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뉴스들을 보면 동물과 관련된 기사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동물을 택배로 보내는 인터넷 분양, 휴가 철마다 생기는 유기견 문제들, 고속도로에 버려진 강아지, 차에 묶여서 끌려가는 영상, 캣맘 사건.. 등등 우리나라에서는 동물복지 혹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자세(?)로 인한 많은 문제들을 자주 찾아볼 수 있었다.
얼마 전 슈퍼주니어의 멤버 최시원의 반려견이 이웃이었던 한일관의 대표를 물어 결국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것들은 강아지의 주인이 유명인이었던 것, 강아지가 반려견 사업 모델이었던 것, 피해자가 유명인이었던 것, 반려견이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있었던 것, 최시원에게는 5만 원의 과태료가 법적인 책임의 전부였던 것 등 이 모두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한동안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나는 스웨덴의 동물보호법 혹은 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궁금해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웨덴 동물복지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법률을 가지고 있고 사실 시스템 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그 속에서 엿볼 수 있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었다. 스웨덴의 반려견 법은 굉장히 동물의 권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면 스웨덴은 '우리 개의 권리를 존중해주세요' 같다.
Animals should be treated well and protected from unnecessary suffering and illness. The purpose of the Animal Welfare Act is to protect animals.
스웨덴 사람들은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동물의 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독일 사람들이 한국에 여행 와서 수산시장에서 바로 회를 먹는 장면과 고양이들을 만질 수 있는 애견카페에 놀라는 장면이 나온다. 그 사람들이 말하길 살아있는 물고기를 전시하고 바로 회를 뜨는 것 혹은 고양이들을 카페에서 기르는 것이 독일에 있다면, 동물 애호가들이 바로 찾아와서 제재를 가하기 때문에 독일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는 독일 뿐 아니라 스웨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동물 복지와 반려동물의 권리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공공장소에 강아지를 데려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목줄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상자에 들어가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동물복지를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동물복지에 관련해서는 스웨덴에서 배울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1. 동물복지법
2. 스웨덴의 반려동물
3. 반려동물 등록제도
4. 강아지 분양
5. 반려견 보험
스웨덴은 동물이 사람과 동일한 감각을 가진 존재(Animal sentience)로 인지한다. 스웨덴의 헌법의 동물법에 보면 (출처: Sweden's Penal Code Section 2), 동물은 불필요한 고통과 질병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하며, 충분한 물, 양식, 케어, 공간이 제공되어야 한고 건강과 자연 본능을 해치지 말아야 할 보호받아 아야 하는 존재라고 나와있다.
주제와 조금 벗어나지만, 동물복지법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실험의 경우에도 규제가 많다. 스웨덴은 동물실험이 법에서 규정한 복지조건을 만족시키는지 사전승인을 통해 실험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부여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동물보호법과 동물실험법이 존재한다. 1991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동물보호법이 제정되었고, 그중 실험과 관련되어 동물이 가급적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조항 등이 있다. 하지만 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서는 실험동물에 대한 보고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 법들이 잘 시행되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한 편에서는 지금 있는 동물실험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있다. 법의 존재성도 중요하지만 실효성이 더 중요한것 같다. 그 실효성은 동물을 생명으로서 어떻게 인식하느냐가 그 차이인 것 같다.
물론 동물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보호한다고해서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모두에게 채식을 강요할 수 없으며 많은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도한 보호가 미래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번은 동물실험과 관련해서 흥미로웠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사는 기숙사에 같은 복도에 사는 친구는 메디컬 닥터로 웁살라 대학교의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 친구가 말하길 나라마다 동물 실험에 대한 규제가 천차만별로 다르고, 특히 스웨덴에서는 사람과 유사한 동물일수록 실험의 허가를 받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오히려 개발도상국(?) 일 수록 더 좋은 의학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주었다. 한 번은 중국 출신의 연구원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너무 좋아서 확인해보니 사실은 그 데이터가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이 이루어져서 좋은 데이터였다는 것을 알고 모두가 충격받았다는 후문이다.
스웨덴에서 반려견을 기르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스웨덴 인구가 9,903,000명 (4,176,313가구)이고, 반려견 수는 855,905 마리어서 실질적으로 20%의 가구가 반려견을 기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길에서도 종종 반려견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스웨덴에서는 공공장소에서도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공공장소에 반려동물을 데려오는 것을 꺼려하지만, 스웨덴에서는 동물의 권리를 존중해서 상당히 많은 곳에 반려동물과 동반할 수 있다. 지하철과 버스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에 자유롭게 반려견들과 이동할 수 있는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을 위해서 버스의 경우 맨 뒷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공공예절이라고 한다. 심지어 몇몇 레스토랑에서는 강아지를 동반할 수 있고 강아지를 위한 음식 와 맥주(?)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은 쓸데없지만.. 나는 스웨덴 사람들이 기르는 반려견 품종이 우리나라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말티츠 시츄 푸들을 많이 기르는것 같았는데, 스웨덴에서는 대형견들이 인기품종인것 같다. 아래의 그래프는 스웨덴 반려견 품종 top5이다. 역시나 대형견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때 3등을 차지한 Jämthund(쟘툰드)는 스웨덴 토종 강아지라고 한다!
