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 12. 8. 작성된 글입니다 >
미국 대학원 진학을 위한 6개월이 넘는 대장정이 오늘 코넬 대학교 지원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시작할 때는 초여름이었는데, 이제 영하를 넘나드는 추운 겨울이 되었다. 힘든 시간도 슬럼프의 시간도 있었지만 옆에서 응원해준 아내와 아이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멀리서는 부모님 포함 많은 분들이 격려를 해주었다. 합격 여부를 떠나 이분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미국 대학원 진학의 시작은 토플(Toefl)이었다. 물론 토플은 만만치 않았다. 토익, 텝스를 공부하고 실제 원하는 점수도 얻어봤지만 스피킹과 롸이팅이 있는 토플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주말에는 학원에, 주중에는 퇴근 후 집 근처 도서관에 다니며 열심히 공부했다. 첫 점수인 91점에서 원하는 점수인 100점을 넘기기까지 장장 6개월이 걸렸다.
Sincerely,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다. 다행히도, 내가 가장 원했던 대학 지원을 위한 마지막 시험에서 극적으로 점수를 얻었다. 눈물이 참 많이도 나더라.
토플과 함께 GRE도 참 어려운 시험이었다. GRE는 롸이팅만 주중 학원에서 배웠고 나머지는 독학으로 했다. 독학이 가능해서 그랬다기 보다는 여건상 50%만 넘기자는 마음으로 했다. Quant는 수학이어서 책 한 권 풀어보는 걸로 했고, Verbal은 미친 듯이 단어를 외웠다.
GRE 단어는 어렵기로 악명 높은데 "멸시하다" 만 가지고도 동의어를 15개 이상 외워야 하는 정말 힘든 시험이었다. 해 본 사람은 안다. 시험 공부하면서 "지랄이" 시험이라고 욕 안해본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롸이팅은 학원 도움을 받아 기대 이상의 높은 점수를 받았고, Quant는 생각했던 점수가, Verbal은 미니멈이라고 생각하는 점수가 나와서 바로 마무리했다. 공부를 더 했다면 높은 점수는 얻을 수 있었겠지만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성질을 더 버렸을 것이다 ㅎㅎ
지원학교는 동부 6, 서부 1로 정했는데 특별히 이유는 없었다. 아이비리그도 지원해보고 싶었고, 그냥 유명한 대학 막 넣어보고 싶었다. 어차피 내 돈 내고 내가 직접 힘들여서 지원하는 건데 다 상향 지원해보자고 생각했다.
다 떨어지면? 그런 거 고민하다 보면 스트레스받아서 명 짧아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생각 안 하기로 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조금, 아주 조금 안전한 곳을 넣기는 했다. 근데 그들이 내가 자신들을 안전한 곳이라 업신(?) 여겼다는 걸 알게된다면 몹시 화낼지도 모를 레벨의 곳이다 ㅎㅎ
CV는 매우 정형적인 틀로 작성했고, 공무원 10년 경력을 부각해 작성했다.
추천서는 대학원 논문지도 교수님 1분, 직장 상사 2분에게 받았다. 이럴 때마다 느끼지만 평소에 잘해드려야 한다. 그래야 웃으며 진행할 수 있다.
에세이는 많은 곳은 4개까지 냈다. 네임밸류 있는 곳은 많이 내라 했고, 좀 덜한 곳은 덜 요구했다. 그런가 보다 하고 제일 많이 내라 하는 곳 에세이를 우선 다 작성한 후 각 학교에 맞춰 수정해서 냈다. Career Goal Essay, Statement of Purpose, Personal History Statement, Quant Essay 등이 에세이의 종류였다. 커뮤니티 에세이를 쓰라는 곳도 있었고, 정책에 있어 포용성의 의미를 쓰라는 곳도 있었다.
