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기록 <인간 실격>

경쾌한 고발

by 깊은 연못

선을 가장한 악, 친절을 가장한 체면, 도움을 가장한 타산이 더 아프다. 있는 그대로 악으로, 체면으로, 타산으로 다가왔으면 나았을지도 모르는 것들이 가면을 쓰고 오면 더 치명적이다. 선에서 악으로 가는 데 필요한 거리감만큼이 더 아파지는 것이다. 사실 텅 비어있는 상대의 마음을 보는 순간. 나는 어떤 표정일까.


그의 다정한 미소 하나에 저는 완전한 인생의 패배자가 되어 매장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p.129)


나 또한 그 체면과 위선앞에 더 아플 수 없어 그것을 포기했던 것 같다. 가장 솔직함을 앞세워 전쟁에 갑옷 입기를 포기하고 나서는 것이다. '너가 얼마나 나쁜지,더러운지는 너가 봐라'식의 대응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판단들. 나를 규정하기에 거침없는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규정할 그 당연한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고 보이는 빈틈사이를 금새 파고 들어와 나를 옥죄는 것이다. 금새 나를 가둬버리는 죽여버리는 무책임한 몇마디 말들과 눈빛,손짓.


한 인간이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는 순간에 다다르기까지를 보여주는 서사는 굉장히 우울하고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읽으면서 느껴지는 경쾌함은 비단 문체때문만은 아니었다. 주인공 요조의 익살스러운 면모가 녹아져있는 것일까. 걱정한만큼 내면이 암흑인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악으로 가득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는 익살꾼답게 세상의 모순적인 부분들을 조롱하는듯 고발하고 있었다.


과연 그가 미치광이인걸까? 소설을 덮고 생각해보아야 하는 지점은 이런 부분이었다. 과연 우리의 인간성은 실격당하지 않은 것일까? 한 인격이 실격되는 과정을 보여주었지만 그 원인은 어디서 기인하는가. 과연 누구의 인간성이 더 인간답지 않은 것인가. 이런 지점들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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