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답노트=성장의 다른 이름

실패를 기록하는 용기

by Hello HR

학창 시절, 시험이 끝나면 늘 반복하던 나만의 루틴이 있습니다. 바로 '오답노트'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당시엔 그 노트가 저의 보물 1호였습니다.


틀린 문제를 시험지에서 오려 붙이고, 왜 그 답을 선택했는지 끝없이 고민했습니다.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색색의 볼펜으로 이유를 적었습니다. 충분히 맞힐 수 있었던 문제를 틀렸을 때의 씁쓸함은 오래갔지만, 그 감정 덕분에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정답보다 오답이 더 깊이 남는 이유는, 아마 '실패의 흔적'이 곧 '학습의 기억'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직장이 된 지금, '오답노트'는 여전히 유효할까요? 회사 일에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한 변수와 시행착오가 따릅니다. 시장 환경의 급변, 정책 변화, 방향성의 불일치, 미흡한 성과 등 단순히 개인의 실수일 수도 있지만 불가항력적인 여러 요인들이 실패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잘못된 결정이나 실패한 프로젝트를 돌아보기보다, 다음 일을 바쁘게 처리하느라 복기를 미루곤 합니다. 결국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게 됩니다.


HR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일은 언제나 불확실성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도 설계의 한계, 평가 불신, 채용 미스매치, 조직문화 변동 등 수많은 좌절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퇴사자 인터뷰나 교육 만족도 조사 등 다양한 데이터와 흔적을 남기지만, 정작 '복기'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조직에서 오답노트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잘못을 되돌아보지 않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그 결과는 명확합니다. 같은 실패의 반복, 불필요한 리소스 낭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추진력의 상실을 초래합니다.


오답노트는 제도보다 문화로 정착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합니다. 실패 사례 공유회, 사후분석(Post-mortem) 제도화 등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입니다.


잘못을 추궁하는 대신, 오류를 학습의 자원으로 바꾸는 문화! 결과보다 과정을 복기하고, 잘못의 원인을 함께 고민하며 탐색하는 문화! 그런 조직이 결국 더 강해집니다.


이때 HR은 조직의 오답노트 관리자(Learning curator)가 되어야 합니다. 실패를 기록하고, 실패의 의미를 재구성하며, 다음 시도를 설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나를 위한, 우리 팀과 회사를 위한 오답노트를 써보는 것은 어떨까요?


성공의 기록보다 더 값지고 여운에 오래 남는 것은 실패를 처절하게 분석하고 고뇌한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교훈을 발견하는 우리의 흔적과 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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