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Record Sweden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코드 스웨덴 Dec 24. 2017

북유럽의 산타루치아

북유럽만의 겨울 축제, 빛을 밝히는 Lucia에 대해서 알아보자



Cecilia Larsson Lantz/Imagebank.sweden.se


루씨아는 12월 13일, 스웨덴에서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이다. 비록 루씨아는 스웨덴에서 휴일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기념하는 북유럽만의 축제이다. 스웨덴 사람들은 이 날 전통 빵인 'Lussekatter'와 따뜻한 와인 'Glögg'를 마신다. 그리고 가장 재미있는 이벤트는 소년 소녀들은 촛불을 들고, 주인공인 루씨아는 촛불 왕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루씨아 행진이다.


1. 루씨아의 전설과 의미
2. 루씨아 행진
3. Lussekatter
4. glögg


1. 루씨아의 전설과 의미

우선 루씨아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서만 전해지는 행사라고 한다. 스웨덴의 루씨아가 어떻게 시작했느냐에 대해서 찾아보니, 스웨덴 홍보 공식 사이트에 이렇게 적혀있었다,


 As usually in Sweden when it comes to tradition, why is less important than how


스웨덴에서는 '왜 시작되었는가' 보다는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가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래도 궁금하기 때문에 그 유례를 찾아보자면..


우선 루씨아는 성녀로 시칠리아에서 태어나 304년에 순교한 성녀이다. 그녀의 이름은 Lux(빛)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시고 병든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녀의 간절한 기도로 어머니가 병이 치료된 후 그녀는 동정녀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로마의 지하동굴에서 박해당하는 기독교인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곤 했다. 그때 양 손에 먹을 것을 지니기 위해 머리에 촛불 왕관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고 그는 그녀가 그리스도인임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그녀가 기독교인임을 고발해버렸다. 그렇게 루씨아는 감옥에 갇혀 많은 고문을 받으며 기독교 신앙을 버리도록 강요받았고, 심지어는 눈알을 뽑히는 형벌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천사들이 성녀의 뽑힌 눈알을 돌려주고 그녀의 몸이 무겁게 되어 매음굴로 보내지지 않도록 보호하였다. 결국 그녀는 장작에 둘러싸이고 불에 붙여졌지만 타지 않았고, 칼에 찔려 순교하였다고 한다.


루씨아에 관해서 스웨덴에서는 많은 전설들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스웨덴은 기나긴 겨울 동안 을 간절히 바라고 그녀의 이름이 빛과 관련되었기 때문에 그녀를 기리는 축제가 빛에 대한 염원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여러 가지의 전설 중 하나의 전설을 이야기해보자면, 가장 어두웠던 겨울날 Lake Vännern 에 한 배가 노도 바람도 없이 도착했는데, 배 앞머리에 아름다운 여인 세인트 루씨아가 하얀 옷을 입고 빛나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배에 곡식을 가득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음식들이 다 떨어질 때까지 나누어주고 떠났다고 한다.


스웨덴 사람들은 12월 13일이 밤이 제일 긴 날인 만큼 초자연적인 현상들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그 날은 모든 귀신과 영혼들이 살아나는 날이라고 생각했고, 동물들도 인간의 말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아침이 되면 가축들은 더 많은 먹이를 줘야 하고, 사람도 마찬가지로 더 많은 영양분이 공급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 날 세이트 루시아를 기리며 많은 음식들을 먹게 되었다고 한다.


루씨아는 그렇게 밤을 밝히며 먹을 것을 나누어주는 행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마을과 학교 회사 등에서 기념행사들이 이루어지고 있고 지역 곳곳을 행진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스웨덴 사람이라면 루씨아 행진에 한 번쯤은 꼭 참여해봤다고 말할 만큼 큰 축제로 자리잡았가. 우리 학교에서도 루씨아 행진이 이루어졌는데 나는 아쉽게도 그것은 보지 못했고, 대신에 루씨아 콘서트에 가서 행진을 볼 수 있었다.


