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생일은 유난히 다른 때와 다르게 느껴진다.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버릇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만 나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해가 바뀔 때가 아니라 생일을 맞으면 한 살이 더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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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부터 몸은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제 너는 어린 나이가 아니라구! 무리하다 큰일난다! 이렇게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가 약하거나 무리하는 부분을 최대한 잘 관리해가며 지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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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러면서 알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약했던 부분들인데 내가 잘 몰라서 잘 케어하지 못해왔구나' 라는 일종의 뒤늦은 자기 발견 같은 것들이다. 혹은 이제는 나의 몸과 마음이 더 이상 못버티겠다며 파업을 해서 어쩔수 없이 알게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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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보면 하나같이 생일이 마냥 신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나이 하나 더 먹는 것은 반복된만큼 익숙해지고 무뎌질만도 한데 가면 갈수록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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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이가 아주 많이 들면 오히려 또 기분이 조금 다를수도 있겠다 싶다. 내가 그래두 이만큼이나 잘 살았네, 살아가고 있네, 이런 기분이 드는걸까? 그런 기분이 들만큼 살아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어쨌뜬 아직 안겪어봐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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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오랫만에 다시 한국의 갑갑한 나이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한다. 어디 동사무소나 병원에 간 것도 아닌데 한국은 어디서나 그렇게 나이를 묻는다. 획일적인 삶을 살고 나이 차별이 존재하며 타인을 많이 의식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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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질문을 참 잘 물어보고 사적인 삶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도 조금은 변해가야 할 것 같은데. 이미 많은게 변했는데, 예전의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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