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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NoteThing Oct 21. 2020

K-POP의 영어화(Anglicize)

'20. 10월 분석  [음악 산업 인사이트]

  요즘 세계에서 핫한 아티스트를 뽑으라면 단연 방탄소년단(BTS)일 것이다. BTS는 신곡 'Dynamite'로 빌보드 차트 1등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음원 차트에서 1등을 싹쓸이 하면서 그들이 단순한 K-POP 아이돌이 아닌 세계적인 아티스트라는 것을 증명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해내지 못한 빌보드 차트 1등을 이뤄낸 BTS는 K-POP과 한국을 세상에 널리 알렸고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일례로 정치권에서는 BTS의 군병역 면제에 대한 논의와 청원이 이뤄졌다. 뉴스에서는 'Dynamite'를 프로듀싱•작사•작곡한 데이비드 스튜어트(David Stewart)의 성공 일대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췄다. 한편 BTS의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KOSPI 352820)의 상장도 공모가가 너무 비싸다는 같은 논란을 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BTS는 'Dynamite'로  최근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1등을 달성했다. 이는 한국인 아티스트 최초로 이뤄낸 결과이다.

  나는 BTS가 미국 시장에서 대성공했다는 사실에 괜스레 자랑스러웠지만 노래를 듣고 나서는 더욱 놀랐다. 노래가 영어 가사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인 프로듀서가 주도하고 서구권의 아티스트들이 협업하여 만들어낸 영어 노래 'Dynamite'는 정작 한국인 가수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였다. 물론 방시혁과 피도그와 같은 한국 아티스트들도 작곡 및 작사에 관여했지만 한국인 아티스트들이 외국의 아티스트들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영어로만 이루어진 일종의 팝송을 창조해낸 사실은 매우 흥미로웠다. 공교롭게도 BTS의 팝송에 이어 YG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블랙핑크는 미국의 유명 가수 셀레나 고메즈 및 힙합 아티스트 카디비와 함께 영어로 된 신곡인 Icecream과 Bet you Wanna를 내기도 했다. 블랙핑크는 이번 신규 정규 앨범으로 10. 14일 가수의 영향력 순위를 보여주는 빌보드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 1등을 기록하기도 했다. 개인 아티스트들도 적극적으로 영어 가사의 노래를 내고 있다. MNH 엔터테인먼트 소속 여성 가수인 청하는 덴마크의 남자 가수인 크리스토퍼(Christopher)와 함께 'Bad Boy'라는 신곡을 발매했다.

청하와 블랙핑크 모두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하여 영어 가사의 노래를 발표했다. 이 같은 활동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렇듯 한국 아티스트들은 점차 영어 가사로만 된 노래(영어 노래)들을 발매하기 시작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움직임이 짧은 유행이 아니라 한국의 음악 시장의 체질의 변화의 전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의 음악들은 영어화(Anglicize)될 것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한국 음악 산업의 환경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K-POP은 영어화(Anglicize)돼갈까?


  먼저 한국의 음악 산업의 특성에 대해 살펴보자. '흥의 나라'라고 불러도 될 만큼 한국인은 음악을 좋아한다. 취미에 '음악 감상'이 결코 빠지지 않는 나라, '혼코노'가 취미가 될 수 있는 나라, 언제 어디서든 노래를 부르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에 걸맞게 한국의 음악 시장은 경제력이나 인구수를 고려했을 때도 매우 비대하다. 한국의 경제력은 세계 12위이며 인구수는 26위이나 음악 시장 크기는 세계 6위다. 이는 한국보다 월등히 거대한 경제력과 인구수를 가진 중국보다 거대하다.

한국의 음악 시장은 세계 6위이다. 이는 한국보다 월등히 거대한 경제력과 인구수를 가진 중국보다 거대하다.

 그러나 음악 업계는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해외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이는 국내 음악 시장의 매출액 성장률(5.1%)보다 수출액의 성장률(10.1%)이 거의 두 배 더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15년 JYP 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박진영은 손석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내수 시장이 인구가 1억이 넘으니까 저희는 5000만도 안 되니까. 저희는 사실 어느 이상 커지면 어느 분야든 해외로 안 나갈 수 없는 거예요. 기업이라는 것은 계속 성장을 해야 하니까."이라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생각과 더불어 "한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싶다"는 아티스트들의 갈망 또한 해외 진출의 이유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한국의 기획사들은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했고 먼저 지리적•문화적으로 가까운 일본을 시작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에 진출했다. 카라가 '13년 일본의 랜드마크인 도쿄돔에서 공연을 한 이래로 K-POP이 일본•중국•동남아에 진출한 지 거의 10년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이제 국내 가수가 타 아시아 국가 차트에서 1등 하는 것은 흔한 뉴스가 되었다.

