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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홀 구직활동 시작 그리고 인터뷰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by 현쥴리

미루고 있던 구직 활동을 시작했다. 많이들 사용한다는 ‘indeed’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나름 일하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곳을 골라서 이력서를 보냈다. 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면 거의 읽지 않거나 읽어도 연락이 오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직접 매장에 찾아가서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제일 빠르다고 했지만 아직 그 정도로 급한 마음도, 그렇게 할 용기도 없었다. 실제로 이력서를 뿌린 수에 비해 연락이 온 곳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연락이 온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L1045684.JPG 다운타운에 위치한 어느 한 카페


‘지금 전화로 인터뷰 가능해?’


‘응 상관없어.’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위치한 바에서 전화가 왔다. 짧은 인사가 끝나자마자 준비할 틈도 없이 인터뷰가 바로 시작되었다. 막무가내로 뱉어내는 대답들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듯했다. (망상) ‘이렇게 바로 일을 시작한다고?’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채용하기에는 망설여진다고 한다. 이력서에 적혀있는 경력사항들은 모두 한국에서의 아르바이트 경험이었다. 캐나다 내에서 한 달 이상이라는 경력을 어디선가 만들어 오면 즉시 일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역시 어디서나 신입은 쓸모가 없다. 나의 캐나다에서의 노동 능력치를 자신이 제일 먼저 확인하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치사했다. 영어 능력치와 노동의 능력치가 정비례하지는 않지만 노동 하나는 정말 잘할 자신은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난 믿음직스러운 구직자가 아니었다. 첫 인터뷰가 찝찝하게 끝나버렸다.


‘쥴리?’


‘응, 내가 쥴리야. 누구야?’


‘여기 델타 호텔이야. 내일 오전에 면접 보러 호텔로 올래?’


또 다른 곳에서의 전화다. 이번에는 직접 오라고 한다. 빅토리아 항구에 위치한 메리어트에 소속되어 있는 ‘Delta Hotels by Marriott Victoria Ocean Pointe Resort’다. 단순히 ‘메리어트’라는 이름을 보고 이력서를 넣었다. 지원하는데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인적성을 검사하는 듯한 문제들이 수두룩했고 그 문제를 풀고 지원하는데 까지만 대략 한 시간 넘게 걸렸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시간 보내기용으로 끝낼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첫 번째 문제에서 바로 포기했을 것이다.) 아무튼 그 대략 한 시간이라는 시간이 낭비한 시간이 아닌 걸로 판명된 것 같아서 기뻤다. 바로 다음 날에 면접을 보기로 했다.



호텔 로비에서 만난 벨멘 아저씨는 ‘델타 호텔에 온 것을 환영해*^^*’라는 말과 함께 아주 친절하게 나를 로비로 안내했다. (마치 손님을 모시듯) 빅토리아 항구를 향해 큰 창문이 트여 있는 곳에 소파가 놓여있었다. 곧 담당자가 올 거라며 행운을 빈다는 말과 함께 잠시 소파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있으라고 했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손님인 척하며 소파에 기대어 누워 항구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웠다. 빅토리아 다운타운에 위치한 대부분의 호텔들이 항구 쪽에 집중되어 위치해있다. 빅토리아에서 다른 호텔에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여기만큼 멋진 로비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페어몬트 호텔이 캐나다에서 그리고 빅토리아에서 제일 유명한 호텔인지 몰랐다. 그리고 여전히 나에게는 델타 호텔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L1055846.JPG 빅토리아 항구 중앙 쯤에 위치한 페어몬트 호텔


긴장이 다 풀어지고 하품이 나오기 시작할 때쯤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한 아저씨가 다가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호텔 인사팀 매니저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를 호텔 레스토랑으로 데려갔다. 이렇게 고급진 면접장소는 없을 것이다. 레스토랑 직원은 내가 앉을자리의 의자를 뒤로 빼주었고 물을 따라주며 마시고 싶은 음료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다. 매니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는 나에게 물을 더 따라주며 ‘굿럭’이라는 말을 하고 떠났다.

