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텝이 꼬였다. 책은 원래 한 권씩 다 읽고 그 다음 책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독서 목록을 만들려면, ... 그런데... 2019년 1월 두번째주, 다음 책을 읽었거나, 읽고 있다.
9. 크리스티안 그뤼닝, 빠르고 단단한 공부법 (2018): 읽을만 하다. 나와 비슷한 것도 많고, 다른 것도 꽤 있다.
10. 김건우, 대한민국의 설계자들 (2017): 강추. 한국의 보수는 사실상 없다. 그럼에도, 생존가능한 보수의 가능성을 찾으려면...
11. 최윤섭, 의료 인공지능 (2018): 제목에 비해 꽤 가독성이 좋다. 하루만에 다 읽었다. 가독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는 편집상의 문제인데, 각주를 '1-3'과 같이 붙이고, 각 책을 1, 2, 3항의 주석에 넣는 스타일. 보통은 하나의 각주에 여러 문헌을 넣고, 하나의 각주로 처리하지 않나? 그리고, 컬러 그림이 너무 많다. 약간만 톤을 낮춰 주었으면, 가독성이 훨씬 좋아졌을 것 같다.
12.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세상을 알라 (2018, 55쪽 - 계속): 여기서부터 스텝이 꼬였다. 자그마치 670페이지가 넘는 책 세 권으로 구성된 철학사를 왜 읽으려고 했을까? 아직 3편은 나오지도 않았다. 아낙시만드로스 이야기를 읽다가 잠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아낙시만드로스는 생각보다 아주 중요한 철학자이다. 그래서, 철학사를 쓴 저자의 다른 책을 검색했고, 사실상 철학보다는 소설을 썼다는 사실과, 차라리 그게 더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중고서점에서 몇 권 주문했다. 대개 절판이다. 그럼 그렇지. 나 아니면, 누가 읽어 주겠나 싶어서, 어지럽고 사소하고 철학적인 추리물을 읽기 시작했다.
13.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살인은 없었다 (2011, 250쪽 - 계속): 그는 도대체 왜 이 책을 썼을까? 그리고, 옮긴이 (안성철)은 왜 이 책을 번역했고, 출판사 (21세기북스)는 왜 이걸 출간했을까? 갈수록 의문이 쌓이지만, 철학사보다는 훨씬 잘 넘어가고, 일단 돈주고 샀으니 매몰비용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읽고 있다. 이번주에는 끝내기 싫다. 무슨 추리물이 250쪽이 되도록 아무 일도 안생긴다.
14. 알랭 바디우 지음, 서용순 옮김, 투사를 위한 철학 (2013): 114쪽짜리 문고판, 그 가운데 31쪽이 역자서문인 책이 자그마치 1만2천원이다. 요즘 프랑스 철학책들 무지 얇고 무지 비싸다. 무지 비싸고 무지 두꺼운 독일 철학책과 비교된다. 감상은 별도로 써야겠다.
15. Oliver Pötsch, The Hangman's Daughter (2010, 20% - 계속): 외부에 미팅이 있어 나갔다가 잠시 기다리게 되었는데, 딱히 가져온 책이 없어서, 이왕 스텝이 꼬인 것 읽기 시작하자고 결심하여 읽기 시작. 킨들 언리미티드에서 빌릴 수 있었다. 자그마치 5권 내지는 7권짜리 시리즈라니, 아주 만족스럽다. 한동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망나니의 딸" 정도로 번역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16. 진태원, 을의 민주주의 (2017, 약170쪽 - 계속): 그냥 집어든 책인데, 나름 읽을만 하다. 여러 잡지에 기고했던 글을 하나로 엮은 책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이번주에 끝내지 않을 책. 사실 철학책을 읽은지도 꽤 됐지만, 정치책을 읽은 지도 아주 오래 됐다. 올해 들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한번 스텝이 꼬이면, 그냥 순식간에 이렇게 아나키가 된다. 지금 계속 읽고 있는, 그러니까 끝내지 않은 책이 자그마치 4권이다. 다음주에는 끝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