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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삽질하는 오여사 Mar 28. 2018

중2병 아들의 민낯

엄마. 사진이 좋아요

낮에 일이있어서 일찍 퇴근하여 안방에서 쉬고 있었다.

자기 스스로 중2로 정의한 아들이 4:30분 하교를 하였다.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지만 몸을 일으키기 귀찮아서 그냥 누워있었다. 아들은 내가 있는지 모르는 듯, 집에 오자마자 2층으로 올라갔다.


16층 아파트 탑층에 살다보니 다락방과 테라스가 연결되어 있고 테라스를 열면 개방된 옥상이 나오는데. 중이병이 하교 후 테라스로 올라가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그러더니 아들은 오르락내리락하며 2번정도 왔다갔다하고...

그리고 5분 정도 지났나, 아들의 친구가 방문.


못 볼것을 보고 말았다.

사춘기 중2 남학생들의 민낯을...


아들과 아들의 친구는 게임을 좋아하지만 평소 예의바르고 나름 할일도 알아서하고..

다른집 아들들과 비슷하게 게으르고 게임 좋아하고 친구좋아하는 것만 빼면 딱히 나무랄 것이 없는 평범한 중학생인데... 아이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은 절반이 욕.. 비속어... ㅆㅂ ㅈㄱㄷ....


아들과 친구는 컵라면을 먹으려는 듯 커피포트에 물을 끓이는거 같았고...


아들 친구: 야, 숙제 다했냐?

아들: 아니. 어제 엄마가 다 했냐고 물어봐서 졸려서 다 했다고했는데... 안했지...

아들 친구: 나도.. 난 하기 싫어서 학교에 놓고왔어.

아들, 친구: ㅋㅋㅋ


그리고 둘은 욕인지 말인지.. 알수 없는 대화를 나누며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하고..


방에서 문자를 보냈다..

뭐하니, 뭐하니...


아들이 조용히 내 방문을 열더니 내가 누워있는 것을 확인하더니...

갑자기 온 집안에 적막이 흐르고..

아이들은 놀라서 자기네 방에 들어가서 작전을 세우는 듯했다.

그리고 3분정도 지났을까... 후다닥 집을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말하기도 짜증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남편에게 SOS를 쳤다. 남편은 사태를 파악하고...





아들은 10시가 되어 집에 왔다.

완전 고분고분, 순수한 아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눈치를 슬금슬금보며...

저녁을 차려주는데 문득 "엄마. 나 사진이 너무 좋고 재밌어요"하며 사진을 보여준다.



들락날락한 이유가 하교하며 노을을 보고 집에서 사진으로 찍고 싶어서였나보다

아들의 사진을 보며 마음이 가라앚는다.


어디서 제대로 배운것도 아닌데 채도 감도 조리개 빛조절.. 썰을 풀며...
경험으로 설명하고 사진이야기를 늘어놓는 모습을 보며 또 한번 낯선 아들을 보았다.

사진은 같은 사진 다른 느낌

"엄마, 이건, ....를 다르게하고.. ㅇ.... 세팅하고 찍은거에요.. "

"이건 느낌이 아주 다르죠?..."


모든 것이 녹아내렸다.

자신이 좋아하는거, 관심있는거, 하나씩 찾아가며..

나름... 성장하고 있는 중2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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