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은 숲이 얼마나 많을까? 어떤 종류의 베리들이 자라고 있을까?
스웨덴에 살면서 좋은 점 중 하나는 멋진 자연을 즐기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 교환학생 시절에 나는 시간이 정말 많이 남아서 심심할 때마다 집 뒷 숲에 가곤 했다. 나만 숲을 즐기던 게 아니라 숲에 가면 다른 친구들도 운동 혹은 산책을 하고 있어서 마주치곤 했었다. 지금은 물론 석사과정에 있어서 그때만큼 숲에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내가 등교하는 길이 숲길을 잠깐 지나야 하고 작은 들판을 거쳐서 자연을 매일매일 즐길 수 있다.
지금 계절에는 특히 숲에서 많은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버섯과 베리들이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숲이 그늘이 많이 지고 축축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버섯과 베리들이 있다. 나는 버섯은 혹시 독이 있을지 몰라서 따 보지 않았지만, 베리들을 집 가까이 있는 숲에서 따먹어 보았다!
이번 포스트에는 스웨덴의 숲에 대해서 알아보고, 스웨덴에서 볼 수 있는 특이한 종류의 베리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스웨덴의 숲
2. 스웨덴의 베리
2.1 링곤베리 (lingonberry)
2.2 클라우드 베리 (clowdberry)
2.3 빌베리 (bilberry)
3. 스웨덴에서 베리 따기
스웨덴은 숲이 정말 많다. 한국에 산이 많다면 스웨덴에는 숲이 많다. 스웨덴은 스칸디나비아의 산맥에 빗겨져 있기 때문에 완만한 지형이 많기 들판, 호수, 숲이 많다. 반면에 노르웨이 같은 경우에는 나라 전체가 산맥 위에 있다고 볼 수도 있을 만큼 지형이 다이나믹 하고 피요르드, 폭포, 산이 많다. 그래서 '북유럽 자연'이라고 할 때 웅장하고 다이나믹한 풍경은 노르웨이, 평화롭고 잔잔한 풍경은 스웨덴에 있다.
스웨덴 국지의 57% ( 30억 m^2 = 9억 평 = 2300만 헥타르 )가 숲이라고 한다. 아래 파이 그래프는 스웨덴 지형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반 이상은 숲이고 그 나머지마저도 습지, 돌, 산, 경작지이고 사람이 사는 건물이 있는 지형은 190만 헥타르 (스웨덴 전체의 5프로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사실 분표를 보고 내가 생각한 스웨덴의 지형과 달라 조금 놀랐다. 내가 느끼기에 스웨덴은 돌로 이루어진 나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돌로 된 지형이 많은데 실제로 돌은 100만 헥타르 밖에 되지 않는다.
아래의 그림은 같은 사이트에서 발견한 스웨덴의 나무 종류의 분포와 숲의 소유권 분포이다. 주제와 벗어나지만, 스웨덴에 대해서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찾다 보면 많은 자료들이 스웨덴 정부기관 홈페이지들에 잘 계량화+디자인되어있는 것 을 볼 수 있다. 물론 큰 인사이트를 주는 것들이 아닐지라도 사소한 정보들을 재미있게 설명해 놓은 것들이 정말 배울만한 점인 것 같다.
숲에 대해 또 다른 신기한 점은 숲의 대부분이 개인 소유지이다. 하지만 아무리 소유권이 있는 땅이라도 스웨덴에서는 자연에서 나는 것들을 (소유권을 해 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합법적으로 따먹을 수 있다.
우선 스웨덴의 대표적인 베리를 꼽으라고 하면 '링곤베리'라고 말할 수 있다. 링곤베리의 수확기는 8월에서 10월까지이다. 2년 전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있었을 때에는 링곤베리가 열매로 나는 시기가 아니어서 항상 링곤베리 열매가 어떤 맛일지 궁금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먹어보니 열매 자체가 맛있는 과일은 아닌 것 같다. 맛이 너무 시큼하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링곤베리를 열매 그대로 먹진 않고 잼으로 만들어서 먹는다. 나는 잼은 빵에만 발라먹을 줄 알았는데, 빵뿐 아니라 잼을 식사에 곁들여 먹는다. 전통 음식인 미트볼과 으깬 감자를 스웨덴 사람들은 링곤베리 잼에 곁들여 먹는다 (광명 이케아에서도 먹을 수 있다!!).
내가 본 링곤베리 잼과의 가장 특이한 조합은.. 선지 부침개(blood pancake)와 링곤베리 잼을 함께 먹는 것이었다. 저번 주에 친구가 점심 도시락으로 선지와 밀가루를 범벅해서 만든 부침개를 만들어 와서는 링곤베리 잼과 곁들여 먹었다. 그냥 볼 수만은 없어서 한입만 달라고 해서 먹어봤는데... 생각과 달리 정말 맛있었다... (주제는 링곤베리 잼이지만) 선지 부침개는 감자전처럼 맛있었다. 함께 가져온 링곤베리 잼은 어머니께서 직접 만드신 잼이라고 했다. 부침개와 링곤베리 잼을 곁들여 먹으니 단짠단짠의 조화라고 해야 하나... 상상과 달리 정말 맛있었다..
클라우드 베리는 북극 혹은 고도가 높은 지대에서만 자라는 특이한 베리이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건강식품이라고 한다. 스웨덴 안에서도 라플란드 지방 쪽에서만 생산되는 특이한 베리 종류이기 때문에 클라우드 베리를 열매 자체로는 먹을 기회가 없었다.
