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민주화운동

'20. 10월 분석  [정치 인사이트]

  '19. 12월,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며, 개인의 건강뿐만  세계적인 기업들과 국가들의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세계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최근 브라질의 반정부 시위처럼 최근 침체된 경제 혹은 정부의 잘못된 코로나19 대책에 항의하는 시위들이 뉴스에 자주 보인다. 그러나 억압적인 정부를 비판하고 자유와 자율을 확대시키는 정부의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형태의 민주화 시위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태국 시위•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Alexander Lukashenko)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벨라루스 시위•홍콩 국가 보안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위 등 기존 독재 체제의 완전한 전환을 촉구하는 굵직한 민주화 운동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홍콩 보안법에 반대해서 시위에 나온 홍콩 시민들

몇몇은 이러한 현상이 그저 독재 정권에서 쌓였던 불만이 폭발해서 나온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해라고 볼 수 있는 '20년에 민주화 운동이 일제히 시작된 이유는 코로나19랑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는 사실 민주화 운동에 있어 굉장히 큰 방해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은 민주화 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집단 시위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단체로 모이는 사실 자체가 일반 시민들에게는 감염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꺼려진다. 또한 모인 후에도 오랫동안 마스크를 쓰고 시위 구호를 외치는 것 또한 불편하다. 집회 주최자 측에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다수의 사람을 통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연스럽게 코로나19는 집단 시위의 빈도수, 크기, 그리고 소리를 줄인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태국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독재 정권 측에서도 코로나19는 시위를 진압하는데 유용한 도구가 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시위대의 해산을 촉구하거나 심하면 경찰을 동원해 강제로 해산시킬 수 있다. 또한 시위 이후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정부는 시위대를 비판하고 여론을 정권에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인 혼란을 이유로 계엄령이나 독재 정권의 유지를 선언할 수 있기도 하다. 실제로 영국의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ity International)는 코로나19가 폴란드, 영국, 프랑스와 같은 나라의 시위의 자유를 앗아갔고 정치적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시위에 따른 약 300명의 사람들이 코로나19 봉쇄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벌금을 내기도 했다.   

벨라루스 시위는 강경하게 진압됐다

  이렇게 코로나19는 민주화 운동의 핵심적 요소인 시위를 약화시키고 독재 정권으로서 이러한 시위를 탄압할 권리를 가지게 한다. 그렇기에 많은 독재 정권들은 평범한 시기였다면 더 거센 반대를 받았을 홍콩의 홍콩 보안법, 벨라루스의 대통령 깜짝 부정 선거, 태국의 개헌, 러시아의 야당 대표 인사 암살 및 구금 시도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했다.

러시아 서쪽 지방만 중시했던 푸틴에 반대하는 동부지방 러시아 시위

상기의 네 시위는 모두 이러한 극단적이며 되돌리기 어려운 독재 정권의 행동들을 막기 위해 시작됐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을 무릅쓰고 자신의 주권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거리에 나온 시민들을 우리는 우려를 표시하는 게 아니라 격려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시위가 제한됐는데 정치적 권리 중 하나가 금지된 것이므로 시민단체와 정부 모두 협력하여 정치적 견해를 함께 표현할 수 있는 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