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oll's House (Et Dukkehjem)
요즈음은 유난히 양장본인지, 책 표지가 예쁜지에 주목한다. 책이라는 사물을 소장 가치의 측면에서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책을 제작하는데 있어 얼마나 정성이 들어갔는지가 한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인형의 집"은 그런 면에서 시선을 끌었던 책이다. 얼마 전 예술의 전당에서 연극으로 공연을 하면서 패키지로 같이 묶여 나온 예술의 전당 에디션이라고 하는데, 다음에 기회가 되면 공연으로 꼭 보고 싶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워낙 유명한지라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역시 대충 스토리를 아는 것과 원작을 제대로 읽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한 "인형의 집" 이라는 작품이 예술계뿐 아니라 인류에 미친 중요한 영향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헨리크 입센(1828-1906)의 자필 서명이 있는 1879년 초판 희극 대본은 2001년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하였다고 한다. 결혼 제도나 남녀의 역할에 대한 통념을 흔들고 주체적 여성상을 그린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이며 페미니즘 운동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작품을 계기로 헨리크 입센은 극대극, 사회극의 아버지로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 에디션에서 또 하나 주목한 것은 작품 뒤에 실린 알찬 작품 해설이다. 특히 입센이 "인형의 집"을 집필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잘 기록하고 있는데, 사실 이 이야기의 실제 모델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인형의 집 스토리는 입센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작가인 라우라 킬레르 (1849~1932)가 실제로 겪었던 일과 상당히 유사한데 다만 결말이 다르다. 인형의 집에서 노라는 자유 의지로 집을 나오지만, 현실의 라우라 킬레르는 이혼을 당한다.또한 입센이 "인형의 집" 원고 앞에 1878년 10월 19일에 작성한 “오늘날의 비극에 대한 메모”가 담겨 있다.
정신적인 법률이 두 가지 존재하고, 양심이 두 가지 존재한다. 남성 안에 한 가지가 있고, 아주 다른 한 가지가 여성 안에 있다. 이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여성은 실제적인 삶에서 마치 이들이 여성이 아니고 남성인 듯이 남성의 법으로 판단을 받는다.
이 극에서 아내는 마지막에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전혀 알 수 없게 된다. 한편에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있고 다른 한 편에는 권위가 있기 때문에 그녀는 아주 혼란스러워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여성은 자기 자신이 될 수 없다. 순전히 남성적인 사회에서, 법을 만드는 것도 남성이며 소송을 걸고 재판하는 사람들은 남성적인 관점에서 여성의 일에 대해 판단한다.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는 진보도 보수도 아무 구분이 없다고들 한다. 오늘날의 한국에서 소위 진보 혹은 여성친화적이라고 자처하는 정권에서 추진한 명백히 반여성적인 정책들과 법률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페미니즘적 시각뿐 아니라 결혼과 사랑의 진정한 의미, 사회 관습과 통념의 문제적 지점들,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문제 등 여주인공 노라의 시선과 목소리로 여러 중요한 질문들을 제기한다. 1879년경 노르웨이의 어느 도시를 배경으로 쓰여진 희곡이 2018년에도 매우 현대적으로 보이는 건 좀 슬프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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