IMG_6123.JPG 로비에서 기다리는 중. 날씨가 좋지 않았다.

매니저 손에는 나의 이력서와 질문이 빼곡히 적혀 있는 종이가 들려있었다. 매니저는 나에게 인자한 미소를 보이며 편하게 대답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문들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고 나를 수도 없이 압박해왔다. 한국말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을 영어로 대답해야 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말(헛소리)들을 뱉어냈다. 질문의 끝이 보이면서 드디어 면접이 끝나는구나 라고 생각하는 순간 매니저는 다른 누군가와 바통을 터치했다. 바로 2차 면접이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아무 말 대잔치였다. 이제 진짜 끝났구나 라는 생각이 들 때 내 앞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리고 바로 3차 면접이 시작되었다. 이 면접의 끝은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영어 스피킹 시험에서 돌발 질문이 끝도 없이 나오는 느낌이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는 조금의 기운도 남아있지 않았다.


잠시 사라졌던 매니저가 다시 나타났다. 호텔에서의 의무와 복장, 스케줄, 직원 복지 (최고였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시급을 일급비밀을 전하듯이, 나만 알기를 바라듯이 속삭이며 말해주었다. 바로 다음 주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최종 합격 여부를 이메일로 답해준다고 했다. 그전까지 집을 구하고 자유를 즐기고 있으라고 했다. 느낌이 좋았다.


yyjvo-exterior-1810-hor-clsc.jpg?downsize=2880px:* Delta Hotels by Marriott Victoria Ocean Pointe Resort (출처 = 호텔 홈페이지)


호텔의 모든 것 (시설, 복지, 시급, 사람들)이 마음에 들었다. 나는 호텔을 좋아한다. 특히 규모가 크고 브랜드가 있는 호텔을 당연히 더욱더 선망한다. 가끔 어렸을 적, 성공한 사람들을 ‘일등석을 타는 사람들’ 혹은 ‘최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들’이라고 빗대어 그들의 습관과 행동을 묘사한 책들을 읽어본 적이 있다. 그런 책을 읽으면 자란 나는 일등석을 타는 사람도 그리고 최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 신이 났다. 그들의 직업, 취향 그리고 생활방식이 궁금했다.


또한, 면접을 보고 나서 더욱이 이 호텔에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호텔 입구에서 만난 벨멘 아저씨부터 시작으로 모든 호텔 직원들은 나를 (내가 면접을 보러 온 것을 알면서도) 마치 손님 모시듯이 대했다. 감동이었다. (손님으로 가도 감동을 받을 서비스 수준이다.)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호텔 사람들이지만 의무적으로 그리고 기계적으로 제공하는 당연한 서비스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배울 것이 많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같은 직원이 되고서도 같은 모습으로 대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어떤 곳보다 함께 일을 하면 좋은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다른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역시 모든 호텔인들이 친절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IMG_6141.JPG 면접 끝나고 집가는 길에 들린 Fisherman's Wharf Park


안타깝게도 바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연락이 왔을 때는 나는 이미 빅토리아를 떠나고 밴쿠버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휘슬러에 막 도착한 후였다. 뒤늦은 연락에 ‘역시 외국은 일처리가 느린가’라는 생각과 내가 당장 뽑힐 사람이 아니라 차선의 후보였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매니저의 갑작스러운 개인사로 인해 급하게 자리를 비우게 되었고 복귀하자마자 연락을 한 것이라고 한다. (늦게 연락할 수밖에 없었던 변명을 아주 자세하게 했다.) 이미 빅토리아를 떠났고 다른 호텔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나보다 더 아쉬워하는 매니저는 빅토리아에 다시 돌아오고 싶거나 돌아오게 된다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땐 지체 없이 그 누구보다 먼저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나를 좋게 봐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겨울 시즌이 끝나면 다시 빅토리아로 돌아갈 옵션을 나의 계획에 추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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