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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Sep 02. 2020

1. 시카고 교외 생활하면서 느낀 점



시카고 교외(Suburb) 지역인 Wheaton에 사는데 동네에 온통 백인뿐이다. 마트를 가도 백인, 차를 타고 가도 좌우 앞뒤 다 백인이다. 아마 이 백인 무리들은 가끔씩 보이는 우리 동양인 가족이 무척이나 신기할 것이다. 아마 이 지역에 거주한 최초의 한국인 가족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만무하고 아마도 우리를 중국이나 일본인 정도로 가늠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백인 집중 거주지에 찾아온 이상한 동양인 가족.



근데 Wheaton 뿐만 아니라 근처 교외 지역 어딜 가도 백인뿐이다. 초반에는 원래 미국은 어디나 다 백인만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다. 보이는 게 다 백인뿐이니. 그런데 지난주 학교 근처를 가보고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시카고 대학교는 다운타운(도심) 남쪽인 하이드파크 지역에 있는데 이 곳이 대표적인 흑인 밀집 거주지역이었다. 학교에 갈 일이 있어 잠시 들렀다가 나오는 길에 살짝 다른 길로 들어섰는데 내 눈 앞에는 흑인 래퍼 뮤직 비디오에 나올 법한 광경들이 다채로이 펼쳐져 있었다. 텐트에 사는 흑인 가족, 도로까지 나와 구걸을 하는 흑인 아저씨, 지나가는 자동차에 손가락질하며 뭐라고 하는 흑인 아줌마까지. 미국 와서 처음으로 등골이 오싹해지고 손에는 식은땀이 나오던 순간이었다. 내내 교외에 살다가 나왔기에 더 충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백인은 교외(suburb), 흑인은 도심(다운타운). 약간 이런 구도가 형성되어 있음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물론 이는 시카고 기준이고, 도심에는 물론 백인도 살지만 흑인 비율이 높은 곳이 많다는 이야기다.)



이 구조가 왜 생겼을까 궁금했는데, 최근 학교 Webinar를 보고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밑에 요약은 나의 단순한 이해에 기초한 매우 협소한 생각의 글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2차 대전 이후 미군 전역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들은 살 집을 마련하여야만 했다. 이때 미국 정부는 교외(suburb)를 개발하여 대량의 주택을 짓게 되었고, 주택법을 개정하여 주택 가격의 거의 90%가량을 30년간 낮은 금리로 담보대출해주었다. 물론 이 법은 백인에게만 적용되었다. 따라서 흑인은 교외에 집을 사고 싶어도 살 수 없게 되었고 다운타운(도심)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 결과 교외에는 백인이 앞뒤 넓은 마당에 잔디를 깔고 여유롭게 살게 되었고, 그곳에 가지 못한 흑인은 좁은 도심의 아파트에서 숨 가쁘게 살게 되었다.



결론은 역시 부동산인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교외에 백인이 많은 것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낳은 왜곡된 결과라는 이야기이다.



여기 온 지 10일밖에 안되었지만, 수많은 백인 손님들 사이에서 캐셔와 청소부, 카트 정리원은 대부분 흑인이라는 점은 매우 안타깝게 느껴진다. 그들이 느끼는 불평등, 불합리 등에 대해서는 감히 내가 헤아릴 수는 없겠지만 #Blacklivesmatter 같은 운동이 미국 내에서 들풀처럼 번지는 현상은 그나마 조금씩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며칠 전 위스콘신에서 또 한 명의 흑인이 경찰의 총에 희생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시위가 거칠어지고 있다. 사회구조적으로 오래된 문제이기에 해결에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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