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을 인생의 낙으로 생각하며 사는 사람을 볼 때
한심했던 분들 계실까요?
저요! 제가 그랬습니다!
무언가 낭비를 꼭 해야한다면,
저 넓은 세계를 향해,
여행의 자유를 누리는 쪽에 더 가치를 두던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코로나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던 시절이 있었지요.
가고 싶어도 모두가 다 가지 못했던 때는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나만 못 떠나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때가 온 거죠.
마치 다시 코로나 시절로 회귀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공포라도 생긴 걸까요.
휴가에, 피서에, 방학에, 모두들 기차를 타고, 비행기를 타고,
나만 빼고 다들 여유로이, 자유로이 떠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떠나지 못하고 남은 자의 마음에,
누군가의 여행 사진, 어디를 예약했다, 다녀왔다는 이야기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대고, 너무나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저는 너무 욕심쟁이 일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제 욕망에 솔직합니다.
태어나서, 눈을 뜨고, 두 발로 갈 수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가서, 많은 것들을 보고싶습니다.
먼 땅까지 기꺼이 걸음해서,
세상이 넓음을 굳이 두 발로 이해하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많은 것들과 부딫히며, 나의 작음을 자꾸만 알아가며, 나이들고 싶습니다.
단지, 남보다 내가 지는 것 같은 마음
혹은 단순한 부러움이 아니라,
나도 여행을 너무 사랑하지만,
떠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속상한 것이지요.
알 사람만 알 마음입니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물건이라도 실컷 구경합니다.
그리고 소유해 봅니다.
소유하기 위해, 새로운 돈벌이를 계속 궁리합니다.
아름다운 물건들에 눈을 뜹니다.
그 아름다움의 가치를 존중합니다.
곧장 여행하지 못하지만,
가방을 10개 사도, 여행하고 온 자의 그 충만한 기쁨에 가닿을 수도 없을 테지만,
그 마음을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도 없지만,
이해 받을 필요도 없구요.
무엇을 자유롭게 못한다는 그 마음의 부자유함이
나의 삶을 잠식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내가 한 경제활동을 통해서,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아름다운 물건들을
소비하는 자유를 누리든, 다른 방식의 자유라도 내가 반드시 누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육아를 하는 많은 여성들이, 쇼핑으로 저급하게 자신의 욕망을 푼다고 말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러가지 자유 중에,
하나의 자유를 누리는 것임을 존중받기를 원합니다.
발달이 늦은 아이, 장애 아이, 연년생, 쌍둥이를 키우는 중인 사람들, 아픈 가족을 둔 처지라, 마음 편히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경우. 멀리 일하러간 가족이 있는 경우.
조금만 더 있다가 여행하자며,
조금씩 그 시기를 미루고 있으신가요?
이런 처지의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푹 숙이고, 침울한 표정으로,
모든 것을 중단한 사람들처럼 살아야 하나요?
꼭 그래야 하는 법은 없습니다.
이 시간을
타인이 기대하는 스테레오 타입으로 살 필요는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으며, 이 시간이 가진 의미에 온몸을 던져 알아가 봅시다.
그리고 서로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각자의 욕망을 솔직하게 바라봄을 격려해 주면 좋겠습니다.
떠날 수 있는 날이 분명 올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어도,
지금 바로 이 순간, 자유할 수 있는 무엇을 누리며,
자신의 인생을 무언가 발목 잡고 있는 것이 있다해도,
타인이나, 상황이나, 물질이, 결코 빼앗을 수 없는
그 '자유함'을 반드시 누리며 사는 각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자신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인지,
이참에 꼭 찾을 수 있기를요.
그게 물건을 소비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이때가 아니면 읽을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책을 읽는 시간으로 활용하거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고, 설계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기회로 살거나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묶여있는 삶이 아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삶이 살만해 지기를 바라봅니다.
오늘 나의 에너지를 즐거이 쏟을 곳을 찾아봅니다.
어디에도 지지않고, 나 자신을 가득 채울 기쁨을 찾아서,
이 시간을 누리는 하루를 살아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