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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Dec 23. 2020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어쩌면 처음인 심리상담 - 1

접수면접

: 본 상담에 들어가기 전 내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종합하여 내담자의 호소문제를 개념화하고 상담의 유형과 담당 상담자를 배정하는 등의 초기과정에서 이루어지는 면담 


상담사 : 오늘 이야기하면서 어땠나요? 좀 더 하고 싶은 이야기 있으세요? 지금 기분은 어때요?     


나 : 오랜만에 친구 이야기가 나와서 벅차다고 해야 하나, 그립다고 해야 하나, 그런 감정들이 슬슬 올라오는 거 같아요.     


상담사 : 아 그래요? 이야기하고 보니까 더 생각나나 보다.     


나 : 뭐, 친구가 매일 블로그를 써서 지금도 블로그에 들어가긴 하는데, 그래도 그렇게 보는 거랑 또 친구 얘기를 하는 거랑은 조금 다른 감정들이 올라와서요.     


상담사 : 그쵸. 다를 것 같아요. 감정이 막 올라온다고 했는데 전화를 마치고 난 이후에 괜찮겠어요? 괜찮을 것 같아요? 아니면 좀 더 친구에 관한 이야기 충분히 이야기 나누고 싶은 걸까요? 이게 어떤 그리움인지, 아니면 슬픔 같은 이런 것들이 올라오고 있는 건지, 가슴이 벅차다고 했는데, 어떤 종류의 벅참인지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나 : 셋 다인 것 같아서.      


상담사 : 되게 복합적이구나.      


나 : 그리고 이게 말을 해서 나은 것인지, 아니면 덮어두는 게 나은 것인지 판단이 잘 안 서요     


상담사 : 아, 그래요? 그냥 노을씨 마음 흘러가는 대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나 : 그랬던 적이 없는지라, 그게 가장 어려운 말이죠     


상담사 : 어려운 말이구나, 왜 그렇게 안 해봤어요? 받아줄 사람이 없었나     


나 : 그냥 각자가 원하는 게 있고, 그런 것들을 해주는 걸 원하고, 그게 마음이 편하니까, 그렇게 살다 보니까, 어느새 나는 사라져 버린 거죠.     


상담사 : 노을씨가 주로 들어주는 사람이에요?     


나 : 예전 상담 시간에도 오히려 들으려고 많이 했었죠.     


상담사 : 아니 왜? 자기 얘기하러 오는 건데, 노을씨 위해서 하는 시간인데, 왜 그랬을까?     


나 : 그냥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사람이 뭔가 말하고 싶어 하거나, 뭔가를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그냥 그렇게 해주는 게 제 속이 편하니까.     


상담사 : 그게 어떤 면에서 편할까요? 어떻게 보면 노을씨가 계속 요구를 들어준다는 거잖아요. 상대방이 말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빨리 캐치하는 거고.     


나 : 상대방이 불편해하면 그 불편해하는 것이 나한테도 그대로 느껴지니까요.     


상담사 : 눈치를 보는 게 싫구나?     


나 : 눈치를 보는 거랑은 조금 다르다고 해야 하나? 그 불편함이 느껴지는 게 싫으니까 그걸 없애는 거죠     


상담사 : 그러기 위해서 빨리 들어주는군요. 요구사항을     


상담사 : 상대방은 되게 좋겠다. 노을씨는 조금 힘들었겠어요. 물론 내가 힘이 있을 때는 말을 들어줘도 되고, 상대방에게 맞춰줄 수도 있고,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나도 내가 원하는 걸 말하고 싶을 때가 있고, 내 요구사항을 들어줬으면 좋을 때가 있고, 내가 기대고 싶었을 때가 분명 있었을 텐데, 웬만하면 맞춰주고 들어주고 요구사항을 따라주고 했다고 하니까 항상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나 : 타인과 있으면 어차피 내 감정과 생각이 잘 안 느껴져요. 내가 기대고 싶다는 것 자체도 이미 상대방이 나에게 기대고 싶어 진다는 게 느껴지면 내 감정이 어차피 안 느껴지니까... 그냥 그러다가 이제 혼자 있을 때 혹은 한계치가 터지면 종종 느껴요.     


상담사 : 혼자 있다가 잘 터지겠어요. 쌓여 있던 게... 혼자서 수습할 때가 많았겠어요. 감정을 혼자 추스르고 수습하는 내가 익숙해져 있을 수도 있겠네.     


나 : 그렇지 못해서 약을 많이 먹죠.     


상담사 : 약 먹기 전에는 했겠지. 혼자 수습을. 근데 이제 아마 한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약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수습을 하려고 역시 노력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나 : ...     


상담사 :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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