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의 약혼자들
판타지를 읽고 싶은데 뭐 적당한게 없을까 SNS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이 책. 무엇보다 "프랑스의 조앤 롤링 킹"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작가의 작품이라길래 관심이 확 갔던 게 사실이다. 또한 책 표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다소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닮은 듯 하면서도 또 조금은 다른 성의 스케치 이미지와 살짝은 어두워 보이는 하늘빛의 색감이 그것이었다. 제목도 호기심과 호감을 끌었는데,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와 겨울의 약혼자들이란 무얼까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작가인 크리스텔 다보스는 조앤 롤링 킹처럼 무명의 작가이다가 자신의 첫번째 판타지 소설로 단숨에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조앤 롤링 킹이 싱글 맘으로서 어려운 상황 가운데 글을 써내려간 것과 같이 크리스텔 다보스 또한 턱에 종양이 생겨 병원 생활을 하는 와중에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사실 다보스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열렬한 팬이어서 직접 인터넷에 팬-픽션을 쓰기도 했다고 한다. 이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 역시 프랑스의 펜촉 (Plume d'Argent) 이라는 인터넷 소설 커뮤니티에 연재하다가 공모전에 당선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매우 좋아해서 영화로는 당연히 다 봤고 한국어 버젼 소설로도 거의 다 읽었던 것 같다. 영어 원서도 한번 사봤던거 같은데 그 당시 내 수준에는 생각보다 높은 난이도에 아마 몇 장 못읽고 그만 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영어에 존재하지도 않는 온갖 주문들과 범상치 않은 약재들이 등장하는 것만 생각해 보아도 어휘적인 측면에서 도전적이었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 해리포터 모바일 게임인 호그와츠 미스테리 영어 버젼으로 몇번 플레이 해봤는데 이 스크립트는 크게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Wizarding World에 가서 호그와트 성도 가고 버터비어도 마시고 헤르미온느 모래시계 열쇠고리도 사오고 (사실 이거 목걸이 직구한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서론이 길었는데 크리스텔 다보스의 거울로 드나드는 여자는 사실 해리포터 시리즈 만큼이나 영화화가 기대가 되면서도 책을 읽는 기쁨이 보다 큰 느낌이다. 프랑스에서는 총 4권의 시리즈 중 3권까지 나왔고 한국에는 1권만 번역되어 나온 상황인데, 책의 트레일러 영상은 영화화에 대한 기대를 잔뜩 키워놓기에 충분했다. 요즘은 무슨 도서 트레일러가 이렇게 멋있게 나오는지. 책 한장 한장 읽으며 영화 스크립트 같은 세세한 정경과 분위기 등의 묘사는 마치 영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예측하지 못한 방식으로 끝이 없이 이어지는 스토리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해리포터와 달리 다소 밀도 있게 들어간 로맨스적 요소 역시 지속적으로 이야기에 긴장감과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다. 마치 인터넷에 하나하나 연재되는 시리즈를 읽는 듯 매일 조금씩 읽어 나갔는데 진짜 하나의 세계에 제대로 빠져 들게 해 그 느낌을 지속시킨다는 기분이 들었다.
가장 중요하게는 이 책의 제목이나 내용 등에 들어가 있는 다양한 비유들이 암시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것들이 흥미롭다는 점이다. 거울로 드나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손으로 사물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또 무엇을 비유하려 했던 것일까. 환영을 제조하는 능력과 말 한마디 혹은 동작 하나 없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능력은 어떠한 것일까. 이러한 것들이 시각적으로는 과연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아직 책을 1권 밖에 안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이 책의 여주인공인 오펠리의 작은 할아버지가 책의 전반부에 한 대사가 아마도 중요한 힌트를 담고 있으리라 짐작이 된다.
"물건을 읽는 건 말이야. 잠시 자신을 잊어버리고 다른 이의 과거에 스스로를 내어주는 거란다. 하지만 거울로 드나드는 것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지. 배짱이 있어야만 해. 알겠니? 두 눈으로 똑바로 자신을 보기 위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기 위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자기 얼굴을 감추는 사람들,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들, 실제보다 더 좋은 모습으로 자신을 보는 사람들, 그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 그래서 거울로 드나드는 사람이 드문 거란다!" (p.106)
#책 #책리뷰 #판타지 #해리포터 #거울로드나드는여자 #크리스텔다보스 #book #fantasy #harrypotter #christelledab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