음악 콘텐츠 수출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국내 기획사들은 더 넓은 세계인 서구권 시장으로도 진출하고자 결정했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특히 동아시아 국가들은 정치•외교적인 갈등이 매우 많이 일어나는데 이러한 변수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JYP 트와이스(TWICE)의 쯔위가 대만의 국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비난을 한 중국이나 위안부 문제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한국과의 관계가 악화되어가는 일본에만 수입을 의존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을 상황이다. 그렇기에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정치적 압박에서 자유로워지고 시장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입을 얻을 수 있게 서양권으로 진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쯔위는 대만 국기인 인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중국의 네티즌들에게 비난받았고 이로 인해 JYP는 성명을 통해 사과해야 했다.

한편 K-POP에 대한 서구권의 인식 변화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서 성공한 이래 사람들은 K-POP이라는 단어에 대해 점차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꾸준히 K-POP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해왔다. 실제로 '17년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한국 제품/서비스/콘텐츠를 조사한 결과, 한국음식에 이어 K-Pop이 가장 인기 있는 상품으로 집계된 바 있으며 한국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제품에도 한식에 이어 K-Pop 2위를 기록하여 미국 내 K-POP에 대한 인지도 상승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SNS를 자주 사용하는 미국의 젊은 층에게 SNS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K-POP 아티스트들은 큰 인기를 끌었다.

트위터 멘션과 팔로우 수는 비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는데 한국의 아이돌 그룹에 대한 트위터 멘션은 압도적이다. 트위터는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SNS이다.

마지막으로 코로나 19로 인해 외부 활동이 제한돼 음악 산업이 스트리밍을 비롯한 언택트 분야에 집중함에 따라 한국의 가수들은 더 높은 접근성을 얻게 되었다. 스트리밍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비행기를 타고 멀리 갈 필요 없이 서구권에 음악을 발표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감상자들도 유튜브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부담 없이 K-POP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한국 음악 시장의 성장률 저하와 같은 내부적 요인뿐만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전하고 있던 K-POP에 대한 인식코로나 19로 인한 급격한 상황 변화 •스트리밍 기술의 발전은 국내 아티스트가 아시아권을 넘어 서구권까지 진출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리고 서구권에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가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로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BTS는 이를 통해 역대급 성공을 거뒀고 이를 본 다른 기획사들도 뒤따라 영어화(Anglicize)된 K-POP을 발표할 것이다. K-POP의 영어화는 이미 시작됐다.

K-POP은 영어 가사로만 이루어질 것이고 이 변화는 영구적이다.

K-POP 영어화의 모습

  K-POP의 영어화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으나 BTS의 성공과 더불어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급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K-POP의 서구권 진출과 영어화는 2가지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국 가수들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하면서 인지도를 쌓는다  그 뒤에는 단독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블랙핑크나 청하는 서구권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하면서 음악을 발표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기술의 발달로 인해 아티스트들이 서로 떨어져 있는 지구 반대편의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음악을 녹음했다는 것이다. 이는 통신 기술의 발달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기술의 발달은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서구권의 아티스트들과 쉽게 협업할 수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나 초기 한•미 아티스트 간의 협업은 공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아티스트들이 미국 아티스트들의 인기를 발판으로 삼아 인지도를 쌓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협업의 조건은 미국 아티스트 측에 매우 유리할 것이다. 실제로 카디비는 순수한 마음이 아니라 금액을 대가로 한 것으로 블랙핑크와 협업한 것으로 보인다. 카디비는 트위터에서 "본인은 이미 돈을 지불받은 만큼 일을 했다.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겠다. 본인의 곡인 WAP이나 들어라"라고 밝힌 바 있다.

