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0.10 목 / 비빌 언덕이었던 너
안녕. S야
오늘로써 한..5명에게 너와 너의 부모님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모두가 짠 듯이 똑같은 말을 하더라. 아직 5년이나 남았고, 설사 네가 이제 어디 있는지 모른다 해도 너를 기리는 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그분들도 시간이 필요할 거라고.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근데 나는 이 말들이 너무 싫다? 아직 못 받아들이겠어. 난 내일이라도 네가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겠는 불안 속에서 지내는데, 다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뭘 받아들이고,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거지? 너는 없다는 거? 나는 살아있다는 거? 다시 우리는 만날 수 없다는 거? 너의 부모님이 소화할 수 있을 때까지? 난 머리에 암전이 된 것 마냥 깜깜해. 예전처럼 가슴이 미어지듯 아파서 아무것도 못하던 때와 다르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두려워.
내 욕심이지만, 아니 욕심부리고 싶어. 그냥 어떤 생각도 없이 너희 부모님이 날 반겨줬으면 좋겠어. 그렇게 연락해 줬으면 좋겠어. 그래서 매년 기일마다 나는 불안하고 싶지도 않고, 올해에 가능하다면 너의 생일에 한 번 더 갈 건데 그때부터 난 불안하고 싶지 않거든.
최근에 아는 언니랑 새벽까지 떠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 내게는 비빌 언덕이 없었다는 그 말이 너무 와닿았어. 그렇게 대학생이 될 때까지 지냈으니까. 땅속 깊이 있던 우울증이 폭탄처럼 제대로 팡 터지고 나서부터 내 곁에는 네가 있었어. 나도 너를, 너도 나를 선택했지. 그건 잘 알고 있었지ㅎㅎ 그런 네가 고마웠고, 좋았어. 내 눈물을 너에게 보여도 된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내 비빌 언덕이 되어줘서 고마워. 내 삶이 힘들지 않게, 슬프지 않게 할 수는 없었지만 공허하지 않게, 외롭지 않게는 만들어줬어. 그래서 네가 떠나고 나는 더 힘들고, 슬프고, 공허하고, 외롭기까지 했지. 아마 나는 이제 누구를 만나도 너를 잊지는 못할 거야. 근데 그것이 슬프기보단 뿌듯해(ㅎㅎㅎ) 너라는 사람을 아주 뜻깊게 기억하고 추억하고 있다는 증거기도 하잖아? 빨리 나 칭찬해줘ㅋㅋㅋㅋ
오늘은 너의 안녕보다 너의 부모님의 안녕을 빌어볼게. 조금 덜 힘드시길.
그래도 너는 나의 안녕을 빌어줘야 한단다!! 다음에 또 올게.
안녕.
24.10.10 목
너를 그리는 친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