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파리에서 각오해야 하는 것!
어쩐지 파리는 1월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 물론 제가 1월에 파리를 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하하. 1월 파리는 왠지 쓸쓸함과 고독함이 느껴지는 데, 그게 굉장히 '파리답다'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1월 파리의 실상은 추워도 너~~~~~~무 춥습니다! '겨울이니까 당연히 춥지'라고 하겠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추웠고, 무엇보다 비는 왜 그렇게 자주 오는지... 하도 자주 오니까 파리 사람들은 웬만큼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아우터의 모자를 덮어쓴 채 각자의 길을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지라 우산 쓴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게 파리지엥의 스웩! 인가했는데, 비를 맞고 다니는 건 그들에게 익숙한 일상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남짓 있어본 결과, 하루 이틀 지나니 우리도 그들과 똑같아지더라고요. '우산 따위 필요 없어'
비 보다 더 괴로운 건 사실 바람이었습니다. 걸으면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지만 새찬 바람 때문에 저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발걸음은 빨라지고, 바람을 피하려 코트 모자를 덮어쓴 채 땅만 보고 걸어야 했거든요.
1월 파리에 갈 때는 다른 옷보다 외투를 다양하게 준비하세요. 저는 분명 매일 다른 옷을 입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하나 가져간 아우터로 꽁꽁 싸맸고 다녔니 사진 속 저는 단벌 차림으로만 보이는 진한 아쉬움... 그리고 이왕이면 방수가 되는 모자 달린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습니다. 우산은 너무 거추장스러워요.
파리의 칼날 같은 찬 바람을 얼굴로 맞으며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는 길
은 더더더더! 추웠습니다. 센 강을 따라 걸으니 강바람까지 더해져서 '아, 나 이 여행 잘 다닐 수 있을까?' 그런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분명 여유를 느끼려고 자유여행을 왔건만 빨라진 발걸음 탓에 어느새 패키지여행 못지않게 빡빡한 일정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나참... 하아... 그렇게 엄청난 맹추위에 고군분투하면서도 내심 마음 한편으로는 사진으로도 많이 봤고, TV에서도 많이 봐서 별 감흥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 그럴 때 있잖아요. 볼 타이밍 놓쳐서 이미 천만 영화가 된 영화를 뒤늦게 봤을 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라며 실망하게 될 때. 그래서 노트르담 대성당도 '생각보다 별로 일 수 있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갔죠.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게 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너무 뻔한 표현이지만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황홀했습니다.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감탄할 수밖에 없는데요. 작은 조각 하나에서까지 느껴지는 섬세함은 '이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라고 의아함이 들 정도로 말 그대로 예술 그 자체였습니다. 감탄을 하며 한 바퀴 쭉 돌아보고 있는데,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왠지 줄을 서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뭔지도 모르고 일단 줄부터 섰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종탑 가는 대기 줄이었어요. 사실 저희는 종탑을 갈 생각은 없었거든요. 종탑까지 올라가야 하는 계단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기줄을 이탈하려고 했는데 우리 뒤를 보니 사람들이 엄청 서 있는 거예요. 사람 마음 간사한 게 왠지 이대로 안 올라가기는 조금 아쉬울 것 같은 생각에 그냥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거기다 뮤지엄 패스가 있으면 입장료도 무료니 가는 게 소위 말하는 '남는 장사', '뽕 뽑기'일 것 같았죠.
아, 그런데 계단이 정말 많더라고요. 실제 개수는 386개라고 하는데 체감상으로는 3천 개는 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럴 때 진짜 상상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하는 저의 저질체력! 그거 올라가는 데 헛구역질까지 할 일입니까?
그냥 올라오지 말걸 그랬나?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그 길은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좁은 계단이 었고, 제 뒤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빈틈없이 일렬로 올라오고 있었거든요. 거기서 포기하면 국제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하는 수 없이 위만 보고 미친 듯이 올라가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 자신과의 싸움을 힘겹게 마치고 드디어 46m의 꼭대기에 도착. 그때 제가 무슨 생각했는지 아세요?
아... 여기를 내가
안 오려고 했다니...
맙소사!
이래서(?) 파리가 예술가들의 도시이구나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데 정말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 그림들이 순식간에 잊힐 만큼 그림 같은 풍경이었습니다. 그림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내가 보고 있는 이 순간보다 훌륭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이란 화가에게는 필연 같은 것일 터, 파리를 왜 예술가들의 도시라고 하는지 그 전경을 보는 순간 알 것 같았습니다. 비록 제게는 그림 재능은 없었지만 그 대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끝없는 욕망이 멈출 줄 몰랐던 건 분명합니다. 눈으로 봐도 아름답고 사진으로 봐도 멋지고! '내가 알고 보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닐까'하는 괜한 기대까지 하게 만드는 곳. 1월 파리의 차가운 칼바람 속에도 추위를 느낄 수 없을 만큼 저는 황홀경에 빠져있었습니다.
여행에서 랜드마크를 대부분 가고 싶어 하는 데에는 아마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분명 있을 테고, 그 이유를 자신이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일 겁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같은 곳을 가고, 보더라도 같은 순간을 갖게 되는 건 아니죠. 그곳의 온도가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구름이 다르고, 햇살이 다르고, 혼자였기에 다르고, 누군가와 함께였기에 다르고... 그래서 파리의 어디가 가장 좋았냐는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이날 노트르담 대성당 종탑에서 본 파리의 모습이 가장 좋았고, 아름다웠습니다. 그 순간 모든 것이 완벽했던 겁니다. 바람도, 구름도, 햇살도 그리고 당신과 나도!
여러분은 파리의 무엇이 가장 좋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