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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주 May 27. 2018

임팩트 뉴스 #6. 임팩트투자 2.0

Why에서 How로

Pacific Community Ventures의 Insight, Duke University의 CASE, 그리고 ImpactAssets, 이렇게 3개 기관이 파트너십으로 추진한 Impact Investor Project의 결과물로 발행된 [Impact Investing 2.0: The Way Forward](이하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를 소개한다.



2013년에 발행된 보고서이지만, 실제 임팩트 투자 분야에서 증명 가능한 실적을 내고 있는 12개 펀드에 대한 심층적인 스터디를 바탕으로 한 연구의 결과물답게, 좋은 인사이트가 한가득이다.


임팩트 투자는 그 정의에서부터 경계선에 서 있는 업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다층적인 고려가 필요하고, 여러 전선을 다지면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매일 실감한다. 그런 면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모든 측면을 아우르면서, 각 측면마다 은근히 실용적인 지침들이 포함되어 있는 이 보고서가 무척 반갑고 고마웠다. 


임팩트 투자를 고민하는 많은 분들이 이미 이 보고서를 읽으셨겠으나, 더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보고서의 큰 틀을 따라 요약하며 내 의견을 함께 정리해 보았다. 


실제 보고서에는 12개 펀드의 구체적 사례를 들어 각각의 주장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임팩트 투자에 몸담고 계시거나, 관련한 정책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전체 보고서를 읽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심층 스터디의 대상인 12개 펀드는 총 350개 펀드 중에 선별되었으며, 그후 1년에 걸쳐 12개 펀드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졌다. 이 조사는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들 뿐 아니라, 펀드에 자금을 제공한 투자자들,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피투자사들 등과의 인터뷰를 포함했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는 제목에 붙은 'The Way Forward'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임팩트 투자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하겠다는 포부 아래 쓰인 것이다.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12개 펀드에 대한 조사를 바탕으로 그 성과의 바탕을 이루는 핵심적인 요소들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 결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성공의 핵심 요소로 제시한다.



첫째, POLICY SYMBIOSIS


첫번째로 꼽은 것은 Policy Symbiosis, 우리말로 옮기자면 '정책과의 공생'이다. 임팩트 투자는 그 정의 자체에 두 개 이상의 가치를 지향하는 복합성을 품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복수의 섹터를 가로지르는 파트너십을 지향할 수밖에 없고, 그중 하나가 공공 섹터다. 특히 공공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공공 섹터에게 임팩트 투자는 자본 시장의 자원을 레버리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접점이 되어줄 수 있으며, 자본 시장 문법 아래 움직이면서도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려는 임팩트 투자에게 자본 시장의 문법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공공 섹터는 중요한 파트너가 아닐 수 없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는 '정책과의 공생'을 크게 다섯 가지 종류로 나뉘어, 12개 펀드들이 실제 어떤 액션을 취해 어떤 결실을 맺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A. Foundational: 펀드나 기관의 설립 자체가 정부/공공기구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경우

B. Financial: 정부가 임팩트 투자를 표방하는 기관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자로서 참여하는 경우

C. Regulatory: 정부의 정책이 임팩트 투자 펀드의 구성, 운영, 투자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D. Advocacy Driven: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임팩트 투자 기구나 피투자 기업들이 활동하는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E. Opportunistic: 특정한 피투자기업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때 그때 필요에 따라 공공 섹터의 해당 분야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경우



A와 B의 영역에 걸쳐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Bridges Fund Management(이하 '브릿지스 펀드')다. 브릿지스 펀드는  2000년 영국 정부가 출범시켰던 Social Investment Task Force('사회적투자 태스크포스')의 결과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태스크포스를 리드했던 로널드 코헨은 그 과정 안에서 2002년 브릿지스 펀드를 설립하고, 첫번째 펀드인 Suatainable Growth Fund I을 4천만 달러 규모로 결성했는데, 그 절반의 자금이 영국 정부로부터 왔다. 민간 자금을 조달해 오는 만큼 1:1로 매치해 정부에서 자금을 투입해주겠다는 방침에 따라 설립된 펀드였다. 임팩트 투자 기구의 초창기에 정부가 투자자로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에서 조사한 12개 펀드 중 정부 자금을 투입 받은 곳은 총 8개에 달했다.


