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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ra Kim May 10. 2021

왜 삶을 부정하는 것이 더 쉬울까

인생은 어쩌면 발동기를 털털거리며 나아가는 통통배 같다. 초고속으로 곧게, 쉽게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인생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무엇이 되었든, 한 인생을 쥐흔들거나, 삐걱거리게 하는 일은 꼭 하나씩 있게 마련이다. 원래 '인생이 누구에게나 털털거리는 낡은 배' 정도라고 생각하면 나만 억울해진 마음은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목적지를 향해 한 인생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일. 즉, 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또 우리네 인생의 열심이고 삶의 이유가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언제나 힘들었던 것 같다. 인간관계가 힘들거나,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 해서, 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서, 연애가 내 마음 같지 않아서, 결혼하고 나서는 남편과 의견이 엇갈려서, 아이가 잘 안 생겨서, 아이가 늦되어서, 둘 아이 육아가 고단해서......이유는 다양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내 삶에 성취가 전혀 없었던가? 그렇지만은 않다. 그런데도 나에게서 성취는 계속해서 잊혀져 왔다.          


한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새 그 고민은 잊혀지고, 또 다른 고민으로 머리를 싸맨다. 그러니 나는 복잡하고 고매한척 해왔지만, 실은 너무 단순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은 왜 이토록 좌절감으로만 쉽게 물들까. 매순간 보다 잘 살고 싶은 욕심이 앞서서 일지도 모르겠다. 나 자신의 창조 목적에 맞게 잘 살고 싶어서, 보다 좋은 그림의 가족을 이루고 싶어서. 그렇다. 언제나 그 욕심이 나를 만족이 아닌 부족감에만 사로잡히게 했다. 이걸 채우면, 다른 채울 꺼리가 뒤따르니 어찌 보면, 좌절이 습관이 된 것이다. 그리고 좌절은 편하고 쉽다. 그리고 남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 순간만큼은 나자신에게만 향한 죄책감의 무게도 덜어낼 수 있다. 이렇게 좌절은 너무나 간편하다. 겨우겨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 목표치에 내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생각이 나를 지배해 버린다. 그 생각은 물감이 습자지에 번지듯 쉽다.           


그러니 잘 살고 있다고 긍정하기란,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전혀 그것을 도와주지 않는다. 나의 성취를 기뻐하고, 나의 작은 감사꺼리에 족하다고 느낄 시간이 있을지언정 그것은 너무도 짧다. 마치 산업화 초기에, 갑작스런 대량생산의 경이로움 만큼이나 남들의 행복과 그것을 시각화한 sns와 그 이미지들이 도처에 널렸기 때문이다. “거봐, 내가 착각한 거였어. 내가 무슨 대단한 성취란 걸 하겠어? 남들의 성취에 비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구” 라며, 좌절모드로 나를 쉬이 잡아끈다. 악마의 속삭임인 것이다.           


 “무슨 일 있어?” 나를 언제나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별도로 게시하지 않은 내가 걱정되어서 라고 했다. 나의 대답은 “귀찮아서요.” 였다. 사진을 업데이트 해야한다는 강박 아닌 강박, 별다른 새로운 삶이 없을 때는 뭔가 뒤쳐진 것만 같은 마음이 들지도 모를 일이고, 내가 현재 어떤 핫한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때의 뿌듯함은 있을 지 언정, 그렇지 못 했을 때의 좌절감이 주는 그 고약한 마음의 상태도 싫다. 그러니 남이 보는 나에 대한 시선을 완전히 걷어내고 싶었달까. 나는 내가 그렇게 연약한 존재임을 안다. 그러니, 그것을 잘 컨트롤 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완전히 관심을 끊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여기에는 거꾸로 자기애, 즉 내 삶에 대한 지독한 긍정이 존재함을. 결코 내 삶을 좌절감으로 던져지게 하지 않겠다는 처절한 자기 보호의 행동일 것이다.      


삶은 언제나 흘러간다. 그러니 그 순간은 지나가고, 또 다른 삶이 다가온다. 내가 사진으로 게시한 그것은 어느새 과거의 영광일 뿐이며. 그럼에도 자꾸만 핸드폰을 확인한다. 나의 마음이 그곳으로 나를 자꾸만 잡아끈다. 내가 이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게 있을 꺼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그것이 악마의 속삭임이라는 것만 안다면, 그럭저럭 괜찮다. 알아차린 것만으로 유혹을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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