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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나는 널 보러가고 싶어

24.10.15 토 / 못 볼 준비를 해야할까?

by 노을

안녕. S야, 잘 지내니?


오늘은 조금 충격적인 날이야. 많이 슬프기도 하고, 눈앞이 깜깜하기도 해.


사실 이번 기일에 널 만나러 갔잖아. 가서 너랑 이야기도 했지.


나는 용기를 내서 너희 부모님께 편지를 썼고, 추모공원 담당자에게 전달을 부탁드렸잖아.


일요일 당일에 보내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오늘 다시 전화를 걸었어. 그동안은 사실 무서워서 전화를 못했어. 전달이 되었는데 연락이 안 오는 걸까 봐... 내가 생각하는 최악은 그것이니까. 그런데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더라구. 전달을 했고, 혹시 추모공원으로 답변이 왔느냐고 물었는데 답변이 온 것은 없다고 하더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데 그 최선의 끝이 실패라서 이제 5년이 지났는데, 5년 뒤에 네가 보고 싶을 때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벌써부터 걱정이 되고, 막막해. 남은 기간이 5년 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어. 그냥 10년 주기로 계약을 한다는 것만 대충 알고 있는 거라서. 그래서 5년 동안 자주 널 보러 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자주 가고, 자주 편지를 쓸 거야. 언젠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잖아. 너를 위한 책을 쓰겠다고. 아니 쓰고 싶다고. 하나하나 이 편지들이 책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자꾸 답이 안 온 걸 생각하면 울컥울컥 해. 너의 부모님을 탓하는 건 아닌데, 어떤 이유로 답을 안 하신 건지 알고 싶어. 내가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나중에 연락을 주실까? 고민 중이신 걸까? 너의 동생 번호가 있긴 한데, 이미 몇 차례 연락을 했는데 대답이 없어서... 다시 연락하기가 좀 그렇더라구. 내 욕심인 걸까? 너를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건..


벌써 10월이야. 여긴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 거긴 어때? 거기도 가을이 있나? 너무 덥지 않고, 너무 춥지 않은 계절로 가득했으면 좋겠어.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며 심심할 텐데 많은 친구를 사귀어도 내가 눈 감아줄게ㅎㅎ 내가 네가 없는 동안 많이 착해지고, 유해졌단다. 너 덕분에 성격을 고쳐먹었지. 어때? 나 좀 변했지?


너는 거기서 평온한 날씨로 지구보다 더 나은 행성에서 네가 지내길 바랄게. 그러고 보니 행성 하니까 그게 생각난다. 찰빵님이 그려준 너와의 이야기. 우리는 서로 다른 행성일 뿐. 각자의 궤도로 돌다가 잠시 같은 공간에서 만났다가 다시 공전을 하러 떠난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공전하다 보면 언젠간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를 써주셨지. 나름 지구과학을 전공했는데, 각자가 죽음을 맞이하면 별로 회귀해서 정말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물론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만 나는 그리 믿고 싶어. 아직 미지의 세계잖아. 우주도, 죽음도.


오늘도 너의 안녕을 빌게. 너는 나의 안녕을 빌어줘.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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