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석사생이 생각하는 스웨덴의 합리적인 교육방식
스웨덴은 본질에 집중하는 사회인 것 같다. 내가 경험한 스웨덴의 교육 환경 역시 합리적이고 공부라는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나는 웁살라 대학교에서 통계학 석사과정에 있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에서는 내가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아 스웨덴에서 오길 잘했다'라고 생각한 공부 환경의 이점 5가지를 소개해보고 싶다.
우선 시작하기 앞서서 우리 프로그램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나는 2년짜리 120학점 석사 프로그램에 첫 학기를 다니고 있다. 첫 1년 동안은 수업을 통해 석사과정에서 필요한 이론들을 배우고, 다음 1년부터는 구체적인 연구분야를 선택해서 마지막 학기에 논물을 쓰게 되는 프로그램이다. 우리 과는 연구분야를 'Time series analysis and econometrics'이나 'Structural Equation Modeling'에서 선택한다.
학교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다음에 다른 포스팅으로 돌아오도록 하고, 오늘은 내가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에서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좋았던 이점 5가지를 소개해보고 싶다.
스웨덴의 석사 환경의 좋은 점 5가지
1. 영어
2. 피드백
3. 수업의 사이클
4. 수업의 방식
5. 경쟁 없는 성적
스웨덴은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지만 영어를 잘하는 국가 2위에 올랐다 (2015년에는 1위였고, 2017년도 결과는 3일 후에 공개된다).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석사 프로그램부터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나 같은 외국인 학생도 이렇게 학교를 큰 어려움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 스웨덴어로 진행된다고 공지된 수업이라도, 수업에 한 사람이라도 스웨덴어를 모른다면 그 수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진행해 준다.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로 이야기하는 것을 정말 쿨하다고 생각하고 즐긴다고 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스웨덴사람들에게 정말 고마웠던 것이, 스웨덴어를 모르는사람이 있다면 영어로 이야기해준다. 수업뿐만 아니라 밥 먹을 때도 혹은 쇼핑을 할 때도 처음에는 스웨덴어로 이야기하다가 내가 스웨덴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영어 바꿔서 이야기 해주곤 한다. 언어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 대하는 배려심도 깊은 것 같다.
읽어야 할 것들, 들어야 할 것들은 모두 영어로 나와있고, 스웨덴 사람의 대부분이 영어를 유창하게 잘하기 때문에 사실상 스웨덴에서 스웨덴어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많지 않다. 스웨덴어가 모국어라서 힘든 점이라고 한다면 슈퍼에서 장 볼 때가 가장 힘들고, 그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가 없어서 힘들다.
물론 미국이나 영국만큼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래도 스웨덴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영국인 미국인과 이야기하면, '와 역시 원어민은 다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표현하는 단어의 다양성이나 속도는 원어민과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스웨덴어를 알지 못한 채 스웨덴에서 공부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언어가 문제가 된 적은 많지 않은 것 같고, 그건 스웨덴에 영어 인프라가 잘 구축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아직까진 영어로 불편한 경험을 하지 못했고, 전반적인 스웨덴 교육환경을 말하자면 영어는 좋은 점 0순위인 것 같다.
한국 교육환경과 스웨덴을 비교했을 때 가장 좋은 점을 꼽으라고 하면 피드백을 정확하게 받을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석사를 했다면 학부 시절과 달리 교수님과 interaction이 많아지면서 많은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았을 것 같다. 따라서 한국 석사와 스웨덴 석사의 차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내가 이전에 느꼈던 한국 교육환경과 스웨덴 교육환경의 차이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우선 피드백을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생길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학생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한 과목당 적어도 40명 이상은 수강했었는데, 지금 내가 듣고있는 과목들은 15명 내외이다. 그래서 그런지 교수님께 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강의 도중에 교수님께 질문을 할 수 있는 용자보다는 내 질문에도 자신이 없는 소극적인 학생이었다. 수업 도중에 궁금한 것이 있다면 주변 친구들에게 슬쩍 물어보고, 해결이 되지 않더라도 교수님께 직접 가서 여쭤본 적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교수님도 학생들이 질문하기를 바라시고 여쭤보면 친절하게 답변해 주셨겠지만, 나는 그렇게 적극적인 학생이 아니었고 뭔가 강의 분위기도 나서서 질문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전히 나는 나서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질문이 있다면 교수님께 찾아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수업 도중에 질문을 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우선 스웨덴에서는 수업 도중에 친구와 속닥거리는 것이 예의가 없는 행동이기도 하고, 나 말고도 많은 학생들이 교수님께 바로바로 질문하기 때문에 나도 자연스럽게 그런 수업 방식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업뿐 아니라 과제 혹은 시험의 채점 방식 또한 결과에 내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정확한 기준에 의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 스웨덴에 오기 전에는 과제의 채점기준이나 내 과제가 얼마나 틀렸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 학생이 너무 많아서 교수님이 내 과제를 읽으셨을까에 대한 의문도 많았고 제출 여부만으로 과제 점수가 채점되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적어도 내가 듣고 있는 프로그램에서는) 학생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과제 채점의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채점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공개해주고 있다.
