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활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준서민서패밀리 Oct 28. 2018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


2013년 12월 결혼하자마자 구입한 게 몇 가지 있다. 캠핑장비, 수족관, 맥북 등등


크리스마스 트리도 그중 하나이다.


아내는 판타지를 좋아하는 소녀이다. 해리포터, 라푼젤과 같은 영화는 물론 크리스마스와 같은 매우 판타스틱한 이벤트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리하여 결혼하자마자 코스트코에서 파는 1.9m 트리를 샀다. 50개짜리 오너먼트와 200개 전구와 함께. (초기 투자 비용은 20만 원 초반으로 매우 크지만 오래 쓸 수 있기에 가성비는 좋다)


그 후 매년 10월 말이 되면 우리 가족은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갖는다. 한 해동안 고생했다는 의미지만 햇수로 6회째를 맞다 보니 뭔가 의미를 더해가는 듯하다. 


지난 시간 찍어놓은 사진을 천천히 돌아보니 매해 겨울에는 거실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위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준서가 없다가 어느 순간 준서가 생겼고 그 후 점점 더 커갔다.






1. 2015년 겨울


준서가 태어난 해이다. 그전까지는 둘만의 크리스마스였다면 이때부터 세 식구의 성탄절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 2주년을 맞았고 고맙게도 예쁜 아이를 얻었다. 목도 못 가누는 준서는 그래도 크리스마스 트리가 번쩍일 때면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웃음을 보기 위해 매일 저녁마다 전구를 켰었다. 


내 생애 가장 뜻깊은 크리스마스였다.







2. 2016년 겨울


어느새 준서가 돐을 맞았다. 걷게 되었고 조금씩 의사소통도 이루어졌다. 


사진만 봐도 많이 자라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전등을 켜고 끄는 일은 준서의 몫이 되었다.


준서는 번쩍이는 전구 불빛을 여전히 좋아했고 볼 때마다 환한 웃음을 지었다. 낮이건 밤이건 전구를 켜고 끄고 했다. 







3. 2017년 겨울


이제 준서는 28개월을 지나고 있었다. 엄마 아빠를 도와서 트리를 같이 꾸밀 수 있었다. 


산타할아버지와 선물에 대한 인식도 생겨서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노력도 많이 했다. 장난을 치다가도 '산타할아버지 보고 계신데..' 라고 하면 장난을 멈추고 착한 행동을 하였다. 신기했다.







4. 2018년 겨울


드디어 2018년의 겨울이 다가온다. 짧았던 준서의 팔다리도 많이 길어졌다. 38개월이 지나 놀이동산에 갈 때도 이제 돈을 내야 한다. 키가 몇 센티 더 자라 100cm가 되면 혼자 탈 수 있는 놀이기구도 늘어난다. 


이제 트리 하단부 꾸미는 것은 오롯이 준서의 몫이 되었다. 깜깜해지면 불을 켜고 자기 전에 불을 끈다. 준서로 인해 하루가 마무리됨을 느낀다. 


준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트리 아래에 선물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아직 날짜 관념이 없기에 매일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 같다. 


덕분에 나와 아내의 하루하루도 크리스마스가 된다. 참 신기한 마법이다.





아이와 함께 부모도 자란다. 준서가 자라는 것을 곁에서 보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동일한 이벤트를 꾸준하게 진행하다 보니 그 이벤트 곁에 있는 준서와 나와 아내가 자라나는 것이 느껴진다. 


또한 별 것 아닌 이벤트가 우리 가족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감사한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지 않은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