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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Feb 24. 2024

'사 먹는 맛'을 가진 집밥.

크리스마스트리가 갖고 싶어서_17

        집밥을 먹게 되면서 배달앱을 끊고, 대신 유튜브를 자주 본다. 한때는 블로그에서 요리법을 찾곤 했지만 요즘은 유튜브에서 배우고 있다. 말이 배우는 거지 요리에는 정말 감이 없어서 한두 번 따라 해 먹고 나서도 세 번째가 되면 다시 찾아봐야 한다. 보고 또 보더라도 차라리 그게 낫다. 언감생심 몇 번 그들을 따라서 감으로 만들어 봤는데, 먹어 치우느라 혼났다.      


         요리에 취미가 없고, 식욕도 많지 않으며, 맛집에 대한 갈망도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음식이나 먹방 프로그램은 거의 보지 않는 편이다. 음식이나 먹방 프로그램이 유행될 때도, 고공행진을 할 때도 그 이유를 공감하지 못했다. 남이 만드는 거, 먹는 걸 왜 보는 거지? 한 마디로 ‘노 이해’.      


        요즘 음식을 만드는 콘텐츠나 먹방 콘텐츠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다. 궁금해서 나도 한번 해봤는데, 신기하게도 혼자가 아닌 그들과 같이 먹는 기분이었다. 내가 차린 밥상 외에 메뉴들을 나도 먹는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도 들었다. 역시 사람은 겪어보기 전에는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절대 단언해서 말을 하면 안 된다.      


        유튜브에는 뒤늦게 요리 콘텐츠에 맛 들인 나를 위한 수많은 요리 스승님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요즘 내가 가장 따르는 사부님은 어남 선생 레시피의 주인공 배우 류수영이다.      


        한동안 ‘된찌(된장찌개) 슬럼프’를 겪었다. 된장찌개는 내 최애 메뉴. 내가 요리는 못 해도 된장찌개만큼은 늘 맛있었는데 도통 예전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똑같이 하는 것 같은데 계속 실패였다. 따져보니 대략 6개월 만에 만들어 먹은 것 같았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정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너무 오랜만에 만들어서 감을 잃어버린 건가 싶다가도 된장찌개는 사실 난도 높은 레시피가 아니다.     


        방법을 못 찾고 헤매고 있을 때 알고리즘의 가호로 그의 평생 된장찌개 레시피가 나를 찾아왔다. 내 방식과 그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딱 하나만 빼고. 그동안 나는 된장에 고추장을 첨가하는 방식을 고수해 왔다. 그런데 고추장 대신 ‘이걸’ 넣으면 된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래!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비법은 고추장이 아닌 ‘쌈장’. 쌈장을 넣으면 사 먹는 된장찌개 맛이 난다는 거다. 하긴 너무 오래 사 먹기만 했으니까 입맛이 바뀐 걸지도 몰랐다. 해 먹던 대로가 아니라 ‘사 먹는 맛’. 거기에 해답이 있을 것 같았다. 당장 따라 해 본다. 결과는 대성공. 드디어 한 달여 만에 ‘된찌 슬럼프’를 벗어났다.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2007년 개봉한 영화 <식객>의 대사. 듣자마자 와하고 감탄했다. 물론 누군가는 그게 왜 꼭 어머니의 숫자여야 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전적으로 어머니여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게 누구든 사랑으로 만들어주는 음식은 최고의 맛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므로 그게 누구인가는 중요치 않다. 아버지가 될 수도, 연인이 될 수도, 할머니가 될 수도 혹은 자식이 될 수도 있다.


        그런 누군가의 손맛이 최고로 꼽히던 시절을 지나 언제부터인가 ‘사 먹는 맛’ ‘파는 맛’이 최고의 맛으로 꼽힌다. 내가 사 먹는 된장찌개 맛이라는 말에 혹했듯이.


        그럼 내가 만든 된장찌개는 집밥이 수 있는 걸까, 단지 사 먹는 맛을 흉내 낸 팔지 않는 음식인 걸까.


        하나는 분명하다. 만약 세상의 모든 맛있는 음식의 숫자가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 세상 사람들의 숫자와 같다면 그 숫자에서 나는 빠져야 한다. 하하하. 뭐, 그러면 어떤가. 나는 내가 만든 음식이 때로는 아주 맛있고, 때로는 그럭저럭 먹을 만 하기만 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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