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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을 Jun 12. 2020

상처에 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피고름

언젠가부터 상처가 늘었다. 이리 다쳐서, 저리 다쳐서, 어디가 부러져서 그런 상처들은 참 빨리도 보인다.

치료받는 것도 쉽다. 그리고 치료방법도 획일적이다. 상처에 약을 바르고, 수술을 하고, 항생제를 먹는다. 


그러나 속에 생긴 상처는 어찌 치료해야 하는 거지?

피가, 고름이, 염증이 나는 것을 보고도 치료하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 상처에 고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약이 없다. 수술도구도 없다. 항생제도 없다.

제길.

시간이 약이고, 수술이고, 항생제라는 저 개똥 같은 말을 믿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내 상처에 고름이 나오기 시작한다.


하얗고, 노랗고, 검고, 흙빛의 저 색의 고름은 도대체 어떤 상처에서 흘러나온 걸까

망할

나에게 난 상처인데 내가 모르고, 남이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스로를 보지 못한다. 본다 해도 인정을 할까?


내 상처에 고름이 나올 것이다.


의사가, 치료사가, 간호사가  필요하다. 누구도 될 수 있지만, 아무나 될 수 없는 자리에 누가 앉아줄까?

에라이

내가 앉아야겠다. 


그런데, 나는 2명이 아니다.


그래서 저 빈 의자에 앉지를 못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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