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아래 Feb 01. 2021

부고

2021년 2월 1일에 남기는 2016년 1월 23일의 일기

아니 사실은 바람과 눈보라가 휘몰아치고맑다
이런 날씨에 손님을 기다리는 것은 무어 가당키나 한가
온열기도 테이블도   중심으로 세팅하고
그간 밀린 독서의 날로 정하고
  전의 오늘의 웹서핀.
 그래 내가 이런  나중에 봐야지 저장해 뒀었지
 이런 일들 있었구나 
홍야홍야 살피다가
방치하고 잊고 있던  블로그에서 여름의 끝에 들었던 병철선배 부고에 부친 글을 읽는다
..그래 이런 시기였어.
누군가가 떠나면서 그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하는 이야기 (일리가 없으니까) 보다
내가 나한테 하는 당부 같은 .
그런데  한편으로는 죽음에 익숙하지 않으니까
어디선가 보고 듣고 읽은  있는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나도 모르게  멋든 2병처럼 무언가 미사여구를 보태어
스스로 생각을 치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냥  생활은 그대로이고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는
보통의 나날들이니까.
그래  여름에 선배의 장례이후 나는  영향을 받아 열심히 살았을까
오히려 허망함 앞에 무기력하게 마음 추스리지 못했지
게다가  가게의  가을, 비수기를 겪으며
 허망함은 배가되어 상당히 힘든 9-11월을 지나왔다
모두가 즐겁고  넘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듣게 된 재운씨의 의식불명 소식은 너무나도 충격이었다.
운동하는 사람은 누구나 건강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모든 근육이 풀어진 상태로 누워있는 그를 보러 갔을 
사실 나는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부고로 그가 진짜 떠나갔다 소식을 들었다.
장례에는 가지 않았다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친구들 조언을 받았다.
자세한 내막은   없지만
병철 선배와는 달라서, 그의 장례는 슬픔 말고도  - 더께가 있는  보였다.
영화 축제에서 
사람이 나이 들어 죽어가는 것은 나이를 나누고 삶의 지혜를 덜어주다 
 모든 것이 끝나면  아기로 태어나기 위해 영원한 곳으로 떠난다고 했지.
그렇다면 갑자기 생을 마친 이들의   채운 나이와 
미완의 지혜는 어디 나눌 곳도 없이 사라지고 말아야 할까
물론 그를 기억하고 그의 못다 한 생을 기리며 더욱 열심히 살아갈
주변 사람들에게  몫이 나누어진다고도 생각은 들지만
 “찬란할미래를 대신할  없다.
나는 그와 깊은 친분은 없지만
  만나   끼를 못 먹은 것이 너무나도 미안타
 가게에 불러 돈을  받든지, 바가지를 씌웠든지 뭐든지 했어야 했다.
 많이 농담을 나누고, 서로를 '까면서 막역했어야 했다.
 여름 쯤이면 그의 와이프와도  안면식이 늘어
함께 만나  먹는 일이 즐거울 것만 같았다.
지난 가을 
 짧게 가게 비운  사이 
그가 두고 간 서귀포 명물 케이크  조각을 
그저 맛있게 먹었어야 했다.
 누구라도 ‘지인으로 알고 지낸다면
친구가  때까지 호기심도 가지고 설레임도 가지고 
다음에 만나서 뭐라도 같이 먹고 같이 놀자고 기대하기 마련일텐데
 이상을 넘기 전에 친구의 친구로 그저 아는 사람으로 남아버린 것이

유난히도 그에게는 미안하다.


날씨는 여전히 눈이 날리고 바람이 휘몰아치고
눈이 부시게 맑고 밤처럼 어둡다
앞으로 서귀포에서  이만큼 눈을   있을까 싶었던
며칠 전의 설경이  펼쳐지려나
오락가락하는 날씨가 올해 지인의 부고와 함께 시작한 마음처럼 심란하게 맑고 어둡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숲_김현주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