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향하여, 여섯

chapter. 사무엘하

by 깊은 연못


무리가 아사헬을 들어 올려 베들레헴에 있는 그의 조상 묘에 장사하고 요압과 그의 부하들이 밤새도록 걸어서 헤브론에 이른 때에 날이 밝았더라(2:32)


복수와 권력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사투가 치열하다. 그 중심에 서있는 사람들이 계속 죽고 있고 다윗은 매번 애통하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 것도 슬프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슬픔까지도 자신의 탓인 것 같아 더 무거웠을 것이다.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을 받은 자와 그 사명을 돕는 자들의 숙명이 가혹할 만큼 버겁다.

동생을 잃은 슬픔을 안고 요압과 그 무리는 밤새도록 눈물로 걸었을 것이다. 그 끝에 헤브론에 이르러 날이 밝았다는 말씀이 뭉클하다. 하나님이 그들의 애통한 마음을 포근히 덮는 빛으로 안아 주시는 것 같아 애절하고 아름답다.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 들어가 앉아서 이르되 주 여호와여 나는 누구이오며 내 집은 무엇이기에 나를 여기까지 이르게 하셨나이까(7:18)


다윗의 수준에서 하나님을 생각하는 크기는 백향목궁과 휘장이었지만 하나님이 다윗을 생각하시는 생각의 크기는 왕조이며 영원한 구속사였다. 하나님의 생각은 온 세상을 가득 채워도 부족할 크기였기에 다윗이 생각한 백향목궁과 휘장의 물리적 크기는 더욱 무의미했을 것이다. 내가 하나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크다고 간혹 착각하지만(ex. 베드로) 하나님이 나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압도적으로 더 크다.

그래서 하나님의 생각을 들은 다윗은 ‘내가 누구이기에 주께서 여기까지 생각하시냐’며 겸손한 감동으로 반응한다. 더 나아가 말씀하신 약속 그대로를 기도로 구하기 시작한다.

감히 내가 생각조차 할 수 없던 것을 품고 기도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크신 생각을 찬양한다. 그리고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크기로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을 저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한다.




다윗이 땅에서 일어나 몸을 씻고 기름을 바르고 의복을 갈아입고 여호와의 전에 들어가서 경배하고 왕궁으로 돌아와 명령하여 음식을 그 앞에 차리게 하고 먹은 지라(12:20)
선지자 나단을 보내 그의 이름을 여디디야라 하시니 이는 여호와께서 사랑하셨기 때문이더라 (12:25)


나의 기도가 관철되지 않을 때 ‘결국 당신 뜻대로 하실 것을, 이리 진을 빼시냐, 원대로 하시라’고 모난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런 나의 되바리진 마음과 달리 하나님은 나를 또 기다리신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선하게 받을 수 있을 때까지 하나님은 긴 시간 다윗을 그리고 나를 기다리신다.

이름을 주시는 은혜가 크다고 들었다. 아브람을 아브라함으로, 야곱을 이스라엘로, 정체성을 새롭게 하시는 의미로 하나님은 이름을 선물하신다. 가장 검은 죄악이 지나간 자리를 여디디야라고 새롭게 불러주시는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의 목소리가 따뜻하다.




그런 뒤에 왕이 사독에게 말하였다. "하나님의 궤를 다시 도성 안으로 옮기시오. 내가 주님께 은혜를 입으면, 주님께서 나를 다시 돌려보내 주셔서, 이 궤와 이 궤가 있는 곳을 다시 보게 하실 것이오. 그러나 주님께서 나를 싫다고 하시면, 오직 주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나에게서 이루시기를 빌 수밖에 없소. (15:25-26)
다윗은 올리브 산 언덕으로 올라갔다. 그는 올라가면서 계속하여 울고, 머리를 가리고 슬퍼하면서, 맨발로 걸어서 갔다. (15:30)


다윗은 궁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을 상정하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사울처럼 버리실 것까지도 상정하고, 나에게 주실 은혜가 이제 끝일 수도 있다고 상정하고 길을 떠났다. 그럼에도 ‘선히 여기시는 대로 행하여 달라고’ 그것이 맞다고 고백했다. 하나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자만이 울고 슬퍼하며 가야 할 길을 걸으면서도 그렇게 고백할 수 있다. "오직 주께서 바라시는 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진실로, 아멘"




왕이 이르되 스루야의 아들들아 내가 너희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 그가 저주하는 것은 여호와께서 그에게 다윗을 저주하라 하심이니 네가 어찌 그리하였느냐 할 자가 누구겠느냐 하고(16:10)
왕의 마음이 심히 아파 문 위층으로 올라가서 우니라 그가 올라갈 때에 말하기를 내 아들 압살롬아 내 아들 내 아들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너를 대신하여 죽었더면, 압살롬 내 아들아 내 아들아 하였더라(18:33)


모든 억울함, 애통함, 비통함도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음을 놓치지 않는 다윗. 오직 하나님 주권 사상.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말씀하시며 이스라엘의 반석이 내게 이르시기를 사람을 공의로 다스리는 자,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다스리는 자여
그는 돋는 해의 아침 빛 같고 구름 없는 아침 같고 비 내린 후의 광선으로 땅에서 움이 돋는 새 풀 같으니라 하시도다(23:3-4)


22장은 내내 모든 것을 마무리하고 회고하며 다윗이 하나님께 쓰는 감사 편지 같았다면, 23절에는 하나님이 다윗에 대한 회고를 해주신다. 하나님이 다윗의 생애를 시편의 한 구절처럼 요약해주신다. 그 첫머리가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다스리는 자여(다윗), 너는 구름 끼지 않은 맑은 아침 햇살 같았다'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나는 끝에 반 이상의 무게를 둔다. 대부분 마지막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나의 일생의 끝에서 하나님이 나를 기억해주실 때도 꼭 그렇게 불러주시면 좋겠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여, 너는 비 내린 후 풀을 움트게 하는 햇빛 같았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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