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새벽 2시를 기해 일리노이주의 서머타임이 종료되었다. 그 순간 새벽 2시가 갑자기 새벽 1시로 변하는 놀라운 마법이 일어났고, 나는 안 자고 있다가 우연히 이 상황을 목격했다! 이게 무슨 자다가 백투더퓨처 하는 이야기인가 싶을 것이다.
미국 대부분의 주들(하와이, 애리조나 등 제외)이 "Daylight Saving Time"을 실시한다. 이것이 흔히 알고 있는 서머타임인데, 3월부터 11월까지 표준시를 원래 시간보다 한 시간 앞당기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1시간을 스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새벽 1시가 갑자기 2시로 이동한다) 왜 그렇게 할까 싶기도 하지만, 원래 이 제도의 목적은 낮시간의 햇빛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서머타임 이전에 5시에 해가 뜨고 8시에 해가 졌다면, 서머타임 조정으로 6시에 해가 뜨고 9시에 해가 지는 것이 된다. 즉, 여름 기간 동안 아침 한 시간의 햇빛을 저녁으로 옮겨 이용하는 것이다. 서머타임 제도의 초기 이유는, 어차피 해가 5시에 뜨든 6시에 뜨든 사람의 일과는 6시 이후에 시작할 것이니 아침시간의 햇빛을 저녁으로 옮기면 일과 후 해가 뜬 상태에서의 개인 활동 시간도 1시간 더 많아진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어차피 해가 8시에 지든 9시에 지든 사람이 보통 9시에 잠이 들기 때문에 등불을 켜는 시간이 줄어들어 에너지가 절약되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연구와 설문조사에서는 서머타임 찬반 의견이 꽤 많이 갈린다. 서머타임을 좋아하는 쪽에서는 “여름 저녁을 햇빛과 함께 오래 즐길 수 있어서 유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하지만, 반대로 연구자들은 매년 반복적으로 1시간을 인위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생체리듬과 호르몬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암튼 서머타임 영역에서 처음 살게 된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머타임 제도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되었지만 이에 대해 찬반이 나뉘어 있는 것도, 그리고 여전히 제도를 고수하는 의견이 강한 것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특히 서머타임이 이미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 시카고에 왔던 나는 사실 그 당시가 서머타임인 줄도 모르고 지냈었다. 매일 강의나 이메일에서 시간을 체크하면서도 시카고 기준시인 CDT가 무슨 의미인 줄도 몰랐다. 최근에 보니 Central Daylight Time의 약자였다. 서머타임이 끝난 지금은 CST(Central Standard Time)를 사용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서머타임 종료일인 11월 1일은 일요일이었는데, 아내는 평소처럼 오전 7시에 일어났는데 휴대폰 시계는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고 한다. 그날 나는 평소대로 오후 4시 30분에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물건을 사고 나와보니 주위가 깜깜했다. 보통 오후 6시에 일몰이 되는데, 서머타임 종료로 일몰시간이 오후 5시로 바뀐 것을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원래 저녁 9시에 칼 같이 취침하는 준서는 그 날 저녁 8시에 너무 피곤하다고 해서 한 시간 일찍(?) 잤다.
서머타임 종료로 한국과의 시차도 변동되었다. 그 전에는 시차 계산할 때, 낮밤 반대로 하고 2시간을 더하면 되었는데(+14시간), 이제는 3시간을 더해야 한다(+15시간). 이로 인해 가장 덕을 본 사람은 준서와 영상통화를 즐겨하시는 준서 할머니(a.k.a 우리 엄마)인데, 너무 늦은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전화하지 않으셔도 되게 되었다.
우리의 일상은 제도와 함께 변했지만, 이내 당겨진 1시간에 완벽 적응했다. 아내는 여전히 7시에 일어나고 준서는 9시에 잔다. 인간의 적응력은 실로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