들의 관점이 궁금했다. 어떤 관점으로 저 영화를 만들게 되었을까? 조금은 괴리감이 들고, 왜곡된 관점이 느껴지는 이유는 대부분의 영화, 드라마 관계자가 비장애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장애인의 삶과 노력을 제대로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자신이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공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장애인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이러한 소재를 쓰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장애는 분명 사람들에게 더 익숙해져야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저들은 휠체어를 한 번이라도 타보고, 그들과 비슷한 하루를 보내보고서 영화를 만들었을까? 나는 감히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장애가 있고 없고로 행복이 규정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조금 과한 욕심일 것이다. 내가 장애가 없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잊고 살뿐이지, 때로는 말을 하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장애를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애가 있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고, 듣고 싶다. 때로는 그 장애로 인하여 힘들 수도 있지만, 때로는 그 장애로 더한 것을 성취해 낼 수도 있다고 말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결핍이, 부족함이 오히려 내 열정이 되었고, 에너지가 된 것처럼 말이다. 오히려 나는 이제 장애가 없는 삶을 그리지 못하게 되었다.


더 나태했을, 더 노력하지 않고 살았을, 덜 치열하게 살아 결국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느니 때로는 부족하더라도 더 애쓰며, 더 노력하며, 더 치열하게 살아온 내가 더 반갑다.


비장애인들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들과는 다른 것을 느끼고, 깨닫고, 전파하는 그런 미래를 그려본다. 이러한 우리들을 대변해 이야기해달라고 전하고 싶다.



대부분의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장애를 뛰어넘고 무엇인가를 성취해낸다. 그렇게 마무리된다. 장애인들은 조금 더 노력해야만 하고, 주변 사람들은 아무런 투정 없이 그들을 뒷받침해주고 도와준다. 자발적인 희생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그것이 옳다는, 맞는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극복과 성취를 해야만 한다는 관점이 나는 너무나도 싫다. 모두가 그럴 수 없으니까. 혹은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주변 사람들의 희생이 너무나도 커지니까.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배려해주는 것이, 나에게는 희생으로 다가와서 싫다. 그래서 가능한 한 내가 극복을, 성취를, 일상을 하도록 노력하며 살아왔고, 살아가고, 살아갈 것이다. 대부분의 장애인들의 생각도 이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장애는 무서운 것이다.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기에. 사회의 뒷받침이 있다면, 장애인의 주변 사람들도 조금은 덜 힘들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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