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트레킹_다섯째날 2편

마흐띠니의 매력속으로

by 불나무

예약한 숙소에 짐을 풀었다. 체크인은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주인장과의 모든 의사소통은 왓츠앱을 통해 이루어졌고,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오늘의 숙소인 미디게스트룸은 낡고 오래된 건물에, 화장실, 샤워실은 공용이지만 혼자 하루를 보내기엔 충분했다.

주인장이 나의 니즈를 꿰뚫어 본 듯 침대 위에는 마흐띠니 관광가이드가 준비되어 있었다.

휴식을 취하며 식사와 도시 탐방을 위한 동선을 짰다. 여행 전에 체크해 두었던 레스토랑이 마침 마흐띠니의 명소 중 하나인 "라바티아즈 성" 바로 아래에 있다. 라바티아즈 성은 13세기에 세워진 중세 요새로, 마흐띠니 시내를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한다. 탑 위 전망대에 오르면 론 계곡과 알프스의 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고 한다.

식사 후에 성 투어를 하기로 하고,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Trattoria Casa Nostra. 이탈리안 식당이다.

이 좋은 날씨에 테라스에 손님이 없다니! 식당 내부에 들어가니 현지인 손님 두 명뿐이다. 인기가 없는 곳인가 싶어 내심 실망하며 테라스에서 식사가 가능한지 물었다. 주인장으로 보이는 아저씨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안되냐는 뜻이냐고 되물으니 상관없단다. 중심가에서 떨어진 외곽에 자리한 탓인지, 관광객, 특히 나 같은 동양인이 낯선 듯하다.

점심으로는 문어카르파쵸와 로제 와인을 픽했다.

얇게 썬 문어슬라이스 위에 레몬, 올리브오일, 파슬리 등이 토핑 되어 나왔고, 그 위에 후추를 잔뜩 갈아 올렸다. 상큼한 로제와 새콤 짭짤하며 쫄깃한 문어의 조합이 기가 막히다.

거기에 햇살 한 점까지 더해지니, 마치 가본 적도 없는 이탈리아 남부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다.

햇살과 뷰, 청량한 바람을 안주 삼아 와인을 음미하다 보니, 문어가 꽤 많이 남아버렸다. 남은 문어를 핑계 삼아 로컬 화이트 와인을 작은 병으로 추가했다. 유리병에 담겨 나온 와인은 바닐라, 꿀향이 스치며 너티하고 토스티한 여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만족스러운 점심이다.

식사를 마치고 예정대로 바티아즈 성으로 올랐다. 성을 지나 계속 오르다 보면 등산로가 나온다. 생각보다 경사가 제법 가파르다.

어느 정도 오르니 마흐띠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경사진 언덕을 따라 계단식으로 이어지는 포도밭과 길게 뻗은 론계곡의 물줄기, 맞은편으로 이어지는 알프스의 능선까지,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시선을 어디로 돌려도 햇살, 바람, 그리고 절경에 취한다.

마흐띠니는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도시적이면서 자연 친화적인 요소와, 현대적이면서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공존한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도 유난히 많다. 점심때 테라스를 스쳐 지나간 러너만 해도 여러 명이었다.

광장의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식사를 위해 눈여겨둔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이 고오급진 레스토랑의 이름은 Terre et mer.(친절함은 뭐 그닥 기대하지 말기를 바란다)

메뉴는 에스카르고와 씨바스다. 에스카르고에는 Favi Rouge(쉬라-피노누아 블렌드)를, 씨바스에는 Fendant 화이트를 페어링했다.

바질, 마늘, 올리브오일, 치즈가 어우러진 에스카르고는 레드와인의 허브향, 스파이시함을 만나 풍미가 한층 배가됐다. 씨바스는 엊그제와는 차원이 다른 맛. 껍질은 크리스피하고, 속살은 육즙을 잔뜩 머금어 촉촉하다. 버섯크림소스와 농밀한 생선기름의 맛이 레드와인과도 충분히 잘 맞물리고, 담백한 단백질의 결은 화이트의 드라이한 산도와 미네랄과 만나도 훌륭하다. 재방문의사 200%.

숙소로 돌아오는 길, 일식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단백질 위주의 식사가 계속되다 보니_아니, 오늘도 한잔 얼큰하게 걸친 탓에, 라면이 급 땡겼다. 유혹을 못 이기고 한그릇 주문해 자리에 앉았다. 후회는 내일의 내가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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