하여튼 많았다. 에세이 쓰느라 고생했는데 다 쓰고 나니 지금까지 내 인생이 잘 정리되는 것 같아 좋았다. 뽀너스로 앞으로 학교 가서 해야 할 일도 마음 속에 잘 정리되어 좋았다. 다행히 영작 검토받을 수 있는 좋은 사람들도 곁에 있어서 나름 알차게 작성했다.
실제 Application Form 작성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예전 선배들은 오프라인으로 씰해서 보내느라 매우 복잡하고 어려웠다고 하던데, 지금은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첨부물도 스캔 떠서 첨부하면 그만이라 매우 쉬워졌다. 한 두 군데 쓰다 보면 대충 감이 잡힌다.
지원서 작성을 하다 보면 그 학교의 스타일도 알 수 있었다. 어떤 학교는 그거 쓰다가 갑자기 매력적으로 보이는 곳도 있었고, 반대도 있었다. 사람이나 학교나 직접 만나봐야 알겠더라.
2019년 5월, 미국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할 때에 내 손에는 한 장의 계획서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각 단계의 시작 시기는 예정대로 다 되었지만, 마무리 시기는 거의 다 엇나갔다. 역시 쉽게 되는 건 없다. 하지만 시작해놓고 열심히 하다보면 결국은 다 되게 되어있다 라는 내 인생철학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아 다행이다.
실제 준비에 앞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매우 중요하기에 여기에 내가 겪었던 일 위주로 기록을 남기려 한다. 내가 세운 계획을 중요 사건 순으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앞으로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1. 6월, 7월 토플 주말 정규반 강의 수강(Speaking, Writing) : 이수련, 송원
2. 7월 20일 첫 토플 시험, 8월 3일 두 번째 토플 시험 이후 GRE 강의를 듣기 시작함.
3. 8월 GRE 주중 3일 단과반 수강(Writing) : 이정현
4. GRE 시험은 9월 8일 1번 보았음. verbal 과 quant 점수 확인 후 다시 토플로 넘어가기로 결심함.
5. 토플 공부 다시 시작하여 9월 28일, 10월 4일, 10월 27일, 11월 16일까지 토플 시험은 총 6번 보았음.
6. 학교 조사는 8월부터 꾸준히 하다가 9월 말(추천서 요청 전)에 마무리하여 총 7개 학교에 지원하기로 하였음.
7. 컨텍 메일은 따로 보내지 않았음.
8. CV(resume) 작업은 9월 말부터 틈틈이 하다가 10월 말 즈음에 거의 마무리함.
9. 추천서는 9월 말에 세 분(석사 논문 지도교수 1명, 근무지 장관급 인사 1명, 근무지 직속상관 1명)에게 미리 요청하였고, 실제 제출일은 11월 중순이었음.
10. 에세이 작업은 10월 중순 이후 틈틈이 하다가 11월 16일 토플 시험 종료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미국 고교 졸업생 한국인에게 1번, 미국 대학 영문학 전공 미국인에게 1번 검토를 받은 후 제출하였음. (에세이는 11월 30일에 완성하여 각 학교의 주제에 맞추어 변형하여 제출하였음)
11. 비디오 에세이는 3군데에서 요청하였고 모두 다 아이비리그 학교였음.
12. 지원 후에 스카이프 인터뷰를 요청한 곳은 죠지타운 대학교 1곳이었음.
한 줄 한 줄 별 것 아닌 것처럼 써놨지만 하나하나가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 돈이 쓰이는 일이었다. 토플 한 번 보는데 200불이고, 강남까지 학원 가려면 주말, 주중 모두 많은 시간이 들었다. 와이프가 임신한 상태로 가정과 회사, 공부까지 하는 것은 손흥민 70미터 질주 원더골의 에너지 못지않은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대하서사시 같은 내용들이다.
그러나, 베풂이 곧 즐거움 아니겠는가. 내년, 그리고 후 내년 미국 대학원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상세하게 기록하도록 하겠다.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