브릿지스 펀드는 정부 기금을 레버리지해서 설립되었으나 철저히 민간의 기구로서 운영되어 왔다. 그러면서 동시에, 공공적,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임팩트 투자의 원칙이 훼손되지 않게끔 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한 것에 주목할 만하다. 브릿지스 펀드는 설립 당시부터 상당 수준의 소수지분을 비영리 재단인 Bridges Charitable Trust(브릿지스 자선 신탁)가 소유하게끔 했다. 브릿지스 자선 신탁은 소셜섹터와 비즈니스 분야의 리더로 구성된 별도의 이사회에 따라 운영되며, 브릿지스펀드의 정관 변경에 대한 거부권을 갖고 있다. 브릿지스 펀드의 정관은 브릿지스 펀드 산하 모든 펀드의 운용 원칙을 규정한다. 


C부터 D에 이르는 영역에서 임팩트 투자 기관들은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임팩트 투자라는 업 자체가 많은 나라에서 새로이 경계를 그어가면서 성장해 나가고 있는 분야다. 자본시장의 과열, 리스크 책임성을 통제하려는 일반적인 규제가 임팩트 투자로 가면 오히려 사회적 가치 추구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임팩트 투자의 투자 대상이 되는 사회적기업, 소셜벤처들에게도 벌어지는 일이다. 이런 규제들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 것을 끊임없이 건의하면서, 자본 시장 및 산업 부문에 사회적 가치의 영역이 계속해서 넓어지게끔 유도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 기관들의 또 다른 역할일 수밖에 없다.



둘째, CATALYTIC CAPITAL


12개 임팩트 투자 펀드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두번째 요소는 촉매 자본의 제공이다. 촉매 자본은 말 그대로, 추가 자금 유입이 가능할 수 있게끔 하는 마중물로서의 자본을 일컫는다. 애초에, 모든 공공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및 기관이 일반적인 금융 시장/ 자본 시장 안에서 자본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임팩트 투자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금융 시장에 자금의 파이프라인을 연결할 수 있는 시점까지 필요한 자본을 제공해주고, 동시에 그런 파이프라인 연결을 설계 및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촉매 자본 제공자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는 촉매 자본의 원활한 제공을 가로막는 몇 가지 미신을 지적한다. 이 미신은 금융 시장의 일반적 통념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시민사회 및 비영리 부문의 제한된 시각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다. 그 미신들을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미신 1: 촉매 자본은 언제나 보조금의 형태, 혹은 수익률을 포기하는 형태여야 한다.

물론, 촉매 자본의 많은 경우가 지원금 또는 시장금리보다 낮은 수준의 이율로 제공되는 대출로 투입되지만,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특수 목적의 정부 자금과 결합한 민간 자금이 적정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자본을 제공받은 피투자사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향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투입될 수도 있다. 무조건적 지원의 형태를 띠는 촉매 자본 만큼이나, 정교하게 마일스톤이 설계되고 향후 (일부이든 전부이든, 수익을 포함하든 포함하지 않든) 자금 회수를 전제하는 촉매 자본도 중요하다. 


촉매 자본의 회수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아래 자료를 추천하고 싶다.

https://evpa.eu.com/knowledge-centre/publications/planning-and-executing-an-impactful-exit-a-practical-guide


미신 2: 촉매 자본은 시장을 왜곡시킨다.

보고서는 "촉매 자본이 개별 기업의 행동이나 시장 행동을 부정적으로 왜곡시킬 가능성(예를 들어, 개별 기업이 불필요한 리스크 감수를 감행하게 유도한다거나, 저개발 국가에서 해당 분야의 상업 시장 형성을 가로막는다거나) 이 있을지는 몰라도, 펀드 차원에서 볼 때 촉매 자본은 수십억 달러의 일반 자금이 임팩트 투자 분야나 임팩트 추구 조직들로 유입될 수 있게끔 하는 전환적 역할을 해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미국의 Fannie Mae, Frieddie Mac과 같은 기관도 모기지 시장의 촉매 자본이었으며, CDFI Fund와 SBA program들도 그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촉매 자본은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시장 형성을 가로막을 수도 있지만, 촉진할 수도 있다.

