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트레킹_일곱째날 1편

마지막 트레킹

by 불나무

엑셀쉬어~몽땅베르~플랑드아귈전망대(트레킹 6시간, 31,000걸음)~샤모니시내(케이블카)

샤모니에서의 마지막 날.

숙소가 위치한 레틴(Les Tines, 샤모니의 북동쪽에 위치한 마을)에서 출발해 몽땅베르를 거쳐 플랑드아길까지 트레킹한 뒤 케이블카로 내려오는 코스다.

TMB코스가 대체로 2~3시간의 업힐에 3시간가량 다운힐로 이루어졌다면, 오늘 코스는 전 구간이 업힐이라 봐도 무방하다. TMB가 내게는 조금 평이했기에 마지막 날은 하드코어로 가보기로 했다.

7시경 숙소를 나섰다. 이른 아침만의 평화가 있다. 안개 낀 마을의 고요하고 촉촉한 기운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 열심히 눈에 담고, 사진을 찍으며 걸었다.

본격 루트에 들어서자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곳곳에 제법 가파른 구간이 체력을 소진시킨다. 확실히 TMB보다 난도가 있었다.

10시경 몽땅베르 메르드글라스에 도착했다. 깎아지른 설산을 코앞에서 조망하는 호텔이 있고, 그 바로 앞으로 산악열차가 지난다. 대부분 산악열차로 몽땅베르에 올라와 플랑드아길까지 걷거나, 반대로 케이블카로 플랑드아길에 올라 몽땅베르까지 걷는다. 몽땅베르~플랑드아길 구간은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이용해 덜 힘들게 멋진 뷰를 즐길 수 있고, 샤모니 시내에서 접근이 쉬워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트레킹코스다.

나는 산악열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서 몽땅베르까지 3시간, 그리고 또 플랑드아길까지 3시간. 거의 6시간 내내 오르막이라 힘들긴 했지만, 뷰는 정말 최고였다.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플랑드아귈에 닿으니 오후 1시 정각. 너무 지치고 목마른 상태라, 에귀디미디전망대까지 가보지 않고 바로 내려오기로 했다. (플랑드아귈은 샤모니 다운타운과 위쪽의 에귀디미디전망대를 오가는 케이블카의 중간 정류장이다.)

케이블카는 관광객으로 만석이었다. 다양한 국적의 여행자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떠들었다. 케이블카는 가파른 사면을 아주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기둥을 지날 때마다 크게 출렁거렸고, 다들 롤러코스터를 탄 듯 비명을 질렀다.

내려오자마자 급한 눈길로 식당을 찾았다. 눈에 들어온 식당의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손님이라곤 이미 식사를 마친 한 테이블뿐인데, 종업원을 불러도 오지 않는다. 차별인가. 5분 정도 더 기다리다가 배낭을 둘러매고 자리를 떴다.

다시 찾은 곳은 Casa Nonna. 내가 묵을 예정인 숙소 맞은편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깔끔하고 세련된 레스토랑에 들어서기엔, 흙 묻은 배낭과 등산화, 그리고 내 행색이 너무 누추하다. 종업원은 개의치 않고 나를 자리로 안내했다.

일단 드래프트비어 큰 잔을 시켜 꼴깍꼴깍 들이켜니 좀 살 것 같다. 새콤하고 쨍한 토마토스파게티가 땡기는데, 메뉴에 토마토베이스는 뇨끼뿐이다. 크림이나 오일보단 낫겠지 싶어 주문했다. 예상대로 토핑된 치즈와 뇨끼가 토마토의 새콤한 맛을 누른다. 하지만 내 취향의 문제이지, 꽤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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