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독자와의 이벤트 -- 글로벌 버전
네, 별겁니다!
여행 여행 시작 약 4주 전에 비행기 티켓을 샀고 (사실 바로 1~2주 후에 가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티켓 값이... 너무 비쌌다)
2주 전에 해외 출판을 준비했고
여행을 온 다음 날 아침, 책이 출판됐고
그로부터 일주일이 되기 전에 출판 기념 책 이벤트를 할 장소가 정해졌다.
영국에 오기 전까지의 과정을 쉽게 적었지만 쉽지 않았다.
사실 첫 북 콘서트를 하기 전, 장소까지 섭외가 됐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기쁘긴 했지만, 마치 충동 구매를 했을 때 같이 짧은 유효기간을 가진 행복이랄까. 기뻐야 할텐데 순수하게 기쁘지 않았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여행 계획을 짜지 못하고 책 이벤트를 할 곳들에 내 여행 계획이 맞춰져 가는 걸 보았다.
예를 들면 스코틀랜드 여행을 하기로 했는데, 당당히 기차표를 사서 스코틀랜드로 여행하러 가지 못하고 책방에서 답장이 올 때, 책방에서 이벤트를 하자고 할 때, 책 행사와 나와 맞는 일정 등에 내 여행 일정을 맞추고 있었다.
답장이 잘 온다면 그나마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답장도 빨리 오지 않는데 시간은 가고 있으니 애가 탔다. 그래서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굳이 서점이나 출판사, 에이전시, 책 행사 등 '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에서 행사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단지 독자만 있으면 됐다. 내가 책을 굳이 영문으로 해외 시장에 낸 이유도, 책 행사를 하려고 한 이유도, 내가 쓴 이야기로 독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험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생각한 건 '게릴라 북 콘서트'.
내가 첫 게릴라 북 콘서트를 한 곳은 런던 중심가의 한 모로코 음식점이었다. 마침 그 일대는 지금 수정하고 있는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기도 해서 나에게 아주 각별한 곳이었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4년 만에 간 그곳에도 변화가 많았다.
게릴라 북 콘서트의 대상은 31세의 6년차 연구원 네덜란드인 케빈. 케빈은 바로 전 주에 우연히 만나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던 친구였다.
바로 당일 날 만나 무작정 책을 들이 밀면서 ‘나랑 책 콘서트’하자, 라고 말하는 형태기는 했지만, 처음으로 독자와 만나게 된 소박하지만 뜻깊은 북 콘서트였다.
가져갔던 한글 버전 책도 보여주면서 그동안 책을 쓰고 만드는 모든 고민을 나눴다. 가족들 앞에서도 북 콘서트를 해줄 수 있냐면서 시간을 정해보기로 했다. (앗싸!)
마침 여행 에세이를 쓰느랴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공통 질문을 두어개 가져갔는데
1. 현재 머릿속에 중요한 이슈가 있다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지금 일하는 곳이 내가 계속 일할 곳일 것 같진 않다. 학계에 있다보면 내가 하는 일이 실제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알기가 어렵다.
2. 지금 죽는다면 어떤 말을 세상에 남기고 싶은가?
Enjoy life, it’s short. 삶을 즐겨라. 삶은 짧다.
북콘서트로 시작했지만, 케빈의 커리어, 가족, 앞으로의 계획 등에 깊은 고민과 생각을 들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다.
자신의 커리어가 실제 세상에 도움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눌 때는 진지했으며 (코로나를 포함한 질병 모델링으로 영국 정부에 자문을 주는 일들을 해왔다. 근데 이런 고민을 한다고!) 오늘 집 구매를 했다며 앞으로 모기지를 35년동안 값아 나가면 자긴 60대라고 얘기했을 때는 장난기 가득했으며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때는 호기심으로 눈이 반짝였다.
속을 잘 보여주지 않을 것 같지만, 알면 알수록 매력이 가득한 사람, 케빈과 첫 독자와의 만남이 이뤄졌다. 나의 첫 북 콘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