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 독립을 위한 과정
서로의 상황이 다른 것 만큼이나 관계에 껄끄러운 일이 없다. 고3의 상황은 다 비슷했다. 동일선상에 서서 탕,하는 소리에 모두가 동시에 우르르 달려나가는 짧게는 1년짜리, 길게는 6년짜리의 레이스다. 목표는 대학으로 모두가 통일되어 있으며, 대부분 순위권 내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취준의 시기는 다르다. 못해도 20년짜리 마라톤의 시작일뿐이다. 그래서 서로의 상황이 다르며 도중에 발생하는 상황이 다르고 목표하는 바가 다르다.
고로, 서로 이해하기 어렵다. 깊이 공감하기 어렵고 그것을 바라기는 더욱 난처한 시기이다.
서로에게 공감과 위로를 바라기가 어려워지는 이 시기가 어쩌면 철저한 독립의 시작일 수도 있겠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적 독립을 위한 발걸음이지만 내가 의존해오던 관계에서 정서적 독립을 시작하는 것이겠다.
이를테면 친구는 직장인이라서, 혹은 취직이 수월한 학과라서 나와 같은 선상에 있을 수가 없지만 이젠 그것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조차 너무 잘 알고 있다.
이 경주가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안다는 의미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배운 것 중에 하나가 "나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구나, 주변 사람들 덕분이구나, 그들이 나를 지탱하는 거였구나" 였는데, 역설적으로 지금은 "역시 혼자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결이 다른 힘듬을 마주한 시간이다.
매우 혼자일 때 좋은 점은 나를 또렷하게 직시하게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관계성을 약화시킨 상태로 나의 본질만을 바라 볼 수 있는 고요한 시간.
나는 이 시간 끝에 어떤 모습이고 싶은지, 과정에서 어떤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인지, 어디에 이르고 싶은 것인지, 상황이 달라졌을 때 나도 달라질 것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