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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현주 Jan 11. 2019

관계를 읽는 시간 &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관계를 읽는 시간 - 나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바운더리 심리학>,

문요한 지음, 더 퀘스트. (2018)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 나쁜 관계에서 나를 지키는 방탄 심리학>,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2018 [2017])






바운더리 개념에 최근 관심이 있어서 선택한 책인 <관계를 읽는 시간>. 그런데 이 책을 읽는데 계속 얼마 전 읽었던 매우 인상적이었던 다른 심리학 서적인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 두 책은 같이 읽으면 서로 잘 보완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크리스텔 프티콜렝은 신경언어학, 에릭슨 최면요법, 교류 분석 등을 공부한 프랑스 심리치료사, 자기 계발 강사, 작가라고 한다. 그녀는 인간 관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조종에 관심을 갖고 20년간 다루어 오면서 여러 책을 출간해 왔는데,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는 그녀의 최신작이다. 이 책은 북클럽을 하다가 우연히 추천 받은 책인데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읽기 시작했고 읽고 나서는 주위에 최소 10-20권은 사서 나눠주고 싶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이 어떻게 "심리 조종자"들의 타겟이 되어 삶을 착취 당하는지에 대해 잘 나와있다.


그녀는  "두 얼굴의 소유자가 심리 조종자의 첫번째 특징이다." (p.41) 라고 말한다. 심리 조종자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관계를 착취하는 법을 잘 알고 있는데, 처음에는 호감형으로 접근하여 마음을 얻은 뒤 슬슬 자신의 가면을 벗을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면이 벗겨졌을 때에 가서야 조종자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이나 가정 폭력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당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은 사실 예민하고 공감을 잘 하는 성격이라서 피해자처럼 보이는 심리 조종자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일 때 잘 지나치지 못한다고 한다. 조종자들은 생각보다 주위에 많고 또 알아보기도 쉽지 않지만 작가는 이들이 항상 남의 탓을 하기에 그들이 문제의 책임을 어디에 돌리는지 잘 보라고 조언한다.


<관계를 읽는 시간>의 작가 문요한씨는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이다. 그는 인간을 일생을 통해 사람으로 되어간다고 보는 성장 심리학자로서의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아와 관계의 균형을 찾아가는 "바운더리 심리학"과 몸을 통해 마음의 변화를 이끄는 "신체 심리학"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이 책은 <당신은 사람 보는 눈이 필요하군요> 만큼 메세지가 명확하지는 않다. 크리스텔 프티콜렝이 정신적 과잉 활동인과 심리 조종자의 관계적 역학에 집중해 어떻게 관계의 착취가 일어나고 어떤 유형이 심리 조종자인지에 집중한다면, 문요한씨는 자아의 바운더리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보다 건강하게 자아와 관계 모두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지를 제안한다. 따라서 보다 넓은 범위의 주제들을 균형적인 관점으로 다루는 측면이 있다.


두 책의 가장 큰 차이는 아마 사람이 변하는가 아니면 변하지 않는가에 대한 관점일텐데, 크리스털 프티콜렝 같은 경우는 잘 변하지 않는다 일테고, 문요한씨의 경우는 변화에 보다 희망을 거는 편인 것 같다. 이는 두 작가가 인간에 대해 가지는 관점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들이 다루는 사안 혹은 범위의 차이 때문인 것 같은데, 전자가 보다 파괴적인 관계들에 집중한다면 후자는 모든 사람들에게서 일어나는 관계적 역학들에 집중하는 경향이다. 개인적으로 보다 효과적인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 되는 것은 크리스텔 프티콜렝이지만 문요한 작가의 책을 통해 보다 심도 깊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다.


특히 자아가 미분화 된 유형과 과분화 된 유형이 가질 수 있는 관계적 문제들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며, 그가 인용한 에릭슨의 신뢰와 불신에 대한 언급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그가 출처를 밝히지 않아 정확히 어디에서 인용한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정신 분석학자 에릭 에릭슨 (1902-1994)은 신뢰뿐 아니라 불신을 배우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업 중 하나라고 했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얼마나 신뢰할 지 혹은 신뢰하지 말아야 할 지를 평생 터득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에릭슨의 통찰력은 두 책 모두에서 핵심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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