이 축제는 1764년 처음으로 기록되었고, 그 전에는 대중적인 축제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27년 스톡홀름 신문에 루씨아를 처음으로 발표한 이후, 1900년대에 와서 사회와 학교에서 본격적으로 기념하기 시작되었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긴 축제는 아니지만, 지금은 스웨덴 사람들이 모두 다 즐기는 재미있는 문화가 된 것이다.


아래 영상은 스웨덴 공식 홍보사이트에서 만든 Lucia를 설명해주는 영상이다. 코믹하게 루씨아를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한번 보면 좋을 것 같다. (출처:https://vimeo.com/55253944)




2. 루씨아 행진

Cecilia Larsson Lantz/Imagebank.sweden.se

루씨아 행진은 소년 소녀들이 하얀색 제복(?)과 빨간 띠를 메고 촛불을 들고 기차처럼 다니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행진에는 루씨아, 시녀, 진저브래드 맨, 산타, 스타 보이즈(stjärngossar)가 각각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중 주인공인 루씨아는 링곤베리 가지로 엮은 촛불 왕관을 쓰고 하얀 제복에 피를 상징하는 빨간 띠를 두르고 있다. 그리고 시녀들은 손에 촛불을 들고 은색 띄를 두르고, 스타 보이즈는 하얀 삼각모자를 쓰고 별 봉을 들고 있다. 스웨덴 친구가 말하길 학교 다닐 시절 루씨아 날에는 날이 밝는 새벽까지 잠들지 않고 깨어있는 Lucia vaka를 했다고 했다.


스웨덴에서는 순위를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사회는 아니다. 그래서 '미스코리아' 혹은 '미스춘향' 같은 대회도 보기 드물지만, 루씨아만은 다르다고 한다. 루씨아 몇 주전부터 지역 신문이나 tv 채널에서는 루씨아를 정하는 콘테스트들이 열린다고 한다. 루씨아를 뽑히는 기준은 외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얼마나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 살았는지가 기준이라고 한다. 그렇게 뽑힌 루씨아는 지역 노양원이나 교회 병원 등을 돌아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진저 쿠키를 나눠주곤 한다고 한다.


나는 웁살라 대성당에서 Lucia 콘서트를 보고 싶었는데 예약이 빨리 마감되는 바람에 스톡홀름에 있는 카트리나 성당에서 보게 되었다. 이 마저도 너무 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맨 뒤의 간이의자에서 봐서 가까이에서 루씨아를 보진 못했다. 비록 주인공 루씨아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소녀들이 촛불을 들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관객은 주로 루씨아 행진을 이루고 있는 소녀들의 가족들이었는데, 모두 자녀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같아서 더욱더 스웨덴의 문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았고 훈훈한 공연이었다.


루씨아 행진에서 불러지는 노래의 메인 곡은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는 '산타루치아'이다. 잠깐 다른 말을 하자면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창 시험으로 산타 루치아를 불렀었는데, 10년 후에 산타 루씨아를 스웨덴에서 이렇게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하였다. 스웨덴의 산타루치아 가사는 우리가 알고 있던 한국어 가사와는 조금 다르다. 우리말 가사는 뱃사공이 부르는 노래지만, 스웨덴 가사는 기나긴 밤에 대한 가사이다.


Night walks with a heavy step
Round yard and hearth,
As the sun departs from earth,
Shadows are brooding.
There in our dark house,
Walking with lit candles,
Santa Lucia, Santa Lucia!


내가 본 공연에서는 처음에는 반주 없이 소녀들이 산타루치아를 부른 후 스웨덴의 다른 Lucia 노래들과 피아노 반주가 연주되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오르간까지 더해져서 웅장한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산타루치아를 부르며 관객들을 둘러싸며 노래를 불렀다. 산타루치아를 제외하고는 다 처음 들어보는 노래었는데 너무 아름 다고 황홀한 느낌마저 들 만큼 좋은 공연이었다.


아래는 내가 본 공연의 사진이다.

