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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May 16. 2017

휴식 : 쉬어간다는 것

갑작스레 찾아 온 쉬는 시간에 대응하기



바쁜 일이 지나갔다

거기서 오는 공허감이 반짝하고 내게 들어온다


쉬어야겠다




휴식 :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




그런데

어떻게 쉴 것인가


이럴 때 내가 종종 쓰는 방법이 있다


낯설게 보기


다른 언어로 풀어보다보면 종종 답이 나온다



"휴식"을 영어로 번역해보았다


rest, break, relax


rest는 나머지

break는 멈춤

relax는 느슨함


그 자체로 휴식의 유형들이었다


나에게 이번 휴식은 어떤 의미일까

어떤 유형을 따를 것인가


나는 길지 않은 고민 끝에

"멈춤"을 선택했다


잠시 정지,

하지만 느슨하지 않은 일탈


이게 내 휴식의 목표였다


막상 멈추려하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할까


그간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이럴 때는 무작정 떠나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 없이 그냥 뛰쳐나가는 거다


실제로 20대 때는 그냥 나갔다

목적지 없이, 숙소 예약 없이


다만 방향은 정했다

그것 마저 없으면 너무나 황망하기에


동쪽, 아니 서쪽, 아니 남쪽?


하지만 지금은 같이 움직이는 가족이 있다

그래서 숙소 정도는 미리 정해놓는다


물론 구체적인 동선은 미리 정하지 않는다


그저 발길 머무는 곳으로

마음 가는대로

물어 물어



이번 숙소는 순천이었다


이유는 없었다

이유 같은 것이 있을 이유도 없었다


그저 잠시 멈추기 위해서 가는 것이기에



남해 독일마을에서 바라본 바다, 아래 보이는 집들은 한국가옥이다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남해가 나왔다

남해에는 독일마을이 있었다


1960년대 간호사나 광부 등으로 독일에 파견됐던 교포들이 한국에 돌아와 고향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든 마을이라고 전해진다

전통 독일식 주택들을 지어놓아서 그런지 이국적이고 예뻤다



독일마을 안에 있는 호프집에서 바다를 보며 맥주 한 잔



근처 호프집에 들어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독일식 맥주와 소세지로 한 잔 했다

내가 잘 멈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시간 운전의 피로가 풀렸다


이후 해안도로를 통해 남해를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참 좋았다


곳곳에 다랭이논이 있었고

깎아지른 듯한 절벽도 있었다

양지바른 곳마다 바다 전망의 펜션도 있었다


한 시간 넘게 드라이브 하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졌다

남해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저녁 늦게 순천에 도착했다


TV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졌다는 통닭집에서 마늘통닭을 하나 구입했다

근처 마트에서 순천만 막걸리도 한 병 구입했다


숙소에 닭과 막걸리를 꺼내놓고선 낯선 땅에서의 첫 밤을 맞았다


막걸리의 취기가 금새 올라왔고,

눈을 감자마자 편안한 수면이 찾아왔다


굿 밤.





다음날 일어나서는 근처 낙안읍성을 돌아보았다



노란 유채꽃과 푸른 하늘의 대비는 꽤 인상적이었다


작은 망울만 남은 옅은 유채꽃이 초여름 푸른하늘과 어울어져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고 있었다


고려시대의 읍성이 현재까지 온전히 남아있어

마치 내가 옛날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초가지붕과 옛 황토길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고즈넉하니 참 좋았다



이후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향했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

이름에 걸맞는 아름다움을 잘 지니고 있었다



국가정원 안에 운행되는 SkyCube를 타고 문화관역으로 옮겨갔다


무진기행으로 유명한 김승옥 님의 전시관이 있었다


좀 걷다보니 낭트정원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낭트정원이라는 이름의 카페(초록 건물)


그 곳에서 시원한 뱅쇼 Vin Chaud 를 한 잔 마셨다


따뜻한 와인이라는 뜻의 뱅쇼를,

순천만에서 그것도 아이스로 시원하게 마시는 느낌이 생경하고 좋았다


바람 부는 갈대 숲에서 뱅쇼라니



다시 SkyCube를 타고 순천만 국가정원으로 돌아와

파리정원, 중국정원을 보고 늦은 점심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했다



꼬막정식 한 상 차림


근처 제일 유명하다는 식당에 갔다

꼬막정식을 먹었다


관광버스가 줄을 지어 식당 주차장에 들어가고

사람들로 식당 안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꼬막이 맛있었다



서울로 다시 돌아왔다


오는 길에 4시간 넘도록 운전했지만,

피곤함을 느끼기 보다는

세상과 잠시 단절해 있었다는 즐거움에 행복했다


오늘은 취기가 없어도 잠이 잘 올 것 같다


참 잘 멈추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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