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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Oct 14. 2018

가지 않은 길

내 인생의 시


나는 82년생으로 2000년 11월 시행된 2001년 수학능력시험에 응시했었다. 당시 시험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성적은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았다. 당연히 나는 그 시험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만 그 시험으로 얻은 유일한 위안이 있다면 좋은 시를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가지 않는 길"이다. 언어영역 13번~17번 지문으로 제시된 시이다.


수능시험이라는 긴박함과 긴장감 속에서도 읽는 내내 참 좋은 시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내 공부 부족이겠지만 영시가 수능에 나온 적은 없었기에 수능시험에서 처음 읽어보았다.)


아직도 난 내 인생의 시로 이 시를 첫째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만큼 인생에 임팩트를 준 시이며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도 많이 레퍼런스 삼고 있는 시이기도 하다.


여러 번역본이 있으나 여기에서는 수능시험에 출제된 지문 원문 그대로를 원문과 함께 싣고자 한다.


가지 않은 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The Road Not Taken

Two roads diverged in a yellow wood,
And sorry I could not travel both
And be one traveler, long I stood
And looked down one as far as I could
To where it bent in the undergrowth;

Then took the other, as just as fair,
And having perhaps the better claim,
Because it was grassy and wanted wear;
Though as for that the passing there
Had worn them really about the same,

And both that morning equally lay
In leaves no step had trodden black.
Oh, I kept the first for another day!
Yet knowing how way leads on to way,
I doubted if I should ever come back.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우리는 항상 수많은 선택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점심 먹으러 어느 식당에 갈까 하는 조금은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이과를 가느냐 문과를 가느냐, 재수를 하느냐 마느냐와 같은 중대한 문제에까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당시 했던 여러 선택들이 현재의 내 운명을 결정지었을 것이다. 크고 작은 선택들의 결과는 언제나 선택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지만,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훗날에 나 역시 어디선가 그 선택들에 대해 말할 것이다. 아쉬울 수도 다행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운이 따라줘 이왕이면 한숨이 아닌 웃음을 지며 이야기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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