공연 시작 전 귀여운 루씨아 소녀들이 우리를 보고 웃어주었다.
공연 마지막에 루씨아 행진을 하며 루씨아들이 모든 관객을 둘러싸고 노래를 불렀다.



아래 영상은 공연 중에 내가 찍은 동영상들을 엮은 영상이다. 다른 노래들은 포함되어있지 않고 메인 노래인 산타루시아 노래를 부르는 장면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 루씨아가 등장할 때 이 노래로 시작되어서, 마지막에 행진을 하며 부른 후 촛불을 불는 장면이 연결되어 담겨있다.





3. Lussekatter

Emelie Asplund/imagebank.sweden.se

Lussekatter는 원래 djävulskatter(the devil's cat) 사탄의 고양이라는 이름을 가지던 빵이다. S자 모양에 끝쪽에 건포도가 들어가 있는데, 이 모양은 고양이가 움켜려 앉아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루씨아에는 샤프란 빵이라고 불리는 Lussekatter를 꼭 먹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스웨덴에서 빵을 먹을 때마다 '빵 맛이 거기서 거기겠지~'라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 먹는 빵과 다른 향들이 많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위의 우측에 있는 사진은 내가 먹은 Lussekatter와 크림 케이크이다. 두 빵 모두 스웨덴만의 특이한 향이 났다. 나는 베이킹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그 향은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는 향신료인 'cardamom'과 '샤프란' 때문인 것 같다. 뭔가 맛보다도 특이한 향으로 승부 보는 빵이라서 나에게는 조금 달지 않고 밋밋하다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은 그런 맛과 향을 즐기는 것 같다.



4. glögg

Helena Wahlman/imagebank.sweden.se


glögg는 스웨덴의 크리스마스 와인이다. 크리스마스를 위한 와인이기도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루씨아에 lussekatterdhk와 함께 glögg를 마신다고 한다. 사실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크리스마스 기간에 따뜻한 와인을 마시는 것이 전통인 것 같다. 유럽의 어떤 크리스마스 마켓에 가도 항상 따뜻한 와인을 팔고 있다. 아쉽게도 스웨덴에서는 알코올을 국가가 지정한 시스템 볼리 겟이라는 마켓에서만 살 수 있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는 무 알알 콜 와인만 판매하고 있지만, 다른 유럽의 경우 크리스마스 마켓 입구에서부터 따뜻한 와인의 향을 맡을 수 있고 모두들 손에 한 컵씩 와인을 들고 있다.


맛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은데 스웨덴은 시나몬 향이 많이 나는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스웨덴의 glögg는 와인 안에 여러 가지 재료들을 더 첨가해서 마신다. 보통 glögg를 산 후 집에 와서 아몬드와 건포도 등이 들어있는 glögg mix를 넣고 끓기 직전까지 데운 후 따뜻하게 마신다. 아래 두 사진은 Sigtuna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파는 무알콜 glögg 다. 맨 아래의 사진은 애주가 스웨덴 친구가 추천해준 glögg 다. 친절한 친구는 내가 맛이 없는 것을 살까 봐 시스템 볼 라켓과 슈퍼에 같이 가서 사야 할 것을 추천+지정해주었다. 많이 달지도 향이 심하지도 않고 딱 맛있었다!






우리나라와 스웨덴은 기념일도 많이 다른 것 같다. 우리나라의 기념일은 실제 역사적 사실과 관련되어있는 경우가 많고, 그 날의 의미들이 담겨있다면 스웨덴은 전설 혹은 종교적인 날을 기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외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스웨덴 사람들이 학창 시절부터 공유해왔던 스웨덴만의 문화들이 신기했고, 의미를 기리는 숭고한 뜻이 담긴 덧은 아니지만 모두가 진심으로 즐기는 문화인 것 같아서 조금 부럽기도 했다. 또 스웨덴 친구들이 루씨아를 설명해 줄 때 자신의 문화에 자부심과 재미를 느끼고 신나서 이야기해주는 것들도 재미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스웨덴 반려동물과 동물복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