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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서민서패밀리 Nov 06. 2020

14. 미국 대선 in 시카고


미국 대선 종료 후 이틀이 지났고 벌써 저녁이 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더 답답한 것은 이 상황이 언제 어떻게 종료될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스코어는 264:214로 바이든이 앞서고 있다. 미 대선은 선거인단 270명을 확보해야 당선이므로, 바이든은 당선을 위해 6명을 더 확보해야 하고, 트럼프는 미확정된 모든 주에서 승리해야 한다.


현재 미확정된 주는 모두 4곳, 조지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다. 이 중 네바다만 바이든이 앞서고 있고 나머지 세 곳은 트럼프가 앞서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앞서고 있는 세 곳의 개표 결과가 뒤집히지 않는다면, 결국 당선의 키는 네바다주가 될 전망이다. (물론 세 곳도 뒤집힐 가능성이 조금씩은 있다)


현재 판세는 바이든이 더 유리하다. 네바다가 84% 개표가 진행된 현재 49.4% 대 48.5%로 0.9%p, 11,400표 차이로 앞서 있기 때문이다.


네바다주의 남은 표는 총 19만 표 정도 된다. 이 중 12만 3500표 정도가 우편투표이고, 6만 6500표 정도가 투표소에서 직접 투표한 투표지라고 한다. 저 표들 중 트럼프가 53% 이상을 가져가고 바이든이 47% 이하를 가져가면 11,400표가 뒤집혀서 트럼프가 이기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이 승리하게 된다.


따라서 네바다주에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빨리빨리 너희가 개표해줘야 당선인이 누구인지 우리, 아니 미국 국민이 알 수 있어!! 놀지 말고 계속 세!!


하지만, 네바다주는 전혀 서두르지 않는다. 오늘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주 10일 화요일까지 도착하는 정상적인 우편 투표지는 모두 접수하여 개표한다고 발표하였다. 이 말인즉슨, 그전에 의미 있는 차이가 벌어지지 않을 경우 다음 주 화요일이 지나야 네바다주 개표가 종료된다는 것이다. 오마이..


여기에, 트럼프 캠페인에서는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에 개표 중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죽은 사람도 투표했고 거주하지 않는 사람도 투표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미국은 워낙 땅이 넓고 행정력이 부족해서 뭐 가능할 수도 있는 시나리오이기는 한데 법원이 받아줄지는 미지수다. 만약 이를 받아주면 개표 종료는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게 된다.


암튼 겉으로 보여지는 상황은 뭔가 굉장히 혼란스럽다. 현지인이 아닌, 제3자 입장에서도 헐.. 오마이..가 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 사는 민주당/공화당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아마 더 혼란스러울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는 조용하게 흘러간다.


뭔가 그냥 다들 기다리는 분위기다. 뉴스를 봐도 특별한 것이 없다. 특집 방송도 없고 특집 뉴스가 진행되지도 않는다. 예능, 드라마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목요일 미식축구 중계 역시 그대로 진행된다. 텔레비전을 아무리 돌려봐도 바이든, 트럼프 얼굴 보기 힘들다.


동네를 다녀봐도 별 다를 바가 없다. 일상생활은 일상생활대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 날씨가 따뜻해 아내와 골프연습장에 놀러 갔는데 많은 미국 아저씨들이 즐겁게 골프를 치고 있었다. 집 근처 공원에 가봐도 산책하는 사람들과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똑같이 북적였다. 학교도 놀이터도 그대로다.


오늘 아침 첫 수업이 경제학이었는데, 교수님 첫마디가 “대선 결과가 안 나와서 긴장되는데, 우리 차분히 기다려보자”였다.


네바다 주정부 국무장관(secretary of state)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였다. “인내심을 가지고 참아보자. 개표는 예정된 페이스대로 진행되고 있다. 법에 선거일 후 9일까지 적법하게 접수된 투표지는 개표하도록 되어있고 따라서 그에 따라 정해진 대로 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이 마음이 넓은 건지, 아니면 내가 이런 느긋한 페이스에서 살아오지 않아서 답답한 건지 잘 모르겠다. 다만, 자신의 법과 제도를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역할과 권한을 존중하는 데서 민주주의가 공고화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오버하면, 내가 당장 광장에 나가 시위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모아 국가에 항의하지 않더라도, 국가는 그 조직과 제도에 따라 합리적으로 그리고 공정하게 굴러갈 것이라는 생각이 모여 지금의 미국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안정된 상황이 금세 깨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까지는 그들의 태도가 몹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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