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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현주 Aug 17. 2020

결국 사람의 마음에 관한 것

책 <디즈니만이 하는 것>

주변 여러 사람의 추천으로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읽었다. 원제는 The ride of a lifetime. 15년간 디즈니를 이끌어온, 픽사와 마블, 루카스필름, 폭스의 인수로 지금의 디즈니 제국을 만든 밥 아이거의 회고록.

기억에 선명한 흔적을 남길 만한 대단한 책이다. 리더십과 경영에 대한 탁월한 책이지만, 그래도 경영서라기보다는 역시 '회고록'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흥미진진한 서사가 펼쳐진다.

창업자가 아니라, 조직의 밑바닥 오퍼레이션부터 한 단계씩 (그러나 매우 성큼성큼) 두 발로 밟아 올라간 사람답게, 360도로 조망하는, 촘촘하게 입체적인 관점으로 리더십을 정의한다. 품위와 존중이 있으나 단호하고, 균형 잡혀 있지만 모호하지 않고 선명하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좋은 일을 '일이 되게' 하는 것이 충돌하는 듯이 보일 때, 결국 자기 자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거품없이 바라보는 데로 돌아가야 한다고 나는 오랫동안 믿어왔다. 그곳에만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명확한 기준점이 있다고. 거기에서 출발해야 타인들이 서 있는 자리 또한 왜곡 없이 볼 수 있다고.


이 책은 그 믿음에 지지를 보내주면서도, 동시에 그 믿음을 구현하는 구체적인 'how to'를 따뜻하고 품위 있는 언어로 알려준다.


참으로 많은 일이 결국 사람의 마음에 관한 것이다. '일'과 '사업'의 표피를 두르고 있다해도, 말해지는 수많은 논리와 명분이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을 때조차, 결국 근인에는 사람의 마음, 불완전한 자아가 있다. 그걸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 출발을 할 줄 아는 것과는 전혀 다른 능력.


아이거가 일군 성공의 7할은 바로 여기서 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치러야 할 비용은 적지만, 상대가 누리는 가치는 큰 '정확한 방식의 존중과 배려'를 줄 줄 아는 사람이라는 데 경탄하며 책을 읽었다.


무엇보다, 이 책의 미덕은 역시,
재미있다는 것!




특히나 새기고 싶었던 (수많은 구절 중 간신히 골라낸) 문장들


"진정한 고결함(자신의 참모습을 알고, 옳고 그름에 대한 명료한 인식을 바탕으로 처신하는 자세)은 일종의 비밀병기다."
"첫번째 규칙은 그 무엇도 허위로 가장하지 않는 것이다. 겸손해야 하며 다른 사람이 된 척하거나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또한 리더의 위치에 있으므로 영이 서지 않을 정도로 지나치게 겸손한 것도 경계해야 한다. 그 선을 지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이제껏 내가 이 교훈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 점에 있다. 물어볼 필요가 있는 것은 물어보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인정을 하되, 사과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서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을 가능한 한 빨리 익히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지식을 가진 것처럼 가장하는 행태보다 더 신뢰감을 떨어뜨리는 것은 없다. 진정한 권위와 리더십은 스스로가 어떤 상태인지 알고 가장하지 않는 태도에서 나온다."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은 누구든, 무엇이든 유익하다.
"각자가 자신의 필요에 다소 눈이 멀어 의도적으로 어려운 질문을 던지길 회피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것은 실로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당장의 기대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무언가가 효과가 있기를 희망하면서 그것이 어떤 식으로 작용해 성과를 낳을지에 대해 스스로 확실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바로 그 시점이 경보를 울려야 마땅한 때다."
"리더는 주변 사람들이 일상의 업무를 추측해서 처리하도록 만들지만 않아도 그들의 사기를 아주 많이 진작시킬 수 있다."
"약간의 배려와 존중은 지속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그것의 결핍은 종종 엄청난 비용 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그로부터 수년간 굵직한 인수합병을 통해 회사를 재정립하고 소생시키는 과정에서 언뜻 진부해 보이는 이 단순한 원칙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정보분석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현장에서 그것을 진행하는 사람에게 불필요한 압박을 가해 득이 되는 경우는 없다. 팀원들에게 내가 느끼는 불안과 초조를 표출하는 것은 역효과를 초래할 뿐이다. 미묘하기는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긴장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전달하는 것과 내가 느끼는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그들에게 성과를 요구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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