특히 프로그래밍이나 수학 같은 경우에는 남이 푼 공식이나 코드를 읽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결과만 맞으면 되지, 그 과정까지 일일이 확인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웁살라 대학교에서는 내가 배운 것에 대한 피드백을 바로바로 받을 수 있어서 정말 놀랍고 좋았다. 아래의 사진은 내가 과제로 제출한 pdf파일이다. 점수가 나올 때 교수님이 코멘트를 단 채첨 된 파일을 다시 받을 수 있었다. 파일에서는 점수는 물론이고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꼼꼼히 피드백받을 수 있었다. 13페이지의 과제였는데 메모지가 24개나 붙어서 돌아왔다.
스웨덴만의 특이한 교육방식이 있다면 과목들을 집중적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보통 한 학기에 6과목 18학점을 듣고, 모든 과목은 1주 차부터 16주 차까지 연속적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특이하게 한 학기는 2 싸이클로 나누어지고, 한 사이클에 2과목씩 집중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동시에 6과목을 모두 공부해야 했다면 스웨덴에서는 2과목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교육과정의 장점이라고 한다면 시간적 효율성과 공부의 집중도라고 말할 수 있는 것 같다. 첫 2주를 모든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며, 모든 과목의 시험 기간이 겹쳐서 어떤 과목을 신경을 쓰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
스웨덴에서 수업은 크게 3가지로, Lecture(강의), Seminar(세미나), Lab(실습)로 나누어져 있다. 한국에서의 대부분의 수업이 강의와 실습뿐이었기 때문에 특히나 세미나라는 수업 방식은 나에게 정말 새로운 수업방식이었다.
Seminar는 학생의 참여를 요구하는 수업이다. 아무래도 토론식이 많아서 이공계보다는 문과에서 많이 이루어지는 수업인 것 같다. 석사과정으로 온 이후로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Seminar가 없었기 때문에, 최근에 Seminar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교환학생 시절의 Seminar를 통해 이야기해보겠다.
교환학생 시절 내가 수강했던 수업의 대부분은 Seminar로 진행되었다. 학교는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가면 됐었는데, 그렇다고 공부해야 하는 양이 적었다고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Seminar를 참여하기 위해서는 2~4 개의 논문을 읽어가야 했고, 토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주장을 말하기 위해서는 논문을 이해하고 생각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Seminar는 보통 3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수강하는 인원이 20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나는 15분 이상은 말해야 했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적극적인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Seminar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었다. 여전히 토론과 발표가 있는 Seminar는 피하고 싶다. 그래도 반박할 수 없는 것은 가르침을 받기만 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seminar가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교육방식인 것 같다.
교환학생 시절 수강했던 'Gender and Sex Equaility in Sweden'같은 경우에는 Seminar가 빛을 발하는 수업이었다. 나는 양성평등이나 성소수자에 대한 생각을 크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수강생들 중 반 이상이 성소수자였고 스웨덴 학생과 교환학생이 함께하는 수업이었다. 수업이 교수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학생들의 토론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세계 최초로 동성애를 인정한 스웨덴 사회에 대한 다양한 사람들의 주장을 직접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아래는 내가 수강했던 그리고 지금 수강하고 있는 수업의 시간표이다.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 많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은 교환학생(학부) 시절 수강했던 'Gender and Sex Equaility' 수업의 시간표이다. 한 학기에 6번의 Seminar로 7.5 학점(한국 학점 4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 왼쪽은 지금 듣고 있는 수업 ‘Generalised Linear Models’의 시간표이다. 5번의 강의가 있고, 이후에는 팀으로 과제를 수행해야 하고 교수님과의 4번의 면담을 통해 과제를 발표하고 7.5학점을 받을 수 있다.
나는 저번 주에 스웨덴에 와서 처음으로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시험을 치기 직전에 동기들과 이야기를 했는데 친구들은 '시험에 자신 있니?'라고 물어봤고 친구들은 자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시험에 자신 있다고 말했던 친구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상대평가이기 때문에 연막작전 일수도 있지만, 모두가 높은 성적을 바라지만 높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시험에 자신을 가지기가 어려웠다. 스웨덴에서는 각자 성적의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자신 있게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스웨덴에서는 성적이 U(underkänd, 불합격), G(godkänd, 합격), VG(väl godkänd, 매우 잘함)로 나누어져 있다. 그리고 그 기준은 과목마다 다르지만 절대평가이다. 내가 들었던 과목들에서는 보통 G는 시험 문제에서 반 이상 받을 경우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VG는 보통 80점 이상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시험을 아주 잘 보거나 심화 과제를 해결했을 때 받을 수 있다. 성적들의 비율을 대충 유추해보자면, 내가 이번에 수강한 과목 같은 경우에 작년에 15명 중 1명이 U를 받고 2명이 VG를 받았다고 한다.
또 U를 받는다면 재시험을 치를 수 있다. 내 프로그램에서는 재시험은 1번까지 볼 수 있는 것 같다. 과목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어떤 과목의 경우에는 재시험이 심지어 무한 재시험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Pass를 받을 때까지 재수강 없이 시험을 다시 치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5가지 이외에도 스웨덴 석사의 좋은 점들이 너무 많아서 추려내는 것이 힘들었다. 아직 스웨덴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좋은 점만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 스웨덴 유학을 고려하고 있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참고로 말하자면 지금은 스웨덴석사과정의 접수기간이다. 마감은 1월 15일까지이지만 12월 15일까지 지원하면 지원료를 돌려받을 수도 있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studyinsweden.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