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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주 Feb 03. 2017

당신이 일하는 여성이라면,

[여성의 일, 새로고침]

첫 글로,
책으로 출간되어 나온 [여성의 일, 새로고침]을 소개하고 싶었다.


이 책에는 다섯 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cbs 김현정 PD, 곽정은 작가, 김희경 전 세이브더칠드런 본부장, 장영화 oec 대표, 그리고 은수미 전 국회의원. 이 대단한 분들이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솔직히 내보여주셨다.


각각의 저자가 나누어준 이야기는,
어떤 면에서는 모두 실패담의 형태를 띠고 있다. (명시적으로 그렇게 말씀하신 분도 있었고.)

이 정도로 이름난 분들의 '일'에 대한 이야기라면, 보통의 경우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 그 비결에 초점이 맞춰지기 마련일 텐데,. 그에 반해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늘, 무엇과 무엇 사이의 갈등, 끝없이 선택을 요구하는 시선들 앞에서 덜컹거렸던 시간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들은 덕에 나 역시, 일하는 여성으로서, 내 안에 오랫동안 존재해온 덜컹거림의 실체를 훨씬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의 일, 새로고침]의 특별한 매력이자, 어쩌면  약점은 다섯 명의 저자 사이에 '일하는 여성'이라는 점 말고는 특별한 공통점이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일하는 여성에도 다양한 입장과 형편이 존재한다. 가장 크게는 아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배우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갈린다. (이 사실은 무엇보다도 씁쓸한데, 일하는 남성의 형편이 이에 따라 이 정도로 크게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공한 남성의 스토리를 들을 때, 이 남성이 아이는 어떻게 키웠는지, 결혼은 했는지를 궁금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연히 그뿐만이 아니다. 저자 다섯 명은 일하는 분야도 다르고, 밟아온 커리어의 이력도 사뭇 다르다.


그런 만큼, 어떤 글을 읽으면서는 크게 공감하게 되는 한편, 어떤 글을 읽으면서는 "아, 이렇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구나." 하며 다른 입장을 이해하게도 되었다.


[여성의 일, 새로고침]의 기초가 된 다섯 저자와의 대담에 참여할 때도, 사람마다 특별히 이입하고 감동받는 세션이 다 다른 게 참 재밌었다. 전부 '일하는 여성'이라고 해도, 나이에 따라, 지난 이력에 따라, 현재의 처지에 따라 조금씩 색깔이 다른 고민과 생각을 갖는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이건 책이 나오고 독자들이 간간이 남기는 후기를 보면서도 거듭 생각하는 지점이다. 예를 들면, 트친 한 분은 김현정PD의 "아이를 낳기 전에 누가 돌볼지, 시터를 구할지, 부모님 중 누군가가 돌봐주실지, 구체적인 대책을 생각해라. 그런 생각 없이 아이를 낳은 친구들은 모두 다 직장을 그만뒀다."라는 말에 너무너무 공감이 갔다는 이야기를 남겨주었다, 자기도 그렇게 대책이 없었다면서. 나는 물론 별 생각없이 스쳐들었던 말이었다.


이런 이야기 하나하나를 통해 다른 여성동료들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게 된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입장들, 가장 크게 보자면, 아이를 키우며 일한다는 것이나 서른이 훌쩍 지나고 비혼여성으로 살면서 일한다는 것에 대해.


이 책의 이런 미덕이 어쩌면 마케팅하기에 좋은 특징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단 하나의 캐치한 주제를 뽑아내기에 저자 다섯 분의 결이 다 다르고, 각각이 집중하시는 문제도 정말 다르다.


난 그런데, 그래서 이 책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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