스웨덴에서는 정부차원에서 반려동물의 정보들을 관리하고 있다. 모든 반려동물들은 반드시 ID를 만들어야 한다. 즉 반려동물을 기르기 위해서는 Board of Agriculture (Jordbruksverket)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기르는 것을 법적으로 등록해야 한다. 이때 반려동물은 각각의 등록 번호가 부여되며, 마이크로칩을 심거나 문신을 함으로써 등록 정보를 세겨야한다.
반려견 등록제도는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개인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것 같았다. 휴가 철마다 급증하는 유기견만 보더라도 등록제도를 통해서 반려동물을 돌봐야 하는 책임성을 명확히 하고 반려견에 그 정보를 남김으로써 방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Jordbruksverket에서는 반려인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20페이지에 걸쳐서 상세히 권고하고 있다. 너무 자세히 적혀있지만 사실상 어려운 것들이 아니며 굳이 이런 것까지 적었어야 하나..라고 생각되는 사소해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이 적혀있다. 몇 가지 대표적인 것들을 적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반려견이 있는 실내공간의 공기에 암모니아가 10ppm 이하만 있어야 한다.
실내에서는 묶여서는 안 되며, 실외의 경우 하루 2시간을 넘지 말아야 한다.
새끼 강아지와 어미 강아지는 출생 8주 이내에는 떨어져 있을 수 없다.
6시간에 한 번씩은 걸어야 한다. (Dogs should be walked at least every six hours during the day)
실내의 경우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한다.
실내 온도는 10도에서 21도 사이가 되어야 한다.
또한 권고사항들은 강아지의 크기에 따라서도 세분화하여 많은 규정들을 제시하고 있다. 아래는 강아지 이동용 박스의 크기를 강아지 사이즈 별로 제안하는 표이다.
물론 위의 리스트는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확하게 지켜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물법을 어길 경우 혹은 위협적인 상황이 나타날 경우, 경찰이나 Jordbruksverket에 신고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과실로 벌금이나 최대 2년 형(출처: Section36 of the Animal Welfare Act)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반려인에게 책임을 가하고 있다. 어떤 기사를 보니 스웨덴에서는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서 사망에 이르면 주인이 감옥에 가야 한다고 한다고 하는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다.
강아지를 분양받는 방법에서도 동물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 와 우리의 다른 인식이 나타난다. 스웨덴에서는 강아지는 보통 중고 직거래(?)로 많이 분양받는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동물병원 유리창에 전시되어있는 강아지를 보고 신기해했었는데, 나는 스웨덴에 와서 강아지 직거래가 많은 것이 신기했다. 나는 한국사람이어서 그런지 오히려 동물병원에서 수의사에게 검증받은 강아지를 분양받는 것이 더 안전하게 느껴지는데, 스웨덴에서는 그 과정에서 동물의 권리가 억압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불법이다. 스웨덴의 동물복지법에 따르면 동물을 상업적으로 거래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교육을 받아야 하고 이런 식의 사육은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많은 규제가 이루어 지고 있다. 따라서 가축의 경우이면 모를까 반려견의 경우 우리나라 같이 대량으로 판매되는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스웨덴에서는 어떤 식으로 반려견을 분양받을 수 있을까? 아래 사진은 스웨덴에서 강아지를 분양받을 경우 많이 이용되는 사이트이다 (출처: Hund.se). 원하는 품종을 선택하면 현재 분양받을 수 있는 강아지의 정보들이 나온다. 아래의 사진의 경우 스웨덴 Gälvleborg 지역에서 전통견 쟘툰드 2마리가 분양 중이고 엄마 강아지와 아빠 강아지 주인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스웨덴에서는 공공 부분이든 민간 부분이든 반려동물을 기르는데 필요한 사회적 보호 장치들이 안정화되어있었다. 신기한 점 중 하나는 반려견 보험제도가 민간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에서 굉장히 큰 보험시장을 이루고 있었다는 점이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반려견 보험이 만들어진 나라이다. 1924년 처음으로 반려견 보험이 생겼고, 현재 스웨덴의 반려견의 80% 이상이 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영국의 경우 20%, 미국의 경우 2%, 우리나라의 경우 0.1%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7년 현대해상이 처음으로 반려견 보험을 내놓았고 뒤이어 롯데손해보험과 삼성화재가 펫 보험 상품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반려견 보험이 안정화, 활성화되지 않았다. 수요가 없었는지 공급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요인으로는 진료행위에 대한 진료비가 상이하기 때문에 손해율의 체계적 관리가 어렵다거나, 반려견의 연령과 정보를 속이고 보험에 가입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꼽히고 있었다. 과대해석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스웨덴 사람들이 반려견을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더 가족으로 인식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래의 표는 스웨덴의 반려견 보험시장의 연간 보험료 수입을 확인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꾸준히 시장의 크기가 커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의도치 않게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을 비교하고 스웨덴의 좋은 점들만 칭찬한 것 같아서 찝찝한 기분이 든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부터 문화 상대주의 혹은 '헬 조선 유토피아 스웨덴' 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조심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분야에서는 모르겠지만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동물복지와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제도에 있어서 우리나라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스웨덴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안정된 제도를 많이 가지고 있는 스웨덴이 부러웠고 우리나라에서도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