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현주 Nov 05. 2024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

우리에게 필요한 것



오랫동안 위시 리딩 리스트에 있었던 이 책을 드디어 다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워낙 인상깊게 읽었기에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유리알 유희는 어떤 작품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그의 싯다르타를 읽었는데, 사실 다시 헤세의 작품을 오랫만에 읽게 해준 건 바로 이 작품이었다. 불교나 명상에 대한 관심이 헤세를 다시 불러온 것이다.


데미안의 내용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이는 어쨌든 기독교 사상과 자아에 대한 내적 탐구였다. 그런데 그가 싯다르타를 통해 불교적 참선에 대해 다루고, 이후 유리알 유희를 통해 유가나 도가적 사상들에까지 선보인 것이 놀랍게 느껴졌다. 이쯤되면 세계 종교 인류학자 아닌가. 그가 자신의 작품이 소설이 아니라 영혼 탐구의 여정이라 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유리알 유희는 일종의 판타지인데, 요즘 유행하는 힐링 판타지와도 어느 정도 맥을 같이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헤세가 구상한 유토피아를 그리고 있고, 그 세상에서 유리알 유희라는 알 수 없는 일종의 유희 혹은 참선을 통해 맑고 명랑한 마음 안에 머무르는 방법을 추구한다. 주인공의 현생과 이생에서는 세계의 덧없음에 대한 관조, 현존에 대한 추구가 이어진다.


이러한 유리알 유희는 결국 모든 종교나 명상에서 추구한 이상적인 모습, 어떤 투명하고 맑은 빛을 가져다주는 명랑함에 대한 지향성과 갈망을 그려낸다. 세상에 존재하기 힘든 것이지만, 또한 이것 없이 인간은 세상에서 제대로 지내기가 힘들다. 현생에서도 전생에서도 다음에 다가올 인생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헤세는 이 책에서 잘 그려내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