촉매 자본이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은 촉매 자본만이 아니며, 현재 자본 시장 내 자리를 잡고 있는 많은 규제, 많은 사업 활동 역시 마찬가지다. 핵심은 시장 왜곡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촉매 자본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 왜곡의 가능성을 얼마나 인지하여 그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게끔 어떻게 노력할 것이냐다. 


미신 3: 촉매 자본은 자선기구나 정부기관만이 제공할 수 있다.

미신 1과 연결되어 있는 문제다. 물론 촉매 자본을 제공하는 자선기구나 정부기관의 예는 수없이 많다. 하지만 민간 금융기관 역시 촉매 자본의 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이때의 촉매 자본은 오히려 시장 왜곡의 가능성을 면밀히 고려해 설계되기도 한다. 향후 상업 시장 형성을 보다 직접적인 목표로 설계되는 촉매 자본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때로 정부가 민간기관에 최후순위자본(First Loss Capital)을 제공해줌으로써, 리스크 수용도가 훨씬 높은 큰 규모의 펀드가 결성될 수도 있다.


촉매 자본은 지원금(grant) 뿐 아니라, 신용장, 신용보증, 최후순위자본(First Loss Capital), 담보, 후순위대출, 충당금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고 제공될 수 있다. 피투자, 피지원 기관의 사업 내용, 성장 단계에 걸맞은 다양한 형태의 촉매 자본이 필요하다. 또한 촉매 자본 단계에서부터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창의적인 설계 역시 가능하다. 


다양한 형태의 촉매 자본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아래 자료를 추천한다. 

https://evpa.eu.com/knowledge-centre/publications/financing-for-social-impact 



셋째, MULTILINGUAL LEADERSHIP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는 세 번째 공통적 성공 요소로 "여러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리더십"을 꼽는다. 금융 시장 안에서 자본 제공자를 설득할 수 있는 수익률을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사회적 임팩트를 일으켜야 하는 임팩트 투자 기관에는 양쪽의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설명했듯이, 공공 섹터와의 협력을 위해서는 정부 정책 및 법률 제도에 대한 이해, 공공 섹터의 작동 원리에 대한 이해 또한 갖출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어느 분야에서보다도 섹터를 가로지르는 경험과 유연성이 요구된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는 모든 성공적 펀드가 탄탄한 재무적 규율에 따라 움직일 뿐만 아니라, 소셜 섹터의 현장 경험이 재무적 관점에 융합되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복합적인 경험과 섹터를 가로지르는 관점을 지닌 사람들이 임팩트 투자 펀드를 이끄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역량을 넘어서, 이런 복합적 역량과 관점이 내재될 수 있게끔 하는 조직 구조 및 지배 구조를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위에서 소개한 브릿지스 펀드가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그밖에 MicroVest도 이중의 지배 구조를 통해 다층적 운영 원칙을 유지한다. 펀드 운용인력은 철저히 독자적으로 시장 수익률 이상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펀드를 운용하지만, 그 위의 의사결정기구는 소셜섹터의 대표자격인 외부인사들로 구성되어 펀드 운용을 감시하고 견제한다.


임팩트 투자 특유의 복합성과 다층성을 이해하며, 자본의 언어와 사회적 가치의 언어를 모두 구사할 줄 아는 사람들을 리더십으로 확보하는 것, 그와 동시에 그런 복합성과 다층성을 반영하는 투명하고 중립적인, 그러면서도 실용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구조 및 지배 구조를 만드는 것. 이 둘은 모두 중요하며, 모두 현실에서 실현하기 쉽지 않은 사항이기도 하다. 임팩트 투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쩌면 가장 이질적인 두 영역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 둘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우며, 각 영역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앉아 공통의 기반을 만들어 내게끔 유도하는 것도 어렵다. 그렇지만 네 가지 핵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기도 하다. '정책과의 건강한 공생'도, '촉매 자본의 효과적인 설계 및 제공'도, 마지막 요소로 다음에 등장할 '미션의 일관성'도 '다층적, 복합적 리더십'의 구현 없이는 결국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MISSION FIRST AND LAST


마지막 성공 요소는 '미션의 일관된 추구'이다. 보고서는 12개 펀드 공히 수익률 목표와 사회적 목표 중 무엇이 우선이냐를 따지지 않고 하나의 전략 안에 유기적으로 통합시켜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투자 집행에 앞서 미션을 조직 구조 안에 내재화시켜야만, 오히려 펀드 운용에서의 재무적 초점을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으며, 크게 공감이 가는 바이기도 했다. 