카디비는 트위터에서 "본인은 이미 돈을 지불받은 만큼 일을 했다.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겠다. 본인의 곡인 WAP이나 들어라"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국의 아티스트들은 협업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에는 단독으로 영어곡들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BTS도 꾸준히 Hasley와 같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뒤 'Dynamite'라는 곡을 자체적으로 제작해 발표했다. 이를 통해 빅히트는 음원 수익을 전부 확보할 수 있었다. 단독 영어 노래 발표의 성공 가능성이 높은 지는 의문이지만 성공할 경우의 수익이 너무나도 거대하며 기술의 발달 덕분에 외국의 작곡 및 작사가를 사용하는 것이 쉬워졌기 때문에 이 같은 움직임은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POP의 영어화 속 의미

  K-POP의 영어화는 국내 음악 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먼저 영어화에 성공한 국내 기획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영어화는 해외의 작곡가•작사가•음반사•마케팅사•스트리밍 업체 등과 같은 다양한 이해당사자들과의 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기획사들 중 충분한 자본을 가진 대형 기획사들만이 이러한 영어화를 할 것이다. 물론 영어화에 실패해도 한류는 아시아 국가에서도 꾸준히 성장 중이기 때문에 실패자들이 파산하는 등의 심각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K-POP의 영어화가 한국 내수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음악 산업의 수출을 위해 K-POP은 영어화 되지만 이러한 변화는 국내 시장도 뒤바꿔 놓을 것이다. 기획사들이 영어 노래를 발표하면서 한국에만 더빙된 버전을 부른다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K-POP 영어곡들은 한국 시장에도 발표될 것이며 이로써 사람들은 점차 영어 가사에 익숙해진다. 즉 영어 노래에 익숙해진다.

   이러한 특징은 팝송을 비롯한 해외 음악들이 한국 차트에서 꾸준히 보이게 될 것을 의미한다. 사실 이러한 모습은 이미 실체화되고 있다. '19년 한국 가온차트 1등 곡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Anne-Marie)의 영어곡 2002였다. 가온차트는 스트리밍, 다운로드, BGM 판매량에 가중치를 부여해 집계한 점수로 팝송이 가온차트 정상을 차지한 것은 2010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이렇게 외국 가수가 차트에서 1등을 기록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 될 것이다.

  한편 많은 국내 아티스트들도 영어곡으로 음원차트 1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BTS의 'Dynamite'나 블랙핑크의 'Icecream'은 모두 한국 차트에서 1등을 기록한 바 있다. 심지어 영어 가사 곡인 'Square'으로 '19. 12월에 1등을 한 최초 한국인은 대규모 기획사 소속이 아닌 개인 기획 사내 인디밴드의 보컬인 백예린이었다.

앤 마리의 2002 와 백예린의 Sqaure는 모두 영어곡으로 한국 음악 차트에서 1등을 기록했다

  영어에 익숙해진 국내 감상자들은 이제 Youtube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외국 뮤지션에 쉽게 접근할 것이며 이는 국내 아티스트들이 해외 아티스트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K-POP 영어화는 국내 음악 시장을 세계 음악 시장 내에 편입시켜 국내 시장의 경쟁을 격화시킨다. 이러한 변화에서 살아남은 아티스트는 세계 시장에 진출하면서 더 높은 수익을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 아티스트들은 세계의 아티스트들이 발표한 무수히 많은 곡들 사이에서 묻힐 확률이 높다. 즉 아티스트 간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렇게 변한 한국 음악 시장의 모습은 독일의 음악시장과 비슷할 것이다. 독일의 차트는 팝송과 독일 곡들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이는 독일인들이 영어 노래에 매욱 익숙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한국 국내 아티스트들에게 이득이 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변화에서의 승자와 패자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내가 취하고 싶은 행동

  K-POP 영어화와 한국 음악 시장의 세계 시장으로의 편입은 피해자가 일부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한국 음악 시장을 성장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내가 주목하고 있는 주식은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다.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를 통해 영어화를 성공적으로 해냈다.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 있으면 급속도로 성공할 것이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사실 미국 진출의 선두주자였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NBA를 중계할 정도로 미국 문화에 조예가 깊은 박진영이 이끄는 JYP는 미국 시장에서 성공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 글은 철저히 본인의 뇌피셜이며 사서 망해도 제 잘못은 아닙니다. 저도 안 샀습니다. 뭐라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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