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서 잊힌 것들로 이루어진 동굴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안개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모든 안개가 만들어지는 ‘안개 공장’이 있다.
언제나 서늘하고 축축한 안개가 뒤덮고 있는 이곳에서는 ‘물안개’나 ‘산안개’ 같은 평범한 안개에서부터 ‘금전 운을 가져오는 안개’,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안개’, ‘고약한 일을 벌이는 안개’ 같은 갖가지 독특한 안개들이 만들어진다.
주인공 수피아가 이 안개 공장을 찾는 것은 마을에 내린 안개 때문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안개가 드리운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점점 활기를 잃다 못해 자리에 눕는다. 마침내 할머니마저 무기력해지자, 피아는 할머니와 마을 사람들을 고칠 방도를 찾기 위해 안개 공장을 찾아가는데….
끊임없이 안개를 내뿜는 안개 기계로 빽빽한 안개 공장에는 기이하고 신비로운 것들로 가득하다. 말하는 돌, 두 다리로 뛰어다니는 개구리는 예사다. 오직 한 가지 색의 물건들만을 들고 다니는 조용한 수집가 ‘르띠따’들이 안개 재료를 수집해 오면 분신술로 얼마든지 수를 늘릴 수 있는 도깨비들이 재료를 숙성하고 다듬는다. 이렇게 다듬어진 재료를 기계에 넣으면 안개가 만들어진다. ‘고약한 일을 벌이는 안개’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기계에서, ‘금전 운을 가져오는 안개’는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기계에서.
하지만 이곳, 안개 공장에는 비단 안개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잊은 꿈에서부터 하지 못한 말, 망각 속에 묻어버린 기억들이 숨어 있는데…. 모든 것이 자욱한 안개에 가려 희미해 보이는 가운데서도 각자의 반짝이는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
글을 여러 번 수정하면서 비로소 이 책이 ‘꿈’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했어요. 왜냐하면 이 책은 제가 오랫동안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었거든요. 십여 년 전부터 저는 제 머릿속에만 있는 멋진 세계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세상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_작가의 말에서
르띠따들이 안개 재료를 수집해 오고
도깨비들이 재료를 다듬는 곳,
산신령과 귀신과 정령들이 찾는 곳,
세상에서 잊힌 것들이 모여드는 곳,
후추의 안개 공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본문 속에서
몇 개의 안개 기계를 지나면서 피아는 아기자기한 장식들로 뒤덮인 기계에서는 ‘할머니들과 고양이들이 편안하게 낮잠을 잘 수 있는 안개’가 만들어지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기계에서는 ‘고약한 일을 벌이는 안개’가 만들어진다는 걸 배웠다. 비슷하게 생긴 안개 기계는 하나도 없었다. 기계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안개가 만들어질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_46쪽
피아에게 말을 건 르띠따 말고도 다른 르띠따가 넷 있었는데, 그들 각각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가지 색 옷차림이었다. 이를테면 피아 앞에서 신경질적으로 화를 낸 르띠따는 뾰족한 모자도 파란색, 양말과 신발도 파란색, 손에 든 카드도 파란색이었다. 노란 옷을 입은 르띠따는 노란 주전자로 노란 잔에 노란 차를 따랐고, 주황색 옷을 입은 르띠따는 주황색 털실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각각 초록색 옷과 갈색 옷을 입은 르띠따 둘은 장기를 두고 있었는데, 장기 패 색깔은 물론 초록색과 갈색이었다. _71쪽
도깨비들은 가죽옷 차림에 마법의 방망이를 들고 다니고 머리에는 뿔이 달려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키가 크다는 것 말고는 햇살가득마을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피아가 도깨비들이 사람같이 생겼다고 말하자, 안내자는 도깨비들이 각자에게 가장 익숙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다. _90쪽
차 례
01 햇살가득마을의 안개
02 잊힌 것들의 동굴
03 말하는 돌
04 안개 배달 상자
05 검은 옷을 입은 남자아이
06 안개 공장
07 안개 기계
08 잊힌 꿈
09 단서 찾기
10 르띠따들
11 미치 아저씨의 비밀
12 대청소
13 의문
14 무시무시한 남자
15 하지 못한 말
16 봄의 신
17 후추의 연주
18 안개의 마법
19 잔상
20 미치 아저씨의 위기
21 영혼이 깃든 물건
22 영혼을 보는 안개
23 한밤중 소동
24 후추의 방
25 후추의 부재
26 물소리
27 우주의 공간
28 범인
29 목걸이
30 꺼져가는 꿈
31 안개 사냥꾼 코마
32 안개 사냥꾼의 비밀
33 수정이 간직한 과거
34 이어진 두 개의 원
35 피아
36 약방
작가의 말
지은이 소개
이현주
사랑, 모험, 마법으로 우주를 정복하려는 꿈이 있다.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다 믿고,
이를 통해 모든 존재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세상을 만드는 걸 꿈꾼다.
판타지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이 나라 저 나라를 모험하면서 우주에 떠다니는 상상과 생각을 글로 잡아내는 일을 한다. 때로는 우주의 모든 글이 만들어지는 《글 공장》에서 생산된 이야기를 지구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한다. 이외에도 숫자로 가득한 엑셀 파일과 씨름하며 어린이 건강, 식품 체계, 기후 변화 등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