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에 대하여...
약 10년 전, 평생 바둑판만 바라보며 살아온 한 인물이 뒤늦게 회사에 입문해 겪는 고군분투를 그린 드라마 『미생』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현실적인 조직 생활의 어려움과 인간관계를 세밀하게 담아내 당시 직장인들의 마음을 정확히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최근에도 그와 비슷한 온도와 결을 가진 작품이 많은 직장인의 공감을 이끌며 막을 내렸습니다. 바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김낙수 부장은 누구나 꿈꾸는 커리어를 쌓아온 인물입니다. 굳건히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오랜 시간 몸담으며 거침없이 승진했고, 성과를 인정받아 임원 승진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또한 자신의 노력으로 서울에 집을 마련하고, 가족의 삶을 안정시키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성공의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외부의 찬사와 성취에만 마음을 두게 된 김부장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경험한 방식이 절대적인 정답이라고 확신하며 타인을 동일한 기준으로 재단합니다. 함께 고생해 온 동료는 물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까지 날 선 기준을 들이대게 됩니다. 그렇게 주변을 밀어낼수록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넣으며, 결국 많은 사람 속에서도 깊은 외로움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일 것인가’가 삶의 최우선 가치가 되어버린 그는, 정작 ‘나는 누구인가?’, ‘나다움은 무엇인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잃어버립니다. 성공이라는 결과 뒤에는 언제나 수많은 변수가 얽혀 있음을 외면한 채, 내면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외부의 시선에만 잠식된 그는 쓸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됩니다.
조직에서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협력하거나 경쟁해 목표를 달성합니다. 이는 마치 게임의 장르로 비유하자면 'RPG(롤플레잉, 역할 수행 게임)'와 유사합니다. 정해진 세계관과 규칙 안에서 맡은 포지션을 연기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할은 일정 기간 맡아서 수행하는 것일 뿐, 나라는 존재 전체를 설명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익숙함에 속아 역할을 곧 '나'로 착각하곤 합니다. 현재의 자리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스스로와 주변의 가치를 잊지 않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 올 한 해의 걸음을 되짚어볼 시점입니다. 스스로에게 조용히 질문해 보면 좋겠습니다.
"올해의 나는 내 마음을 잘 돌보며 살아왔는지, 나다움을 지키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더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지"
더불어 한 해를 함께 보낸 동료들에게 따뜻한 감사의 마음을 나누며 마무리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연말이 되리라 믿습니다. 나다움을 찾아가는 길이 때로는 고단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꼭 자신만의 해답을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p.s.) 이 글을 읽고 공감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올 한 해 고생 많으셨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합니다. 우리 모두가 '김부장'에서 탈피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김낙수'가 되어가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