미션을 견고히 내재화하여, 해당 임팩트 투자사의 정체성을 피투자사 및 관계하는 모든 주체들이 뚜렷이 인식하고 있을 때, 더 이상 미션에 대해서는 이야기할 필요가 오히려 없어진다. 가장 상업적이고 재무적인 차원에서의 대화는, 오히려 아이러니하게도, 미션이 가장 공고하게 확립되어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런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1) 내적인 설득 및 구조화와 (2) 외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모두 중요하다. 


임팩트 투자 기관으로서 어떤 미션을 갖고 있느냐는, 어떤 분야에, 어떤 형태의 자본을, 어떤 종류의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해, 어떤 수익률을 목표로 투자할 것인가를 내적으로 확립하는 과정을 거쳐 결정된다. 이렇게 확립된 미션을 내부 구성원이 공히 인식함과 동시에, 그 미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끔 투자 프로세스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아주 단순하게는 끊임없는 소통과 교육, 훈련, 그리고 투자심의 프로세스의 엄정성이 중요하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는 미션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게끔 내재화하는 방법을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A. Struatural: 투자기관의 법적 구조 자체를 통해 미션을 내재화시키는 방식. 특수한 법인격을 활용하는 것, 또는 실적 보고 기준을 외부 기구로부터 가져오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B. Strategic: 투자 전략에 미션을 내재화하는 방식. 특정한 형태의 기업,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업, 특정한 지역의 기업 등에만 투자할 수 있게끔 전략을 명문화하고 그에 따라 투자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C. Investor Driven: 펀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자가 요구하는 특수한 목적에 따라 펀드가 구성되고 운영되는 방식. 해당 펀드가 추구하는 사회적 임팩트가 무엇인지 해당 목적에 따라 매우 명시적으로 규정된다.

D. Thematic: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명시적으로 규정해 펀드 운용 전략에 녹여내는 방식이다. 가장 유연하게 활용될 수 있는 방식으로, 지분(equity) 투자를 벤처캐피털 형태로 집행하는 임팩트 투자 기관이 이런 방식을 가장 빈번히 활용한다. 





이 보고서는 임팩트 투자의 why가 아니라 how를 이야기하려는 목적으로 쓰였다고 선언하고 있다. 다시 말해, 임팩트 투자가 왜 필요한가를 이야기할 단계는 지났고, 이제 임팩트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를 이야기할 때라는 것이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가장 성공적인 12개 펀드의 공통 요소를 뽑아내, 이 요소 네 가지를 임팩트 투자의 how로 내세우고 있다. 동시에 보고서는 결론에서, 이런 네 가지 요소가 임팩트 투자의 성장이 기대 만큼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언제나 두 가지 이상의 목표를 저글링하며,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다양한 주체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이 임팩트 투자이기 때문에 단순히 자원이 많이 빠르게 투입되기만 하면 성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임팩트투자 2.0 보고서가 나온 후로 약 5년 동안, 임팩트 투자 시장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임팩트 투자라는 이름 아래 운용되는 자산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배가 넘게 성장했다.(GIIN의 annual survey) 임팩트 투자에 기원을 두지 않은 일반의 금융기관들도 앞다투어 임팩트 투자를 표방하는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5년쯤이 지나면, 이렇게 신규 진입한 기관들의 성과 역시 가시화되기 시작할 것이고 그때쯤이면 임팩트투자 3.0 보고서도 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로 시선을 돌리면, 아마 지금이 정책과의 공생을 바탕으로 '기관화된' 임팩트 투자 펀드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1.0의 시기가 아닐까 싶다. 그런 터라 이 임팩트투자 2.0 보고서를 가벼이 읽을 수가 없다. 금융은 어떤 산업보다도 각 국가의 법적, 제도적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따라서 앞선 12개 펀드의 교훈을 막바로 우리나라에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4개의 요소는 큰 원칙으로 공히 우리나라에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저 4개 요소를 가로지르는 철학은 무엇과 무엇을 잇고, 무엇과 무엇 사이의 중간 지대를 만들려고 하는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며 거기에 두 발을 공고히 두는 태도라고 생각한다. 풀고자 하는 문제가 복잡할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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