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 이야기

신과 여성에 대한 양가감정, “당신 인생의 이야기”

by 모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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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2002),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엘리.



이 책을 소개 받을 때 작가인 테드 창이 요즘 정말 잘 나가는 SF (science fiction) 작가라고 하여 검색해보니 정말 최고의 SF 작품에 수여되는 전세계 8개 상을 석권했다고 나온다. 미국 브라운대에서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 학사를 전공하고 과학 소설 중, 단편들을 발표해 왔으며 유명한 과학 학술지인 네이쳐에는 "인류 과학의 진화"라는 그의 짧은 단평이 실리기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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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8개의 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초반부의 네 편은 조금 난해하긴 해도 나름 흥미롭게 읽은 편이었다. 특히 처음 두 개의 작품인 "바빌론의 탑"과 "이해”에서 그가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의 패턴이 흥미로웠다. 다만 이건 예전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읽고 토론할 때도 얘기가 나왔던건데 공학도들이 글 쓸 때 약간 너무 스토리 논리들을 끼워 맞추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고 약간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고.. 테드 창은 사실 그 경향성이 극대화 된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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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작품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네 인생의 이야기"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이라고 한다. 우주나 외계 생명체, 그리고 인류 언어 등에 대한 관심이 있는 이들이면 흥미롭게 읽을 작품이다. "컨택트"를 안봐서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는 작품 중간중간 등장하는 남녀의 이야기는 재미도 없었고 왜 끼워 맞췄는지 감정이입도 전혀 되지 않아서 좀 별로였다. 그리고 이 작품을 시작으로 이상하게 계속 감지되는 이 작가의 여성 혐오 경향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공 생식이나 인공 자궁, 외모 조작 기계 등 적나라한 여성 혐오적 상상력의 발현이 끝없이 펼쳐져서 사실 집중을 더 안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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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문득 이 작가의 작품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신과 여성에 대한 양가적인 애증 감정과 혐오 감정이 발견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존하고 싶지 않지만 의존해야 하는 대상들에 대한 어떠한 강렬한 감정이랄까. 문득 책을 거의 다 읽어가며 인간은 자신이 의존해야 하는 대상들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다른 대체물들을 찾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테드 창에게는 그것은 아마도 과학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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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지적인 소설이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무엇보다도 머릿속에 영상이 떠올리게 쓰는 재능이 있는 작가이다. 너무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명확한 편견 또한 가지고 있어서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들의 오류도 발견되기도 하지만 분명 많은 연구와 노력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설 혹은 과학을 바탕으로 지적인 자극을 받고 싶다거나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들의 예로서는 훌륭한 작품 중 하나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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