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첫인상

날개 달린 살인자

by 현종

나는 관상을 꽤 믿는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인상이라고 해야 하나. 인상을 보면 사람의 인생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거울을 보며 드는 고민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선한 인상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지만 현실에 치이다 보면 너무 진지충(?)의 인상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닐지 고민한다. 아직 관상을 중요시하지만 신봉하지는 않고 있다. 교도소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동에는 소위 말하는 '반장'들이 있다. 그곳에서 내부질서를 담당하는 실질적 리더의 역할을 한다. 이들의 역할은 담당 직원 못지않다. 오히려 더 클 때도 많다. 직원들이 모르는 수용자들의 내부 갈등관계를 더 잘 알기도 하고 때로는 유동적으로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사건들을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선배들 말에 따르면 옛날반장의 역할은 더욱 컸었다고 한다. 그 시절에는 군인출신들이 반장을 맡는 경우가 많다. 수용자들끼리지만 상하관계가 명확했었다고 한다.


내가 주로 있었던 사동도 마찬가지였다. '반장'이라 불리는 수용자는 리더십도 있었고 굉장히 스마트했다. 그리고 일머리도 있어 내가 오히려 챙겼어야 했던 일을 먼저 챙겨주면서 오히려 고마워했던 경우도 있었다. 출근하자마자 깍듯하게 인사하고 일정보고 및 현황을 상세하게 브리핑도 해줬다. 외모는 어찌나 그렇게 깔끔 하하고 잘생겼던지 같은 남자였던 내가 봐도 잘생겼도 피부도 너무 좋았다. 그리고 사람의 인상에서 나오는 환함과 깔끔함은 그를 신뢰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운동시간에 늘 턱걸이와 달리기를 하며 탄탄함 몸매를 유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여담이지만 그 수용자를 통해 나도 제대로 헬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운동시간에 턱걸이 내기를 하다보니 지고 싶지 않아 본의아니게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평일은 늘 일과시간이 정해져 있고 반장은 바쁘기 마련이다. 하지만 주말의 경우는 정해진 일과가 없기 때문에 직원들도, 수용자도 약간 느슨한 시간을 보낸다. 하루 종일 갇혀있다보면 수용동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소지들, 반장들과 소통을 많이 하게 된다. 어느 토요일 접견으로 정신없이 문이 열렸다 닫히는 와중, 장기수였던 그와 종일 얘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옷가게를 하던 그를 평범하게 살아왔었다고 한다. 들어보니 역시 수려한 외모를 바탕으로 여자도 많이 꼬시고 다녔고 재미나게 살아왔다고 한다. 장사도 나쁘지 않았던 지극히 평범한 대한민국 20대였다. 한순간의 '욱'한 성격을 참지 못하고 살인을 저질렀고 그 사건을 덮으려고 사체은닉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무기징역까지 받고 수용번호를 받은지 10년이 넘는 장기수가 되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한 사람의 희노애락을 듣다보니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만약 그때 그 사건이 없었다면 이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렇게 선한 인상의 살인자라면 어떤 사람도 인상으로 살인자를 구분할 수 없겠다'


...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하는 이유는 가석방을 위한 것인지, 희망적으로 살아내려는 자기성찰과 노력인지'


'또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지'


'내가 그 상황이면 이렇게 긍정적으로 살아낼 수 있을지'


등등


죄명 '살인'이었던 수용자는 천사의 인상을 가졌었다. 하지만 한순간 악마로 변했었고 마음뿐아니라 행동도 그렇게 표현되었다. 그렇게 이 사회에서 악마의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게 되었다.

앞으로 적어도 10년 혹은 평생을 작은 창살안에 살아야할 수 있는 운명이다. 하지만 그 운명은 꼭 그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창살의 범위는 사람마다 다를 뿐 누구에게도 적용된다. 그 창살이 보이느냐 안보이느냐 그리고 내가 어떤 태도를 살아내는지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것이다.

그 선택 속에 나는 천사같은 악마가 될 것이냐 악마같은 천사가 될 것이냐 아니면 천사같은 천사, 악마같은 악마, 그리고 그 어딘가에 살아갈 것이냐를 선택하게 된다. 하나의 나로 정의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다른 존재로 기억된다. 그 기억은 다양한 내가 아니라 단면적인 나로 말이다.


살인자의 기억법.jpg 출처: 살인자의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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