클라우드 베리 역시 링곤베리처럼 신맛이 강해서 열매 자체로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래도 단맛보단 신맛이 많이 나는 과일인 것 같다. 내가 먹어본 클라우드 베리는 클라우드 베리로 만든 조각 케이크였다. 맛은 사실 블루베리나 딸기처럼 달고 맛있지는 않았지만, 케이크로 달콤하게 만드니 비로소 맛있어진 맛이었다.
또 다른 클라우드 베리로 만든 상품으로는 Kopparberg에서 나온 사이다가 있다. 한국에서 '사이다'라고 하면 칠성사이다 나 스프라이트 같은 탄산음료이지만, 스웨덴에서는 2도에서 8도 사이의 과일향 탄산주를 cider라고 부른다. 유명한 사이다 브랜드는 Somersby, Kopparberg, Briska, Rekorderlig 등이 있고, 맛은 사과 배 딸기 등이 있다. 나는 Kopparberg에서 나온 cloudberry 사이다를 마셔봤는데, 다른 과일 맛에 비해서는 달지 않았지만도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사실 한 번밖에 먹어본 적이 없어서 다시 먹어보고 싶었는데, 클라우드 베리 맛이 인기가 없었는지(아니면 다 팔린 것일 수도 있겠지만도).. 그때 이후로는 가게에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블루베리는 북유럽 지방이 아니어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우리에게 비교적으로 친숙한 과일이다! 블루베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한국에서 많이 보던 블루베리는 American blueberry이고, 스웨덴에서의 블루베리는 bilberry이다.
두 열매의 차이에 대해서 말하자면 나는 식물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할 순 없지만, 내 생각에는 blueberry는 키가 크고 잎이 두껍고 반짝이는 교목에서 자라고 열매의 끝이 뾰족하고, bilberry는 키가 작고 잎이 부드러운 관목에서 자라고 열매의 끝이 둥글다. 열매의 맛을 비교해 보자면 blueberyy가 열매가 크고 과즙이 많고 달콤하다면 bilberry는 열매가 작고 튼튼하고 약간 신맛이 난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좌측은 American blueberry이고 우측은 스웨덴 웁살라에서 자라는 bilberry이다.
스웨덴 사람들이 블루베리를 먹는 방식은 우리와 거의 비슷하다. 잼으로 만들어서 먹기도 하고, 과일 그대로 먹기도 한다. 그래도 뭔가 특이점을 찾아보자면, 스웨덴 사람들은 요구르트에 블루베리와 견과류를 섞어서 먹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2년 전 겨울에 처음으로 스웨덴의 숲을 가게 되었는데, 그때 베리 나무들을 본 이후로 베리 열매가 나는 것을 보고 싶어 했었다. 봄이 오기 시작한 순간부터 베리 열매가 열리는지 계속 가서 확인하고 빨리 날씨가 풀리기를 기다렸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직전에 베리 열매가 열린 것을 보고, 이번 석사 과정으로 다시 돌아온 지금 다시 베리들을 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내가 베리를 본 곳들을 말하자면, 웁살라에는 도심 숲인 Sommaro 에 베리가 많이 자라고 있고, 스톡홀름에는 Flemingsberg에 있는 숲에서 베리를 봤다. 이 곳들이 특별히 베리가 잘 나는 곳은 아니며, 스웨덴의 대부분 숲에는 베리가 자라고 있다고 한다! 혹시라도.. 이곳들이 가깝다면 이곳에서 베리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하지만, 아니라면 주변에 있는 숲을 가도 베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숲에 들어가면 베리가 정말 많은데,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베리를 지나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베리 나무의 키는 무릎 정도까지밖에 오지 않기 때문에 우리 눈높이에서 보면 보이지 않고, 땅에 쭈그려 앉으면 비로소 찾을 수 있다!
빌베리 나무는 아래의 두 사진처럼 생겼다. 여름에는 좌측의 사진처럼 열매가 무성하고, 겨울에는 눈 속에 파묻혀있다.
숲에서 베리 나무가 모여있는 곳에 들어가면 베리 나무가 눈 끝까지 차있어서 온통 베리로 둘러싸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많은 베리를 누가 다 먹을까 싶기도 하고 겨울이 돼서 이 베리가 다 져버린다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내가 딴 베리들이다! 빌베리가 대부분이고 위에는 소개하지 않았지만 라즈베리 몇 개를 땄다! 그리고 아래의 사진 가운데에 자세히 보면 거미도 있다! 이 날 베리를 따면서 거미를 10마리는 넘게 만진 것 같다! 과일을 사 먹을 때는 잘 몰랐는데 직접 베리를 따 보니 숲에 작은 벌레들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는 과일을 깨끗하게 씻어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주말에 뭐했냐고 물어봐서 베리를 따왔다고 말하니, 따온 베리로 다들 파이를 만들어 먹으라고 추천해줬다! 파이를 만들었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요리를 잘못해서 그냥 요구르트에 뿌려서 먹고 끝냈다! 다음에 또 베를 따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베이킹을 해봐야겠다!
+ 베리 말고 동물들
스웨덴 숲에는 동물들도 많이 살고 있다. 스웨덴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울타리도 넓게 쳐져있어서, 사육되어 있는 동물들도 뛰어다닐 수 있을 만큼 넓은 울타리 안에 살고 있어서 자유로워 보인다. 나는 숲에서 토끼 사슴 말 소 양을 본 적이 있다. 강가에는 오리와 백조도 산다. 특히나 스웨덴 숲에는 말이 정말 많다. 통근열차나 마을버를 타면 말이 있는 평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웁살라와 스톡홀름은 비교적 남쪽에 있어서 무스나 순록은 없지만, 북쪽 스웨덴에서는 무스나 순록도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내가 교환학생 때 살던 마을의 björnkullar라고 곰 산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었다. 예전에 곰이 살던 산이어서 운이 좋으면 (나쁘면) 뒷산에서 곰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